원제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다. 제목 숫자 제한에서 잘린..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제목 그대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만든, 흔히 알고 있는 피노키오 스토리를 원안으로 한 영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지난 12월 초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한국에서는 11월 말부터 몇 극장들에서 상영하고 있는데, 아마 이 글이 올라갈 때 즈음에는 라이카 시네마 등 작은 상영관을 제외하곤 거의 내려가 있을 듯.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음악을 맡았고, 데이브드 브래들리, 이완 맥그리거, 케이트 블란쳇, 틸타 스윈튼 등 유명한 배우들이 대거 목소리를 연기했다. 극중 '피노키오'는 아직 생소한 배우인 그레고리 만이 맡았다. 제작자 명단에 짐 헨슨의 딸인 리사 헨슨의 이름이 있다는 게 꽤 흥미로웠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기본적인 스토리는 '피노키오'의 그것과 같지만 꽤 많은 부분이 각색되었다. 1910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제1차 세계대전이 주인공 제페토의 슬픔과 피노키오의 탄생과 엮여 있으며, 제페토의 아들 카를로의 죽음과 피노키오의 탄생이 소나무와 솔방울과 연계되어 있다. 특히 피노키오는 푸른 요정의 축복을 받은 몸으로 나무로 만들어졌지만 불사의 몸인데, 여러 번 죽고 다시 깨어나 제페토가 있는 곳으로 건너가는 이승과 (일종의)저승 사이를 반복하는 부분의 묘사가 좋다. 나무에서 태어난 피노키오가 여러 고초를 겪고 진짜 어린 아이가 된다는 큰 설정은 동일하지만 이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많은 부분이 델 토로의 입맛에 맞게(?) 각색된 편.
공개와 동시에 압도적인 호평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 일 테다. 피노키오 원작의 큰 골자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쟁, 아동노동과 같은 사회적이고 현실적인 소재를 잘 버무려 풍자화했고, 이 모든 것의 결말은 결과적으론 해피 엔딩이 되는 이야기. 특히 델 토로가 가진 판타지, 혹은 다크 판타지의 세계관을 확장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고, 새로운 크리쳐를 만들어내 스토리에 녹이는 연출 또한 유려하다. 이보다 좀 더 앞서 디즈니+를 통해 공개되었던 로버트 저메키스의 실사영화 <피노키오>가 완전히 폭망한 데 비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은 대성한 수준. 개인적으로는 전체관람가를 줘도 좋을까할 정도로 현실과 맞닿은 묘사와 서사가 많았지만 '델 토로'라는 이름 아래 어느 정도 무마(?) 가능한 수준이었다. 피노키오 스토리에서 더는 새로울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델 토로 본인만의 스타일과 취향 대로 잘 버무려져서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봤다. 델 토로의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호불호 없이 볼 이야기이며,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정도는 온가족이 모여서 봐도 좋을 영화라는 생각.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를 보면서 감독의 초기작인 <악마의 등뼈>가 정말 많이 생각났다. 델 토로 작품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고, 이 영화의 '피노키오'가 처한 상황과 너무 잘 맞아떨어져 <판의 미로>와 더불어 '아이와 전쟁 3부작'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니 이 시점을 계기로 <악마의 등뼈>도 제발 어디선가 서비스해주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