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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May 11. 2023

동북부 마니푸르 지역의 대규모 충돌 사태의 배경


오늘 인도대사관이 마니푸르 지역의 여행 자제 권고를 공지했다. 이 알림을 읽다가 문득 이 공지가 나온 뒷배경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뉴스를 통해 습득한 정보와, 원래 내가 알고 있는 마니푸르주의 정보를 적어본다. 이 글을 쓰게 된 배경에는 지난 4월 중순, 델리 현대미술관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마니푸리(마니푸르 사람)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불안한 노선을 타는 자신의 출생지 주를 이야기하며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열심히 일할 거라 말한 그 여성분의 말이 꽤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날 버스가 지독히도 늦게 도착한 건 어쩌면 굉장한 우연이자 필연이 되었을 것 같다.


인도를 제법 여행해왔고 하고 있으며, 또 앞으로도 계속할 나에게 마니푸르주는 익숙하고도 생소한 지명이다. 익숙한 이유는 델리와 아그라 등 북부 주의 주도들에서 마니푸르 출신 사람들을 많이 마주했고 몇몇은 한인 식당과 호텔에 일하며 혼자 속 끓는 일을 많이 당했고(그렇다, 한국인에게 당한 것이다) 생소한 지명은 내가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주이기 때문이다. 마니푸르를 여행의 목적으로 가는 한국인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그러니 나도 그렇다.


마니푸르주는 인도 동북부에 위치하고 임팔을 주도로 한다. 마니푸르는 미얀마와 국경을 바로 맞대고 있기 때문에 외모는 미얀마와 비슷하다. 살짝 보면 네팔분들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넓게는 한국인들의 외모와도 닮아있는 분들도 많다. 그 때문에 마니푸르주는 역사적으로 인도령이나 버마(미얀마)령이냐를 씨름해왔던 주다. 특히 꽤 오랜 시간 인도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노력했고, 비교적 최근까지도 이로 인해 사람들이 사망했을 정도로 외부인의 입장에서는 다소 불안한 주이기도 하다. 마니푸르에서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정말 찾기 힘들며(내셔널 스타디움이 있기에 아주 수요가 없는 건 아니다), 대다수가 농경에 의존하는데, 그것도 포화점이 있기에 젊은 사람들은 마니푸르를 떠나 다른 주로 이전해 일을 많이 한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마니푸르가 인도로부터 독립하고 미얀마에 편입되었다면 현재의 비운과 다른 길을 걷지 않았을까 싶다. 이곳에서는 여성 범죄도 참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차별로 인한 기록되지 않은 범죄는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불 탄 집과 마니푸르주 군인들이 메이테이 시위대에 수류탄을 던지는 모습


아무튼, 마니푸르주를 지금처럼 현재 집계로 55명 이상이 사망하고 2만 4천 이상의 엄청난 인구가 이재민이 되어 피난을 가게 만든 상황은 지난 4월 중순의 마니푸르주 고등법원의 결정 때문이다. 인도에는 헌법상 약자로 판정되는 부족과 그 지역사회에 보호 혜택이 있다. 이는 소외된 지역사회를 살리고자 하는 방안으로 '레저베이션' 제도, 즉 예약제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득이 거의 없는 낮은 카스트를 위한 제도다.


현재의 사태는 이 시스템을 두고 일어났다. 마니푸르의 50퍼센트 이상이 '메이테이족' 즉 주로 마니푸리라고 불리는 부족민이 차지하고 있고, 그 나머지를 쿠키, 나가스 등의 자잘한 부족이 차지하고 있다. 대다수의 메이테이족이 사는 곳이고 그들은 주도인 임팔에 몰려 있는데, 이 부족 사이에 잦은 싸움이 워낙 많기도 했다. 아무튼 얼마 전 고등법원이 저계급 예약제를 받는 부족에 마니푸르의 주 종족인 메이테이도 포함해야 한다고 결정했고, 이 엄청난 논란을 일으킨 발화점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안 그래도 밥그릇 하나를 가지고 눈치싸움을 하던 나머지 부족들은 주 부족인 메이테이 부족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메이테이 이외의 나머지 부족, 앞서 말한 쿠키, 나가스 등의(특히 쿠키) 부족들이 이 혜택을 마니푸르 전체의 입장에서 놓고 봤을 때 '주된 부족이자 메이저인' 메이테이가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시위가 일어났고, 메이테이는 메이테이대로 이 이익과 결정은 정당하다면서 서로 충돌한 셈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생존 싸움이 일으킨 유혈 사태. 크고 작은 부족이 생존권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상황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소수 부족도 있다. 이런 사태가 해결된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마니푸르주의 낙후를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행과 여행자와는 별개의 주이지만, 나는 북동부의 주들과 관련된 소식을 접할 때마다 방글라데시처럼 불안정은 할지언정, 인도로부터 독립해야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뭐, 속 사정은 이들 주에서 사는 사람들만큼이야 이해하고 알고 있겠느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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