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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Nov 30. 2018

잠실대교, 삼색 고양이

자전거에 대하여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와 자전거 도로가 합쳐지는 잠실대교 근처 지점에 고양이 시체가 하나 있었다. 별다른 외상은 없어 보였고, 끔찍하다며 지나갈 정도로 훼손된 것은 아니었으나 누가 봐도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라는 생각을 가질 정도의 모습이었다. 차들이 제법 다니는 구간이고 자전거도 지나가야 하는 구간이어서 그 앞에서 차들은 잠시 속도를 늦추며 시체를 살피고, 자전거들은 시체를 피해 주행하고 있었다. 자전거에서 내려서 횡단보도를 걸어갈 생각으로 클릿을 빼고 서있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라기보단 잠시 고민을 했다. 계속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깔려있는 저 시체를 바로 옆에 붙어있는 쓰레기통에 버리느냐 혹은 그대로 두냐를 말이다. 평소 죽거나 죽어가는 동물들도 많이 보았고 '죽음' 자체에 대한 공포라든지 막연한 동정심 같은 것은 없다고 자부해왔는데 어쩐 일인지 오늘은 좀 달랐다. 죽은 상태가 얼마 되지 않아 병균이 있거나 기타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너무 멀쩡해 보였고, 마침 며칠 전에 넘어진 이후 유사시에 대비해 뿌릴 수 있는 작은 소독제를 가지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비닐봉지에 싼 후 밀봉해서 폐기물 처리를 해야 옳은 방법이지만 비닐봉지 같은 것은 없었고, 결국 그 죽은 고양이의 등가죽을 살짝 들어 바로 옆에 삐져나와있는 네모난 쓰레기통에 넣었다. 손을 털고 소독제를 몇 번 뿌리고 클릿을 끼고 좌우를 살피며 바로 출발했지만 고양이의 등가죽을 들어 올리던 순간의 무게가 손마디 마디에 남아있는 것 같아 적잖이 고통스러웠다. 


그대로 잠실대교를 지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그 무게가 자꾸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죽은 고양이의 무게는 새털처럼 가벼웠고 그 고양이를 쓰레기통으로 옮기는 동안 내 주변에는 쌩쌩 소리를 내며 달리는 자동차 소리와 매연이 가득했다. 이런 경우를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몰라 한참을 그곳에 머물렀다. 삼색 무늬를 가지고 있던 고양이의 앞발을 보며 이런 것을 굳이 인간으로 태어남의 '예의'라고 명명하고자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사실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다. 늘 무심하고 차갑게 비슷한 경우들을 바라보던 나에게 있어 오늘은 좀 특별하고, 다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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