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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Oct 23. 2023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로알드 달 단편선


이번 주 추천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되었으며 웨스 앤더슨 감독이 연출한 '로알드 달' 단편 시리즈인 <기상천외한 헨리 슈가 이야기>, <백조>, <독> 그리고 <쥐잡이 사내>다. 2021년 넷플릭스는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를 약 9,200억의 자본을 투자해 매입했으며, 웨스 앤더슨의 이 네 편의 단편 프로젝트는 그 직후 제작이 결정되었다. 웨스 앤더슨은 이로써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를 제작한 이후 두 번째 로알드 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을 만들게 된 셈. 이 네 편은 모두 하나로 엮여 장편으로 제작될 예정이었으나, 중간에 여러 논의를 거친 이후 계획을 바꿔 각각의 단편으로 완성되게 되었다. 네 편 모두 웨스 앤더슨이 연출했으며, 랄프 파인즈, 베네딕트 컴버배치, 데브 파텔, 벤 킹슬리 등이 주연을 맡았다. 제작사는 인디안 페인트브러쉬와 넷플릭스(여담이지만 '인디안 페인트브러쉬'는 인도와 전혀 관련이 없는 회사이며 웨스 앤더슨과 작품을 같이 해온 제작사).


<기상천외한 헨리 슈가 이야기>와 <백조>, <독>, <쥐잡이 사내>는 모두 웨스 앤더슨 특유의 맛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 편당 모두 37분, 17분 정도의 짧은 이야기로, 여러 권으로 된 팝업북을 휘리릭 읽듯 가볍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웨스 앤더슨은 이 네 개의 단편 모두 16mm 필름을 촬영하며 내레이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는데, 때문에 단막극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파스텔 톤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과, 연극 무대처럼 변화무쌍하게 뒤바뀌는 배경들, 인형과 인간의 사이를 오가는 듯한 배우들의 집합 등을 보고 있으면, 소위 말해 'KTX를 타고 가면서 봐도' 웨스 앤더슨의 영화임을 알 수 있다. 장편에서는 서사의 흐름을 위해 자제할 수밖에 없던 모든 것을, 이 단편들에서 가감 없이 풀어 보여준 셈이다.


개인적으로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후로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네 편의 단편 앞에서는 역시 속수무책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어릴 때부터, 그리고 여전히 너무도 좋아하는 작가인 '로알드 달'의 아주 미스테리하고 기이하며 다분히 동화적인 단편을 골라 제작했다는 설정부터 그렇다. 각각의 영화들이 워낙 짧아 줄거리를 이야기하기도 좀 뭐하지만, 로알드 달이나 웨스 앤더슨 둘 중에 어느 하나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무난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 되기도 한다.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왔던 로알드 달의 작품, 또 그 틈새에서 인간의 추악함이나 섬뜩함의 감정을 놓지 않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기에 웨스 앤더슨 특유의 표현방식이 찰떡처럼 달라붙는다.


네 편의 단편 가운데 가장 메인인 <기상천외한 헨리 슈가 이야기>는 특히나 소설 특유의 감칠맛을 고스란히 살렸다. 빈티지 팝업북을 펼쳐 보여주고 읽어주며, 또 작가의 개입으로 그 이야기를 마무리한다는 설정이 몹시 재밌다. 네 편 모두 로알드 달의 말을 빌어 '실화에 기반했다'는 이야기 또한 흥미롭다. 이 단편을 통해 본인 이야기보다 각색에 더욱 능한 웨스 앤더슨의 숨겨진(...) 재능이 발견되기도. 적어도 로알드 달에 가장 최적화된 감독이 웨스 앤더슨이라는 것에 이견은 없다. 이 단편들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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