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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Nov 15. 2018

진심의 시작

 누구나 자전거를 가지고 싶어 떼를 쓰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나도 그 나이 때 즈음 엄마를, 삼촌을, 할아버지를 졸라 세 발 자전거를 가지게 되었고 한동안 신나게 타고 다녔다. 하지만 그때가 자전거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시기는 아니었다.


 초, 중, 고등학교 내리 입시를 거치며 나는 집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에 다녀야 했고 자전거는 까맣게 잊게 되었다. 대학교에 입학해서는 자전거를 생각하기는커녕 매일 누구와 어디서 어떤 술을 마실까에 대한 고민만 했다. 배낭여행에 빠져 한국에 붙어 있을 겨를이 없었을 때도 자전거를 타긴 했지만 그냥 그뿐이었다.

 그러다 장기여행에서 만난 사람과 한국으로 돌아와 연애를 이어가며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했다. 시작은 자물쇠 없이 바깥에 두어도 사흘은 멀쩡할 것 같은 싸구려 하이브리드였지만 그 자전거로 20km 출근길을 열심히 왕복했다. 어느 날 자전거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중고 카페를 뒤져 '로드바이크'라는 것을 사게 되었다. 내가 로드바이크를 사는 것을 지켜보던 남자친구는 '그런 건 선수들만 타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의 자전거는 밖에 너무 오래 방치되어 안장과 앞바퀴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고, 나는 여전히 열심히 자전거를 탔다. 그로부터 반년 후 그와는 헤어졌다.


 그때부터, 자전거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세 번째 자전거가 나에게 왔던 날, 4년을 사귄 남자친구와 건조하게 헤어지던 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절한 속도로 자전거가 나의 문을 똑똑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 곳의 글들은 자전거를 중심으로, 러닝, 수영 등의 운동들을 진심으로 좋아지던 순간부터의 기록이다.



(Photo by 레케아 RAK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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