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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디즈니+ 추천작 - <강남 비-사이드>

by 강민영

이번 주 추천작은 작년 겨울에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인 <강남 비-사이드>. 202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공개된 후 디즈니+를 통해 8부작 전체가 순차 공개되었다. [열외인종 잔혹사], [메이드 인 강남] 등을 쓴 주원규 작가와 연출자인 박누리 감독이 공동 각본을 썼으며, 조우진과 지창욱, 김형서(비비) 등의 캐스팅으로 부산국제영화제 공개 당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제목에서 유추되듯 '강남'을 둘러싼 거미줄 같은 범죄와 악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드라마라 8회차 전부 청소년 관람불가로 책정되었다.


<강남 비-사이드>의 무대인 '강남'이 주는 이미지가 이 작품이 '버닝썬게이트'를 모토로 하고 있음을 알려주는데, 이 사건에 대한 비판은 전반부터 후반까지 고르게 퍼져있다. <강남 비-사이드>는 말하자면 강남의 밤, 그중에서도 클럽 내에서 이루어지는 성매매 및 인신매매와 마약에 대해 다루면서 이것들의 가장 상위층 커넥션인 '정치'와 '자본'에 대해 주로 말한다. 강남 내에서 일어나는 연쇄 실종 사건을 시작으로 클럽 에이스였던 '재희(김형서: 비비)'와 실종 사건을 좇는 강력계 형사 강동우(조우진), 사건을 조사하는 검사 민서진(하윤경), 강남 일대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브로커 윤길호(지창욱) 이 네 사람이 지독하게 얽히고 맞붙는 이야기다.


8부작이라는 짧은 호흡 덕분에 속도감 있는 전개와 시원시원한 서사가 <강남 비-사이드>의 가장 큰 매력이다. 거기에 더해 한 치의 빛도 없어보이는 아주 어두운 세계관 설정과 이 모든 걸 다채롭게 아우르는 안정적이고 폭발적인 연출력, 그리고 각 기둥을 받쳐주는 캐릭터들의 매력 등 드라마의 재미를 구성하는 몇 가지 박자들이 아주 유려하게 맞아떨어진다. 재작년에 공개된 <최악의 악>과 결이 비슷하지만(실제로 배우들도 비슷하게 겹치는 면모가 있다), 가장 큰 빌런이자 공공의 적을 가운데 두고 여러 인물들이 자의든 타의든 공조 수사를 하게 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클럽 VIP들과 정재계 인사들을 단골로 하는 이른바 권력형 범죄이자 조직이 일어나는 강남 바닥을 배경으로, 접점 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알아서 살아가던 미지의 인물들이 겹치는 지점이 <강남 비-사이드>의 클라이맥스인 동시에 가장 큰 장점인데, 이 지점들을 느와르 장르 특유의 미장센으로 아주 디테일하게 잡아냈다. 결말에 대한 호불호는 있는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속력있는 연출과 탄탄한 캐릭터성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공개 이후 지속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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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비-사이드>의 백미는 역시 주인공인 김형서와 조우진 배우. 박누리 감독은 일찌감치 김재희 역의 김형서 배우를 먼저 캐스팅하고 뒷부분의 대본을 집필했다 밝힌 바 있다. 큰 관점에서 전작들과 비슷한 궤도에 있는 인물을 연기했지만, 그 세계관이 훨씬 더 깊고 짙어진 느낌이다. 명실공히 '믿고 보는 배우'를 맡고 있는 조우진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을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아우르며 중심을 단단히 잡아내는 역할을 몹시 잘 소화했다.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살리는 현실감 높은 연기로 인해 조우진 배우의 인생작이라는 평가 또한 받고 있으니, 이 두 배우의 케미,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인 지창욱의 캐릭터 해석력 만으로 <강남 비-사이드>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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