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스틸컷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민영 Oct 28. 2018

<오인/누명 쓴 사나이>(1956)

 

히치콕의 <누명 쓴 사나이(국내 번역은 '오인'>는 현대판으로 말하자면 스콜세지의 <특근>이나 마사유키의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와 같은 '재수 옴 붙은' 한 남자의 이야기다. 우연히 범인으로 지목받은 남자의 고군분투를 그린 이 영화는 영락없는 헨리 폰다를 위한 작품. 헨리 폰다가 빚어낸 순진한 사내의 연기는 실로 놀라울 정도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장면은 바로 위에 첨부한, 기적처럼 밝혀지는 범인의 모습을 드러내 주는 장면이다. 


누명을 쓴 채 자신의 생활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매니가 좌절하고 있을 때, 매니의 어머니는 그에게 '기도를 해보라'라는 말을 건넨다. 매니는 벽에 걸려있는 예수의 그림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여기서부터 범인의 얼굴이 보이는 시간까지 영화는 클로즈업과 소위 말하는 '이중인화'의 기법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힌다. 물론 이후에도 매니에게는 수많은 해결점이 남아있지만, 어쨌거나 매니의 사건에 희망이 보이는 지점은 어머니의 말-기도-신-범인의 얼굴과 같은 깔끔하고 냉철한 패턴의 반복이 시작되는 바로 이 장면으로부터 탄생한다. <누명 쓴 사나이>의 클라이맥스이자 사건의 중심이 다른 곳으로 전환되는 이 장면의 바로 뒤에, 진범은 다시 한번 범죄를 저지르려다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잡히고 만다.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매니의 얼굴과 진범의 얼굴은 전혀 닮은 면이 없다. 매니의 복장과 진범의 복장을 다르게 한다면 아마도 둘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분류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히치콕은 이 장면을 통해 매니와 진범의 공통점을 마법같이 창조해낸다. 이것에 관련해 고다르는 '드라마 그 자체다'라는 말을 붙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러브 레터>(199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