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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Oct 16. 2023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어셔가의 몰락>

*몇 가지 에피소드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크랭크인 때부터 기다려왔던 마이크 플래너건의 신작 시리즈인 <어셔가의 몰락>. 애드가 앨런 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호러 드라마다. 시리즈 제목 자체도 그렇지만 총 8개의 에피소드가 모두 애드가 앨런 포의 단편소설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검은 고양이'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 '고자질쟁이 심장' '황금충' 등 다양한 단편들이 메인 스토리인 '어셔가의 몰락'과 어우려져 펼쳐진다. 칼라 구지노와 케이트 시걸을 비롯해, 마이크 플래너건 작품에 등장했던 대부분의 배우들이 주조연으로 출연한다. 마이크 플래너건은 제작과 감독, 그리고 각본을 맡았다. 그리고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플래너건은 넷플릭스에서 아마존프라임으로 거처를 옮겼다.


<어셔가의 몰락>은 앞서 이야기했듯 앨런 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원작의 다양한 부분을 현대 버전으로 대부분 각색했기에 원작과의 연관성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제목부터 스포인 셈인 '어셔' 가문의 최후를 그리고 있음은 동일하지만, 그 과정과 시발점 등 전방위적으로 변주되었다. 가문의 모두가 죽어나가는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가문을 그렇게 만든 가문의 수장인 '로더릭 어셔'(브루스 그린우드)가 자멸의 길을 걷게되는 이야기가 골자로, 어셔 가문은 마약성 진통제를 세계적으로 보급해 윤리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부패하고 타락한 제약회사 가문으로 소개된다. 이들을 결과적으로 모두 사망에 이르게 만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으로 칼라 구지노가 출연해 일종의 길잡이, 혹은 내레이션적인 역할을 도맡아 열연했다.


어셔 가문의 모두가 결국 사망한다는 설정, 그리고 이 모두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맞는다는 설정 덕분에 플래너건의 시리즈 중 가장 잔인한 장면들이 다수 등장하는 시리즈다. 각각의 죽음이 모두 끔찍한 방식으로 펼쳐지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몇몇 어셔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파멸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설정을 캐릭터들에게 입혀 그 고어함을 더욱더 강하게 승격시켰다. 플래너건이 가지고 있는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설정들을 모두 포함한, 그리고 거기에 애드가 앨런 포의 소설에서 짙게 묻어 나오는 음울한 분위기를 더해 호러 팬, 혹은 플래너건의 팬들에게는 종합 선물세트를 안겨준 셈이다. 특히, 모든 회차가 앨런 포의 소설을 인용했으나 작품들과는 별개 혹은 전혀 반대의 분위기로 진행되다가 돌연 해당 원작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연출과 아이템의 활용이 인상적이다.


마이크 플래너건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했던 시리즈들이 보통 그렇듯 <어셔가의 몰락> 또한 완벽한 '웰메이드 호러'라 할 수 있다. 모든 죽음을 후반부에 배치해 '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라는 제목을 그 죽음 이후에 배치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변주를 위해 직전의 회차보다 더 잔인하고 강렬한(!) 인상을 심도록 충격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등의 흐름이 굉장히 좋았다. 특히 6화인 '황금충' 회차의 후반부 거울 장면은 <어셔가의 몰락> 전체를 통틀어 플래너건의 장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어주는 장면으로, 현존하는 감독들 중 '거울'을 가장 잘 쓰는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유를 증명해준다. 이전 작품들처럼 클라이맥스 회차가 중반에 배치되어 있지 않고 마지막으로 빠져 있지만, <어셔가의 몰락>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에피소드를 뽑자면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황금충', 그러니까 태미 어셔의 에피소드를 꼽고 싶다.


<어셔가의 몰락>은 한 편의 기이한 소설로부터 출발한 만큼 캄캄한 어둠을 바라보는 듯한 음침하고 음습한 분위기가 전반에 퍼져 있는 드라마다. 어셔가의 모두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플래너건의 전작들에 비해 다분히 사회비판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비유는 '옥시코돈' '펜타닐' 등의 실존 약물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되며, 또한 드라마 <돕식>과도 궤를 같이한다. 일종의 '거래'를 하며 자신과 자신의 자손, 그리고 어셔의 이름을 달고 태어나는 모든 자손들을 파멸로 이끈 로더릭 어셔와 매들린 어셔가 거대 제약회사를 설립해 부를 축적했다는 설정과, 그 '거래'의 시점부터 어셔가 모두에게 정해진 미래에 관한 설정들은 낡은 우화를 열어보는 기분이 들도록 연출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물론 '우화'나 '동화'라고 하기엔 굉장히 잔인하지만.


어쨌든 <어셔가의 몰락>은, 호러 장르 내의 그의 입지를 명실상부 보여주는 작품이다. 누구나 다 알 만큼 유명한 고전 작가들의 소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기대에 꼭 맞는 작품을 선보이는 건 역시 플래너건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넷플릭스에서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이 작품이 너무 좋아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수차례 돌려봤을 정도다. 공포영화 팬이라면 결코 놓쳐선 안 되는, 올해 최고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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