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대하여
자전거를 타다 보면 종종 맞바람을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 나는 자전거룰 주로 출퇴근에 이용하는 편인데, 왕복 30km 정도 되는 구간의 반 정도를 맞바람을 맞으며 주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맞바람, 혹은 역풍이라는 게 그리 기분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종종 곤란할 때가 생기곤 하는데 이를테면 빠른 시간 내에 출근, 혹은 퇴근을 해야 할 때가 그렇다. 이런 경우에 맞바람을 잔뜩 안고 주행하는 건 정말 곤란을 넘어 짜증에 가깝게 여겨지곤 한다. 그럴 때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그 속도 그대로 밀고 나가면서 주행하느냐 혹은 속도를 낮추고 맞바람을 적당히 맞고 피하며 주행하느냐. 전자는 아무래도 힘이 들고 쉽게 지치며, 후자는 힘은 덜 들지만 그만큼 주행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자전거 출퇴근이 많은 달에 맞바람을 자주 만나며 매번 이런 고민에 빠지곤 하는데, 컨디션이 좋든 좋지 않든 나는 대체로 후자를 택하는 편이다. 미리 조금 늦을 것을 감안하여 최대 속력으로 맞바람이 불지 않는 구간을 주행하고, 그 이후에 맞바람을 만나게 될 것 같은 구간에서 최대 속력에서 힘 쓴 만큼의 경험치를 빼내어 버린다. 맞바람에 맞서 싸워봤자 언제까지 그 구간이 이어질까 가늠하기도 힘들고, 힘 쓸 바에는 그냥 적당히 쉬며 감정적인 소모를 줄이자는 쪽이다.
오늘은 맞바람을 맞고 돌아오면서 맞바람과 연애의 크고 작은 다툼이 꽤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태도, 그러니까 후자를 택하는 것을 종종 비겁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들이 말하는 '비겁'의 변수가 주는 스트레스를 별로 견디고 싶지 않아서- 정확히는 '귀찮아서'- 이리 피해보고 저리 피해보고를 반복하고 있다. 때로는 정면충돌이 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맞바람'의 구간을 마음을 비운 채 어지간하면 편하게 넘어가고 싶다. 그러다 보면 때때로 언제 그랬냐는 듯 맞바람이 없어지고 뒤에서 주행을 도와주는 시원한 바람이 불 때가 있으니까.
사실 맞바람에 정면 대응하지 않고 적당히 피해 주며 주행하는 건 여러모로 주행자에게 도움이 된다. 최대로 내던 속력을 조금만 낮추면 주행 중에 간과하던 것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른쪽 팔에 모기가 앉았거나 검댕이 묻었거나, 혹은 숨을 지나치게 크게 쉬고 있는지 호흡은 적절한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건 맞바람이 만나 자전거를 주춤하게 때가 가장 적기가 아닐까 싶다.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든지 혹은 지나치게 신경 쓰고 있는 것들을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고 해야 할까,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맞바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더운 여름날에는 때때로 오아시스같이 느껴질 때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말 예기치 못한 맞바람은 웬만하면, 정말 어지간하면 피하고 싶다. 특히 앞뒤 살핌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최대속력으로 주행하는 사람이라거나 야밤에 핸드폰을 보며 한강 자전거도로를 걷는 사람, 아니 그런 '연애'들은 별로 마주하고 싶지 않다. 그럴 때는 크게 그 자리를 우회할 밖에. 혹은, 그 바람이 사라질 때까지 조금 뜸을 들이며 기다릴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