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더 마블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한계를 자명하게 드러내는 평작이 되었다. 페이즈 4에 들어서면서부터 제작되고 공개된 수많은 시리즈들을 모두 챙겨봐야만 본편의 영화에 대한 배경이 명확히 이해될 수 있음에 대한 비판은 이미 예전부터 있었고, 오히려 마블의 영화보다 시리즈를 선호하는 나에게 그건 그다지 큰 단점은 아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나 그보다 더 이전에 샘 레이미가 심폐소생술하다시피 살려놓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외의 마블의 최근작들은 모두 처참히 실패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보자면 <더 마블스>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고 페이즈 4의 드라마들이 모두 흥행했냐고 묻는다면, 그것 역시 아니라는 게 문제다.
<더 마블스>는 지금까지의 MCU 영화들 중 드라마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단단하게 엮어있는 영화다. <완다 비전>에서 출발해 <미즈 마블>을 거쳐 <호크 아이>나 <시크릿 인베이전>까지 주행해야 이 영화의 모든 장면과 발단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애석하게도 역대 최고로 짧은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탓에, 그 모든 압축된 설명의 더욱 압축된 버전만을 관객은 볼 수 있을 뿐이다. 캡틴 마블을 포함해 모니카나 미즈 마블인 카밀라 등 특정 캐릭터에 대한 대단한 애정이나 흥미가 없다면 <더 마블스>는 그저 마블 페이즈 4와 5의 전후 사정을 축약하고 응축한 소개 영상처럼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물론 <더 마블스>가 충족시켜주리라 예상했던 부분들은 장점으로 작용한다. 캡틴 마블의 서사와 캐릭터성은 이전보다 다채로워졌다. 강제적인 '점프 포인트'의 발현으로 캡틴 마블과 모니카, 그리고 미즈 마블이 서로 얼키고 설키게 되는 부분 덕분에 캡틴 마블의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게 된 셈이다. 그와 더불어 드라마를 통해 성공적으로 등장한 새 어벤저스, '미즈 마블' 카말라 칸의 공식적인 데뷔와 맞물려 드라마에서의 매력을 고스란히 영화로도 보여주는 지점들은 몹시 즐거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이 '미즈 마블'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더 마블스>가 어느 정도 수긍 가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지점, 심지어 박서준이 연기한 '얀' 캐릭터까지 대부분 실패한 영화로 느껴진다. 정확히 말해 '실패'라기보단, 별 볼일 없는 MCU 영화들을 답습하는 느낌이다. 캡틴 마블의 캐릭터성은 풍부해졌을지언정 그녀가 <캡틴 마블>을 통해 끌고 왔던 주체성이나 페미니즘적 요소, 그 자체로 증명할 필요 없이 존재하는 어떤 가치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사그라들었고, 캡틴 마블과 모니카, 미즈 마블을 이용한 풍족한 액션을 기대했지만 그마저도 실행되지 못했다. 줄거리 요약 채널을 보는 듯 너무 빨리 원인과 결과를 찾아버리는 서사, 캐릭터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메인 빌런인 '다르-벤', 수많은 귀여운 플러큰(고양이)들의 등장으로 소위 '퉁치고' 넘어갈 수 없는 빈 서사와 부족한 디테일 등등. 스위치 액션도 더 나갈 수 있는데 나가지 못한 느낌이 들고, 무엇보다 주인공 셋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가장 아쉽다. 여성 팀업 무비로는 어느 정도 만족했지만 지나치게 복잡한 MCU 세계관 때문인지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실패와 고전만을 답습하는 최근의 MCU작들의 연장선 때문인지, 아쉬움이 더없이 느껴지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