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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Sep 22. 2023

인도의 국호 논란에 관해 (인디아 vs 바라트)

인도의 상징 중 하나인 델리 공항 전경

올해 G20의 주최국은 인도다. 지난 9월 초, 인도의 모디 총리가 G20의 주요 참가국 정상에게 보낸 만찬의 초대장에 'India'라는 국명 대신 'Bharat'라는 국명을 사용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를 통해 모디와 주정부 여당이 지지율이 떨어지니(실제로 지난 선거에서 석권을 약속한 지역에서 참패를 했다) 국호를 바꾸는 이상한 결단을 감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인도 국내에서나 외신에서의 주요 관점은 이런 정치적 맥락의 비판보다는 정말로 인도가 '국명'을 바꿀까 하는 것이다. 때문에 관련해서 주변인들 사이에 질문을 많이 받고 있는데, 이참에 생각을 한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우선, 인도에서 '바라트Bharat'라는 단어는 산스크리트어로 현재의 인도, 즉 '힌두스탄'을 나타낸다. 모디가 소속된 BJP 정당에서는 갑자기 국호 변경의 의지를 들이밀며 '인디아'라는 국명은 영국 식민지 시대에 도입된 것이며 이는 곧 주체적이지 못함의 상징이라며 G20 종료 후 안건으로 이를 올리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그에 대한 반발과 의문 또한 거세다. 야당에서 '모디는 인도를 바라트로 바꾸면 이후에 또다시 인도의 이름을 BJP로 바꿀 것이냐'는 비판을 쏟아붓고 있고, 인도의 저명한 석학들 또한 인도라는 브랜드를 내다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당부를 촉구했다. 국가의 국명을 바꾸는 것에 대해 9월 말 혹은 10월 초 즈음이면 정확한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현재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불투명에 가깝다. 인도 내의 다양한 매체들이 앞다투어 국명을 바꾸네 뭐네 하고 호들갑 열전을 벌이지만 사실상 인도 내에서 수근수근하는 언론들을 까뒤집어보면, 제대로 된 자료를 뒷받침하거나 의견을 면밀하게 짚어낸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말로 모디 총리 주재 하에 인도라는 국가가 국명을 '바라트'로 바꿀 것인가? 모디는 처음부터 불통의 아이콘이었고, 그는 그 흔한 청문회나 기자회견도 한 번 한 적 없으며, 각 부 주재의 장관들과 여러 안건에 대해 세밀히 검토하고 의견을 나누는 대신 항상 관저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속단했다. 그런 모디의 추진력(비꼬아 하는 발언이다)을 보면 '인도'가 '바라트'가 될 확률이 높다고 자문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모디가 현 상황을 밀어붙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한들, 결국 그렇게 되지 않을 확률이 크다는 의견을 보탠다. 인도가 바라트가 되는 과정은 터키가 튀르키예가 되는 과정과 전혀 다르며, 인도는 'India'라는 아주 널리 알려진 국명을 내려놓는 순간 스스로의 브랜드를 던져버리는 꼴이 되는 셈이니 말이다. 국명을 바꾸는데 드는 천문학적 비용도 마찬가지다. 이번 논란은 모디가 '자신들은 이렇게까지 인도, 진짜 인도를 생각한다'며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또는 민심을 잡기 위해 던져본 시도일 뿐, 그 이상의 가치를 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인도에 주권을 빼앗기듯이 의지하고 있는 주변 작은 국가들이나, 인도와 여전히 으르렁거리고 있는 파키스탄 그리고 중국에서는 차라리 인도가 '인디아'라는 고유 명사를 내다 버리고 '바라트'가 될 것을 희망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모디가 지난 카르나타카 주의 선거 때문에 골머리가 썩긴 썩고 있나 보네,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정치쇼라면 모디를 따라갈 사람이 역시 없지. 총선이 다가올 때마다 인도 내에서 일어나는 소수 종교 배척과 카슈미르 문제, 무슬림 탄압 등을 보고 있으면 참 답답하다. 답답한 마음은 현재의 한국도 비할 데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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