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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Apr 03. 2023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길복순>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바로 지난 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 <불한당>과 <킹메이커>로 잘 알려진 변성현 감독의 신작이자 전도연의 원탑에 가까운 주연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앞선 두 영화로 변성현 감독에 대한 확고한 지지가 생겼기에 이 영화의 크랭크업부터 공개일까지 손꼽아 기다렸다. 전도연이 세기의 킬러로 나온다는 설정뿐만 아니라, 공개 전 인터뷰에서 감독은 '일종의 교육 영화'라고 말했으나 주연 배우 설경구는 '로맨스 영화'라고 밝힌 바, 이런 식이면 도대체 어떤 영화가 만들어진 걸까 즐거운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앞서 말한 전도연과 설경구 외 이솜, 구교환, 이연, 김시아, 김기천 등 걸출한 조연들이 한데 모였다.


변성현 감독은 워낙 연출 특히 편집을 스타일리쉬하게 하기로 유명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퀴어/헤테로의 장벽을 허무는 묘한 로맨스의 기운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하기에 <길복순>에서도 비슷한 것을 기대했다. 감독 말대로 교육 영화이기도 하고, 주연 배우의 말대로 로맨스 영화이기도 한 <길복순>은 이런 변성현의 장점의 집대성처럼 보인다. 앞선 두 영화로 어느 정도 변성현 감독의 취향을 짐작해볼 수 있었는데, <길복순>에서는 이런 취향을 보다 적극적으로 한층 더 깊고 짙게 전시한다. 때문에 쿠키를 포함한 러닝타임 자체가 다소 긴 편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을 만큼 즐거웠다. <더 글로리>와 마찬가지로 <길복순>도 넷플릭스라는 매체 안에서 자유롭게 행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 느낌.


흥미로운 것은 역시 액션. 사실 <길복순>의 티저 트레일러에서도 읽히는 것처럼 킬러 전도연의 액션은 예정되어 있으나 영화의 도움닫기일뿐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지는 않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전혀 딴판으로 액션 자체로 놓고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머릿속에 남는 장면들이 즐비했고, 그 액션의 합을 이어 긴 파노라마 작품처럼 직조해내는 편집이 정말 좋았다. 길복순이 상대방과 겨룰 때 머릿속에 떠올리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모두 직접 보여주는 장면도 그렇고, 길복순이 후배들과 합을 맞추는 장면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촬영과 미술 모두 <불한당>과 <킹메이커>를 작업한 디렉터들과 함께 했는데 그래서인지 모두 깔끔하게 맞아 떨어진다. 조명과 촬영 간의 묘한 긴장감이 보이던 장면들도 있어 즐거웠는데, 이 영화를 다 만들고 편집본을 보고 난 감독의 물개 박수가 멀리서 들리는 것도 같다(...).


전도연의 연기를 포함해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야 사실 말하자면 입만 아픈 수준. 특히 머릿속에서 그리던 킬러 전도연의 이미지를 가장 적확하게, 이를테면 최대치로 뽑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레일러와 스틸로는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전도연의 액션 장면들에 대해 꽤 여러번 곱씹어보기도 했다. 그와 별개로 마음속에 오래 남았던 건 역시 전도연과 이연 배우의 합, 그리고 전도연과 설경구의 합.




뱀발. 변성현 감독은 언제나 설경구 꾸미기(일명 설꾸)에 진심이기 때문에 설경구 캐릭터의 빌딩이 가장 눈에 확 들어오던 작품이기도 했다. 전도연과 맞붙는 유일한 캐릭터인 차민규를 잡아놓고, 앞으로 구르고 뒤로 굴러봐도 이미 이 캐릭터는 '설경구가 아니면 안 돼'라고 말하는 수준이라 배우와 감독의 팬 입장에서는 정말 기쁨의 눈물을 흘릴 밖에... 취향이 아닐 수는 있지만 취향이 맞으면 정신 못 차리고 휘감기는게 변성현 감독의 장점 같은데, 모쪼록 앞으로 만수무강(...)하시고 빨리 다음 작품 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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