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스틸컷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민영 Nov 06. 2018

<화양연화>(2000)


<화양연화>의 모든 장면들은 굉장히 아름답다. 가끔 그 아름다움이 너무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다는 생각에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차오(양조위)와 리첸(장만옥)이 보여주는, 일종의 그들만을 위해 짜인 '듀엣' 공연을 보는 쾌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특히 살짝 인상을 쓴 차오의 위로 짙게 흐르는 담배연기나 형형색색의 치파오를 입은 리첸의 실루엣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너무나 매혹적이다. 영원히 <화양연화> 속에 그 모습 그대로 박제되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영화의 후반부, 차오와 리첸이 헤어지고 차오는 예정대로 싱가포르로 떠난다. 이후 리첸이 싱가포르를 방문하는데, 리첸은 차오가 집을 비운 사이 차오의 집에 들어가 어떤 물건을 가지고 나온다. 차오가 리첸과의 이별 후에 가져온, 그리고 리첸이 신기도 했던 슬리퍼다. 리첸은 차오의 공간에 잠시 머물다가 집을 떠나기 직전, 차오의 슬리퍼를 가지고 나온다. 마치 리첸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차오의 리첸에 대한 감정을 거두어들이는 듯, 그리고 그녀 자신도 남아있는 감정을 완전히 발화시켜버리려는 듯, 어찌 보면 굉장히 이기적인 한 여자의 결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굉장히 짧지만 과거의 감정에 대해 대처하는 옛 연인들의 올바른 클리셰로 사용되었던, 인상적인 장면.  

매거진의 이전글 <브로크백 마운틴>(200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