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한재림 감독의 첫 번째 드라마 연출작인 <The 8 Show>(더 에이트 쇼). 특유의 독특한 그림체와 다양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작업하는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합쳐서 각색한 드라마다. 배진수 작가의 웹툰을 기반으로 드라마화가 예정되어있다는 건 오래전에 알았으나 그 자체에 대해서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역시 전작인 <비상선언>의 여파. <비상선언>이 너무도 충격적이게 별로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드라마의 하향곡선. 개중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만이 해낼 수 있는 재미난 시도들이 몇 있긴 했으나 <선산>부터 <기생수:더 그레이>(이건 정말 올해 최악의 드라마 중 하나였다), <종말의 바보>까지 슬쩍 봐도 거대 자본이 투입되었을 법한 작품들이 족족 흥행에 실패했고 상당히 낮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2023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국내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에 대한 기대치 자체가 낮았다. 그런 와중에 <더 에이트 쇼>를 선택한 건 류준열 배우를 제외한 나머지 주인공 7명인 천우희, 박정민, 이열음, 박해준, 이주영, 문성희, 배성우 배우들의 케미와 원작 웹툰에 대한 호감 때문이었다. 12부작도 10부작도 아닌 8부작으로 다소 깔끔하고 짧게 떨어진다는 장점 또한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더 에이트 쇼>는 제목 그대로 '8', 즉 8명의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일정 시간을 버텨내 생존하는 게임을 골자로 한다. <더 에이트 쇼>의 원작 중 하나이자 배진수 작가를 스타덤에 올린 웹툰 '머니게임'은 압도적인 대중의 지지와 호평을 받았지만 후속작인 '파이게임'은 그러지 못했는데, 이 두 원작의 장점이 드라마에 고스란히 녹여있어 꽤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더 에이트 쇼> 관람에 앞서 <오징어게임>과 같은 장르의 드라마가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넓게는 그 <오징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드라마로, 자극적 숏츠가 난무하는 지금의 세계와 그런 부류의 매스미디어를 다루고 만드는 사람들을 폭넓게 비판하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나는 <오징어 게임>에서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돈이 이유가 되어 시작되는 게임이지만 자본주의나 자본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며, 시작은 코미디로 시작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호러가 되는 상당히 독특한 장르의 드라마다.
'한 사람이 죽으면 끝나는 게임'이라는 이 '에이트 쇼'의 룰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있어야 할지 모르는 이 좁은 공간과 한정된 자원 안에서, 쇼의 참가자들은 쇼가 끝날 것이 두려워 서로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대신 서로를 '죽지 않을 만큼'까지만 괴롭힌다. 다양한 사고와 가치를 가지고 각자 다른 상황에서 생존해온 인간들이 한곳에 얽혀 지내다 보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계급 관계, 무리 짓기 등이 폭넓게 발생하고,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들을 합심하거나 혹은 배신해 대응하는 걸 바라보는 게 꽤나 자극적이다. 사실 그렇다. <더 에이트 쇼>는 정말로 '자극적'이다. 하지만 그 자극의 시발점이 개개인으로부터 시작되고, 그를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주최 측은 전혀 이 게임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쇼와 이 드라마를 바라보는 '우리'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
또한 앞서 이야기했듯, 쇼의 주인공인 배우들에 대한 호감이 있거나 이들의 팬이라면 반드시 만족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캐릭터 해석 능력들이 모두 출중하다.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다가 무릎을 탁 치며 나를 놀라게 한 건 7번 박정민 배우였고(이 분 때문에 극이 갑자기 확 코미디로 바뀌는 장면이 아주 많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 8번인 천우희, 극중 '공공의 적'이었기도 한 천우희 배우의 '미친년' 연기다. 현재 방영 중인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아주 재밌게 보고 있는데, 그 드라마와 연기 결이 180도 달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정말 <더 에이트 쇼>를 살린 8할은 천우희 배우에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밖에 영화나 드라마를 소비하는 사람들, 혹은 그것들에 푹 빠져있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늘 찾아헤매는 사람들이 즐거워할 장면들이 제법 많다. <더 에이트 쇼>는 그런 사람들의 단점을 폭넓게 비판하는 동시에, 주인공들과 개입하지 않는 제3자도 그들 중 하나이며, 인류는 죽을 때까지 '재밌는 이야기'를 찾아 헤맬 존재라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야 할까. 후반부로 가며 쇼가 고조될수록 폭력의 수위와 잔인성의 정도가 올라가니 그 부분만 주의하시면 되겠다. 오래간만에 마음에 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