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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Apr 10. 2023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성난 사람들>(Beef)



가로 사진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 드라마의 세로 포스터가 압도적으로 좋아서 가져와봤다. 이번 주 추천작은 지난주에 공개된 <성난 사람들>, 영문 제목 'Beef'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A24 제작의 10부작 드라마로, 한국계 작가인 이성진이 연출, 제작, 각본을 주로 맡았으며 각 에피의 연출과 각본에는 히카리, 제이크 슈레이어, 앨리스 주, 캐리 캠퍼 등이 참여했다. 스티븐 연과 앨리 웡의 주연으로 일찍 화제가 되었던 작품. 그밖에 조연으로 <엄브랠러 아카데미>로 익숙한 저스틴 민이 출연하기도 한다.


단번에 내용을 직감하게끔 하는 포스터답게, 그리고 한국 제목처럼 '성난' 두 사람으로부터 초래되는 이야기 영문 원제 'Beef'는 흔히 알고 있는 소고기라는 뜻과 함께 '불평을 하다, 불만을 표출하다'라는 뜻이 있는데, 기사를 찾아보니 'feud-오랜 시간에 걸친 논쟁이나 분쟁'으로 이 'beef'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성난 사람들>에서의 발화점은 대니(스티븐 연)과 에이미(앨리 웡)이 서로에게 내뱉는 욕설이며, '좋은 말 바른 말'을 쓰지 않은 두 사람의 인생이 돌연 한자리에서 꼬이고 얽히며 서로를 옥죄고 위협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제목처럼 <성난 사람들>은 '삶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다각도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데, 인상적인 건 역시 미국에서 아시아인들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매 에피소드마다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 작가가 한국계 작가고 주연 배우 또한 한국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시너지가 상당하다. 사소한 다툼이 원인이 되어 전혀 상관없던 두 아시아인 대니와 에이미의 삶을 관통할 때, 또 '같은 아시아인으로' 연대하게 되는 어떤 장면을 마주할 때 희열이 느껴질 정도. 초반 에피소드들은 이 싸움의 시발점을 집중하는 동시에 대니와 에이미 각자가 처한 무료한 삶의 굴레를 보여주는데, A24 특성(?)상 후반으로 갈수록 롤러코스터 타듯 한 황당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제일 즐거웠던 부분은 한인교회 커뮤니티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해프닝과 에피소드들. '교회'라는 커뮤니티 내에서 그야말로 날것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들이 너무 흥미로웠다. 더불어 이게 이민자들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 장면을 쓰는 작가/연출자나 연기하는 스티븐 연이나 얼마나 즐거웠을지를 절로 상상되어 정말로 즐거웠고, 미국 사회 내에서 한국과 커다란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는 기업과 사람들에 대한 유머와 힘이 드라마 내에서 파도치듯 느껴져 재밌었다. 한국 드라마보다 더 한국 냄새 짙게 나는 점이 장점이었는데, 거기에 블랙코미디 장르가 끼얹어지니 이 드라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지칠 대로 지쳐 간신히 움직이는 주조연들을 보고 있자니 동질감이 강하게 들기도 했고. 다른 건 몰라도 스티븐 연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정말 발군의 역할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정신 나간 사람들에 정신 나가게 만드는(!) 음악이 익숙해서 감독이 누군가 살펴보니 <미드 소마>의 음감이자 아리 에스터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더 헥산 클록. 매 에피소드마다 소제목이 굉장히 독특하고, 오프닝 타이틀의 이미지가 정말 강렬해 소장하고 싶을 정도. 평소 A24 제작의 영화들을 즐겨봤다면 정말로 취향 저격일 드라마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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