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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Mar 06. 2023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계단:아내가 죽었다>



꽤 오래전에 본 다큐멘터리인데 최근에 웨이브에서 HBO 드라마 <스테어케이스>를 보면서 다시 꺼내 보게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계단:아내가 죽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을 뒤흔들었던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한 다큐멘터리로, 이 사건이 시작부터 끝까지의 모든 기록을 차분하고 집요하게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계단:아내가 죽었다> 제작 이후 이 이야기의 판권을 HBO에서 구매해 드라마 <스테어케이스>를 만들었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모두 '계단'에 집중한 제목인데, 이렇게 극과 다큐 두 개로 제작된 경우 보통은 극이 더 재밌지만, 이 경우엔 오히려 다큐멘터리가 훨씬 볼 만했다.


<계단:아내가 죽었다>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미국의 소설가 '마이클 피터슨'이 주축이 된 실화 사건을 다룬다. 마이클 피터슨은 새벽에 자택의 계단에서 굴러 숨진 캐슬린 피터슨을 발견하고 급히 911에 신고 전화를 하게 되는데, 추후 경찰과 검찰은 이 사건이 계단에서 굴러 일어난 사고사가 아닌 남편 피터슨에 의한 살인이라 판단하여 마이클 피터슨은 1급 살인죄로 기소되고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피터슨은 자신은 절대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그의 변호인과 함께 지난한 싸움을 벌이는데 이 소송은 무려 16년 가까이 이어지게 된다.


다큐멘터리는 사건이 일어난 당일 밤부터 시작해서, 마이클 피터슨의 마지막 재판이 이뤄지던 날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장장 15년이 훌쩍 넘는 기간 중에 사건의 판국이 여러 번 뒤바뀌고, 증인과 증거 그리고 마이클 피터슨의 과거사가 낱낱이 밝혀지면서 다양한 방향으로 수사와 검증, 그리고 논란이 이루어진다. <계단:아내가 죽었다>는 크게 세 가지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첫 번째 파트에서는 살인 자체의 결백을 따지며 두 번째 파트에서는 그로부터 몇 년 후, 새로운 관점으로 재수사와 두 번째 재판이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첫 번째에서 이어진 이야기를 뒤집어가며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마치 스릴러에서 추리로, 혹은 추리에서 르포르타주로 장르가 전환되어 다소 지난하고 고루하게 흘러갈 수 있는 흐름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세 번째 파트에서는 피터슨과 그의 변호인이 사건 마무리를 위한 일종의 협상을 논의하며 16년 동안 이어온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다양한 주장이 엇갈리고, 여러 가지 증거와 증언이 법정에서 공개되는 와중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내용의 다큐멘터리. 심지어 단일 사건을 소재로 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뒤흔든 희대의 사건이었기 때문인지 계속해서 땀을 쥐게 만드는 지점들이 많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 드라마 <스테어케이스>를 봤는데,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지점들이 실제만큼 현실적이지 않아, 아마도 극의 재미는 다소 떨어지는 것 같다. 범죄 심리나 법정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격일 다큐멘터리. 실제로 넷플릭스에서는 꽤 흥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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