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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Oct 30. 2018

<브로크백 마운틴>(2005)

 


<브로크백 마운틴>을 볼 때마다 늘 한 번으로는 부족해 몇 번이고 돌려보는 장면이 있다. 바로 영화의 마지막, 잭과의 추억을 정리하며 한 장의 사진을 어루만지는 에니스의 오버 숄더 샷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갈등은 잭과 에니스의 관계가 심화되어가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잭과 에니스와 헤어지는, 다시 말해 잭의 죽음 이후에 증폭된다. 잭의 가족과 그의 대부분을 함께 했던 그의 연인이 공유하는 잭의 모습과 잭의 생전 가장 열정적이었던 순간을 함께 한 에니스가 기억하는 잭의 모습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에니스와 잭이 끌어안고 싶은 순간은 그들의 금지된 사랑이 고스란히 이루어지던 '브로크백 마운틴'에서의 나날들이다. 마치 환상과 실제의 경계가 나뉘듯 잭과 에니스가 브로크백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사회로 돌아오는 순간 두 사람의 사랑은 산산조각 난다. 브로크백을 찍은 에니스의 사진은 그곳에서의 추억을 통째로 가져올 수 없거나 혹은 가져와선 안 되는 에니스에게 허락된 단 하나의 유물이다. 에니스는 잭의 사진을 보며 그를 추억하는 대신 브로크백의 풍경을 본다. 브로크백의 사건을 통해 잭의 환상을 좇는 것이다. 사회의 금기가 갈라놓아 버린 두 사람의 우정 혹은 사랑은 에니스가 사진을 바라볼 때 봉인해제된다. 그제야 비로소 에니스는 죽은 잭을 향해 말을 건넨다. ‘Jack, I swear.' 사진을 보며 울먹이는 에니스의 숄더가 사라지면 환상의 브로크백과 실제의 브로크백이 충돌한다. 한 장의 사진으로 회상되는 두 사람의 브로크백이 엔딩곡과 함께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장면부터 영화의 엔딩 테마 두 곡이 더 흐를 때까지는 잭과 에니스의 추억이 암전을 통해 되살아나는 시간이다. 관객의 회상이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를 되살아나게 만드는, 내가 기억하는 많은 로맨스 영화 중 가장 처연한 엔딩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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