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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Feb 20. 2023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트롤리>


2월 초중순을 기점으로 즐겨보는 드라마들이 하나둘씩 마무리되고 있다. 평소에 다양한 한국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인데, 최근에 공중파나 케이블에서 방영을 마친 드라마들 혹은 후반부로 달려가고 있는 드라마들이 제법 추천할 만해서 아마 다음 달 중순까지는 드라마 추천을 제법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번 주 추천작은 바로 지난주에 16부작으로 종영한 SBS 드라마 <트롤리>. 윤리성을 따지는 가정의 실험인 '트롤리 딜레마'에서 제목을 따왔고, 김현주, 박희순, 김무열, 서정연 등 걸출한 배우들이 주조연을 맡았다.


과거로부터 도망쳐 새 삶을 시작한 김혜주(김현주)는 재선 국회의원이자 민생을 두루 살피기로 정평이 난 남중도(박희순)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간다. 어느날 두 사람의 아들 남지훈(정택현)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고 이와 얽힌 사건사고, 그리고 도망치고자 노력했던 과거가 김혜주의 앞을 가로막으며 딜레마가 시작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드라마의 전반적인 내용은 '선택'에 관한 문제가 주다. 드라마가 화두로 내미는 '트롤리 딜레마'의 가장 큰 주인공은 김혜주와 남중도로, 이중 결국 레버를 당기는 건 김혜주 쪽이다. 시종일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레버를 잡고 침울한 표정을 짓던 김혜주가 마지막에 이르러서 모든 걸 내려놓고 활짝 웃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묘미라고도 할 수 있다. <트롤리>의 초반부는 비교적 빠르게 사건이 진행되고 매 화마다 바뀌는 상황과 사람들의 가치 판단으로 인해 진땀을 흐르게 만든다. 비록 중후반부에 이르러 드라마의 중심 소재인 '트롤리 딜레마'는 다소 희미해졌지만, 드라마의 지향점은 변함이 없다.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남중도와 김혜주의 상황은 선의와 정의가 엉뚱한 피해와 피해자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트롤리>는 절대다수를 위한 희생을 선의로 포장하는 사회의 면면에 일침을 가한다.


가장 인상적인 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레버'를 손에 쥐고 당기는 김혜주 캐릭터. 누명을 쓰고 고향에서 쫓겨난 그녀는 도망치듯 떠난 그곳에서의 기억을 정식으로 다시 꺼내 이야기하는 동시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모든 걸 다 잃을 수 있는 고발을 자신의 손으로 택한다. 이를 연기하는 김현주 배우와 그의 남편이자 국회의원을 연기하는 박휘순 배우, 이 모든 걸 알고 있고 있으면서 침묵을 종용하는 남중도의 수석보좌관 장우재(김무열) 배우. 이들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은 정말 영화 같이 유려하게 흘러간다.


<트롤리>는 모든 '선택'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수동적인 캐릭터인 김혜주가 종국에는 '열쇠'를 잡아드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과거의 망령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스스로 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며, 그와 동시에 말 그대로 '피해로부터 살아남은' 여성들끼리 연대하는 결말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어딘가를 멍하게 바라보거나 고민에 빠져있거나 어두운 방에서 눈물을 흘리는 김혜주가 자신과 비슷하지만 다른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보듬어 안고 그들의 터를 만들고 가꾸며 진정한 웃음을 찾는 마지막 장면. 그들을 괴롭힌 남성들은 사라지고 연대한 여성들만이 자리를 지킨 채 남는다. 선과 악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관계와 사건들이 촘촘히 엮여있어, 꽤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드라마가 되었다.


더불어 애정하는 책 수선소인 '재영 책수선'에서 <트롤리>의 현장 자문을 맡았다고 해서 이 드라마를 더 눈여겨 본 것도 있다. 극중 김혜주의 직업이 책 수선가로, 망가지고 찢긴 책을 꿰고 엮는 장면들이 꽤 공들여 등장하며 이는 드라마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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