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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Mar 13. 2023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더 글로리> 파트 2

*스포일러 있습니다.



장안의 화제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파트 2가 지난 주에 공개되었다. 작년 12월 경에 공개된 <더 글로리> 파트 1을 보고, 꽤 유려하고 생각보다 취향인 드라마라 모든 화가 끝나기 전에 추천한 적이 있었고, 몇 개월 만에 공개된 파트 2를 기다리며 종종 몇 개의 에피소드를 다시 보기도 했다. 파트 2인 나머지 회차가 한번에 공개된 날 파트 1과 2를 몰아 보려는 사람들이 많아 시즌 초반의 영상은 화질이 심하게 다운되는 현상도 일어났다고.


https://brunch.co.kr/@ekiria/342


아무튼, <더 글로리>의 나머지 파트를 오래 기다렸다. 파트 2의 공개까지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과연 남은 복수의 서사가 이만큼을 기다려 볼 만한 것일까 반신반의하며 파트 2를 정주행했다. <더 글로리>의 파트 1에서 주인공 문동은(송혜교)는 일련의 조력자와 함께 이른바 '복수 사단'을 만들었고, 문동은의 사람들이 파트 2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각자가 가진 목적을 달성하곤 하는데, 파트 1에서 이어진 떡밥을 파트 2에서 모두 깔끔하게 회수하는 느낌이어 만족스러웠다. 전체적으로 보면 '복수'라는 단어의 빌딩을 위해 꽤 무리수인 전개와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면들, 설정들도 더러 있었지만 <더 글로리>의 최종화인 16화에 이르러 1화부터 15화까지 달려왔던 모든 것이 촘촘하게 각개의 마무리로 정리되어 끝까지 즐겁고도 불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결말에 이르러 극과 크게 상관없는 멜로 씬이 난입한다든가, 파트 1에서 보여준 여러 가지 장점들이 제법 흐릿해지는 장면들이 많았지만, 드라마 전반을 놓고 보았을 때 끝까지 별다른 무리 없이 유려하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파트 1이 문동은의 과거와 학폭 피해에 초점을 맞췄다면 파트 2에서는 그 피해가 역으로 과거의 가해자들에게 돌아오며 하나씩 몰락해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복수가 진행될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좌절과 절망을 겪는 박연진(임지연)의 무리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파생된 파멸과 배신의 반복적 서사와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가족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부분도 눈여겨 볼만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식을 버리는 선택을 한 박연진의 친엄마와, 다른 사람의 핏줄이라는 걸 알면서도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도영과 예솔의 관계,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이었던 문동은의 친엄마와 복수를 마무리한 후 자살을 준비하는 동은을 막는 연인의 엄마 등 '가족'이라는 단어에 대한 다층적인 정의가 모처럼 활발하게 이루어진 한국드라마가 아니었나 싶다.




극의 가장 즐거웠던 점은 위의 캐릭터 포스터, <더 글로리>의 파트 2 티저트레일러가 공개되는 시점에 함께 올라온 포스터의 은유가 전부 파트 2에서 회수된다는 점이었다. 입이 막히고 눈이 닫히며 손발이 묶인 채로 모든 걸 잃어가며 끝내 정신까지 파멸에 이르는 과거의 가해자들의 말로가 정확히 이 캐릭터 포스터에 담겨있다.


파트 1과 파트 2를 이어보면 초반의 강렬함이 후반으로 들어가며 점차 사그라들고 개연성과 캐릭터의 당위성도 조금 흔들리지만, 결과적으로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유려하게 사용한 김은숙 작가의 복수극이라는 타이틀 내에서 제법 흥미로운 드라마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오랜만에 송혜교의 복귀작이라 반가웠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주조연 캐릭터들이 자신의 몫을 너끈히 해내고 있다는 점, 그러면서도 커다란 줄기는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 번쯤 관람을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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