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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May 06. 2024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히라만디:다이아몬드 시장>

이번 주 추천작은 올해 넷플릭스 공개 라인업 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가 컸던 넷플릭스 인디아의 오리지널 시리즈인 <히라만디:다이아몬드 시장>. 여성 배우, 장신구, 그리고 사리(인도 전통 복장)에 '미쳐있다'는 밈으로 유행하고 있으며, 자타공인 인도 극강의 아름다움을 다루는 일에 정말로 '미쳐있'기도 한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의 최근 작품이다. 산제이 릴라 반살리는 이 '히라만디' 프로젝트를 무려 14년 전에 처음 구상했다 밝힌 바 있으며, <히라만디: 다이아몬드 시장>은 지금까지 자신의 업적 중 가장 큰 프로젝트라고도 이야기했다. 한화로 약 330억 이상이 투입된 작품으로, 지난 5월 1일 넷플릭스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산제이 릴라 반살리는 인도 영화에서 흥행 보증수표인 감독이니만큼, <히라만디:다이아몬드 시장>은 인도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반살리의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다. 더불어 일찌감치 마니샤 코이랄라, 소낙시 신하, 아디티 라오 히다리, 파리다 잘랄 등 인도 내 걸출한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히라만디(Heera Mandi)'는 현재 파키스탄 라호르에 실존하는 지명 이름으로, 무굴 제국 기간에 성행했던 홍등가이자 연예 시장이 집결되는 곳이었다. <히라만디:다이아몬드 시장>은 제목 그대로 이 '히라만디'에서의 삶, 정확히는 히라만디 구역에 속하는 '타와이프', 즉 한국으로 변환하자면 고급 기생이자 연예인인 여성들의 삶을 그린다. 영국의 지배가 한창이던 시절인 1940년대를 현재로 삼고, 1910년까지 폭넓게 수용한다. 히라만디는 현재는 파키스탄에 속하지만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열되기 전에는 인도반도라는 지명 아래 같은 국가였다. 이 시기의 타와이프들은 인도반도 내의 통치자들 뿐만 아니라 대륙을 지배했던 영국의 간부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는데, <히라만디:다이아몬드 시장>은 이 얽히고설킨 다양한 관계들을 여성 중심으로 풀어내는 시대극이다.


전작인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과 비슷한 결의 시대극이며 그 전에는 <파드마바트>를 제작했기에 반살리 감독의 제작 흐름이 시대 장르로 편파적이다는 비판이 다소 있었지만, 그런 걱정과 우려를 떨쳐낼 만큼 <히라만디:다이아몬드 시장>은 압도적이다. 후반부터 훅 꺾어지는 결말과 전체적인 스토리의 빈약함이 드러나는 구조지만, 이러한 단점을 다소 희석시키는 장점이 바로 이 드라마의 세계관인 '장식들'이다. 1940년대 라호르의 히라만디를 가장 입체적인 방법으로 구현해내면서도 주연인 말리칸, 파리단, 비보, 알람 등 각각의 여성들을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연출이 돋보이는데, 시대와 장소 그리고 장르를 장점의 요인으로 감안하고 본다고 해도 몹시 매력적인 동시에 모두의 시선을 빼앗을 만큼 반짝인다. 특히 매 화에서 반복되는 '타와이프'들의 공연은 그야 말로 황홀할 지경이다. 인도의 전통문화나 복식 등이 반살리 감독의 치밀한 디테일에 맞춰 제작되었기에 인도 문화의 팬들은 만족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 외에 서사의 개연성과 타당성, 혹은 몇몇 인물들의 행동 동기에 있어서는 충분한 해답을 주지 못하기에 마지막은 다소 두루뭉술하거나 몰아치듯 끝나버려 아쉬운 지점이 있다. <히라만디:다이아몬드 시장>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웰메이드'라고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나 반살리 감독이 주장하는 '여성의 상징들'에 대해 <히라만디:다이아몬드 시장>은 보다 명확하고 정확하게 주장하고 있으며, 이 점이 다른 감독의 작품들과 차별되는 지점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히라만디:다이아몬드 시장>에서 또한 반살리 감독은 여성들의 권리와 투쟁, 그리고 운동을 아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실제로 인도 독립 투쟁의 역사 속에서 지워진 여성의 이름들이 많고, 현재까지도 많은 여성학자들이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기록하려 애쓰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인도 내 대중문화 속에 이 노력을 얹어 풀어보여주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도 '근현대 인도의 여성'이라는 아주 좋은 번역서가 발간되어있는데, 이 책에 대한 소개는 따로 공들여 짚어보려고 한다.)


전반적으로 압도적인 비주얼로 승부하는 드라마이긴 하지만, 반살리 감독의 첫 스트리밍 시리즈 작품으로의 입지를 다지기엔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다만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차치한 채로 바라보는 <히라만디:다이아몬드 시장>의 면모는 몹시 아름답기에, 주제보다 이런 장식들의 요소로 기능하는 인도 시리즈 혹은 시대극을 즐기고 싶다면 여지없이 추천할 만하다. 사실 <히라만디:다이아몬드 시장>과 같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보고 있기만 해도 즐겁고 황홀한 작품이 넷플릭스 인디아에 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며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의 등장은 꽤 주목할 만하다. 어쩔 수 없이 전작인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 지점들이 있고 그런 점에 있어 다소 빈약한 부분도 있지만, 여성의 투쟁과 독립적 성향이 돋보이는 시대극, 혹은 그에 대해 말하는 시대극은 흔치 않기에 현대 인도 영화에서 반살리 감독의 중요성이 다분히 빛나는 소중한 작품이기도 하다.



* 추가로 이 드라마를 즐기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점. <히라만디:다이아몬드 시장>은 1940년대 인도반도의 라호르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또한 힌두스탄 독립에 대해 이야기하는 역사물이기에, 드라마 내에서 사용되는 언어들은 현대 인도 시리즈나 드라마에서 드러나는 그것들보다 훨씬 더 정제되고 정확히 발음된다. <히라만디:다이아몬드 시장>에서 구사하는 언어는 '힌두스탄어'로, 사실상 뿌리가 같은 우르두어와 힌디어를 통칭하여 솎는 언어이기도 하다. 때문에 힌디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무슬림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언어도 함께 혼용되어있는데, 그건 이 시기에 이 지역의 종교적인 특성과도 관련이 높다. 힌디어를 기반으로 구사하는 배우들이 대부분이지만 다른 영화에서와 달리 조금 더 격식있는 언어를 골라 발음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특히 네팔에서 출생했으며 타밀어와 힌디어를 함께 구사하는 마니샤 코이랄라 배우의 등장 장면마다 이러한 장점이 더 정확하게 어우러져 꽤 재밌었다.


또한 인도 문화 내에서 '타와이프'의 등장은 생각보다 자주 있었다. 이미 유명한 <데브다스>를 포함해 193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정말 많은 흥행 영화들에서 타와이프를 주연 혹은 조연으로 등장시키며 묘사했기에 타와이프는 꽤 친숙한 소재이기도 하다. 타와이프는 수 세기 동안 존재했으며 종교와 왕궁의 행사에 초대되기도 하는 등 막강한 권력을 누린 타와이프들도 많았다. 비교하자면 일본의 게이샤와 비슷한 면모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힌두스탄 내에서 타와이프의 확장과 발전 그리고 소멸의 면모는 그와 다른 지점들이 많기에 단순 비교의 대상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히라만디:다이아몬드 시장>에서의 타와이프들은 영국령 내에서의 타와이프들이기에 그 권위와 기세가 다소 꺾이는 시기로 묘사되었다. 다시 말해 영국의 식민지 이전까지의 타와이프들은 무갈들과 다름 없는 권세를 누린 자들도 많은데, 이를 퇴폐적이며 사회 문란적이라 묘사하고 창녀로 적극 치부한 것이 식민 정부 시절부터라는 것이다. 타와이프는 드라마에서도 다루듯 실제로 반 영국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 시기의 타와이프들은 1980년대에 들어 점차 소멸의 길을 걸었다. 이 타와이프의 일부는 인도 영화의 생성과 부흥에 맞물려 영화배우로 업을 바꾸기도 했으나 완전히 지속되지는 못했다. 몇몇은 카타칼리 등 전통 무용수로 변화를 꾀하긴 했지만 타와이프들이 모여 사는 곳은 식민 시절을 지나오면서 멸시의 대상이 된 지 오래였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공연, 무용 등으로 갈래갈래 찢어진 타와이프들은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과거의 타와이프들이 일궈놓은 독립운동의 씨앗과, 타와이프들을 통해 전수되고 발전한 문화적 가치에 대해 적극 연구하는 기관이 인도에 많이 생겨났다. 반살리 감독은 이 타와이프들의 묘사에 좀 더 사실성을 부과하기 위해 몇 파키스탄 배우들을 캐스팅 물망에 올렸지만, 여러 이유로 무산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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