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추천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앤지: 가짜 인생, 진짜 범죄>. 다소 작위적인 듯한 제목은 이 다큐멘터리의 영문 제목인 'Angi: Fake Life, True Crime'를 그대로 직역한 것이다. 2008년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현재 복역 중인 통칭 '앤지'라 불리는 마리아 앙헬레스 몰리나라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로, 좀 더 단편적으로는 '완전범죄'를 꿈꿨던 살인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앤지: 가짜 인생, 진짜 범죄>에는 두 개의 사건이 역순으로 교차된다. 두 사건 모두 '앤지'가 엮여있다는 것 외에 공통점이 없어 연관성에 대해 의심해 볼 소지가 있지 않았으나 역으로 이 유일한 공통점이 '앤지'라는 여성이 벌인 두 건의 살인, 앞서 말한 두 사건을 만들어낸 역할을 했다는 사실로 귀결된다. 피해자를 사칭해 여러 은행에서 대출과 생명보험에 가입한 앤지는 이 피해자를 사고처럼 보이도록 살인했는데, 2008년의 이 사건이 밝혀지면서 12년 전 앤지의 배우자가 사망한 사건도 그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단 두 편의 시리즈로 넷플릭스에 자주 등장하는 연쇄 살인 혹은 강력 범죄의 범인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치고 짧은 편이다. <앤지: 가짜 인생, 진짜 범죄>의 각 화는 2008년의 사건, 그리고 1996년의 사건 두 가지에 각각 초점을 두고 진행되며, 앤지라는 인물이 어떻게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현재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춘다. 여타의 범죄 다큐멘터리 구성과 비교했을 때 특출난 지점은 없으나 명확한 사건 분석, 그리고 속도감 있는 연출이 주목할 만한 흡인력을 만들어냈다. 더불어, 사건 자체에 대해서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사람들과 사건을 은폐하고자 하는 사람들, 정부의 비협조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 꼬집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