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익숙한 소리가 귓가를 강하게 때렸다. 시간은 오전 11시. 익숙한 영어, 익숙하지 않은 힌디어.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어딜까 하는 생각도 잠시, 눈 앞에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분명 엄청나게 커다란 눈, 검은 피부. 아 여기는 인도구나 라는 생각에 갑자기 숨이 막혔다. 평소에 들지도 않던 아주 작은 30리터짜리 가방을 하나 짊어지고 길 한복판에 서서 표지판을 바라봤다. 나 지금 뉴델리 공항이네. 나는 여기 왜 있을까. 잠깐 고민을 하고 생각을 떠올려보니 모든 게 분명해졌다. 아는 분의 도움으로 델리로 오는 편도 항공을 탔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델리에 도착한 것이다. 따라 들어오는 생각은 당연히 집, 엄마가 있는 집. 생각해보니 일찍 집에서 나와 어머니께 말씀도 드리지 않고 바로 인도로 온 것 같다. 분명 지금쯤 집에서는 난리가 났을 텐데. 그렇지만 의외로 담담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 분명했다. 빠하르간지, 그 골목으로 우선 가야 한다. 그런데 어째서 내 양 옆에는 이 사람들이 있는 거지. 우린 분명 같이 비행기를 타지 않았을 텐데.
"오랜만이다, 인도."
"전 처음이에요, 여기. 우와 신기하다."
내 옆에 있는 여자는, 상화구나. 그리고 이 남자는.... 누구지? 처음 보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이 남자가 낯설지 않다. 어쩐지 동네 교회 오빠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 안경을 끼고 덩치도 조금 있고 키가 크다. 날 보고 누나라고 하는 것을 보니 나이가 어린것 같다. 왜 이 남자에 대해 기억이 없을까. 그런데... 이 사람에게 하는 나의 행동을 보면 분명 나는 이 사람에게 처음일 '인도'를 가이드해주려는 임무가 있어 보인다. 어쨌거나 상관은 없다. 나는 지금 델리에 막 도착했다.
매캐한 연기가 코를 자극한다. 피부를 만져보니 아직은 조금 촉촉하다 싶다. 한국을 떠난 지 채 9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어쩜 이렇게 빨리 인도에 도착한 거지? 그건 그렇고 나 남자 친구에게는 인사를 하고 왔던가? 갑자기 그 아이의 이미지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큰일 났다 싶다. 어머니에게 전화하는 것보다 우선 남자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왔었어야 하는데. 또 잠시 생각해보니, 전화를 하고 온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어쨌든 이해는 해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이곳으로 온다는 것 정도는 늘 그 아이에게 말했으니까. 빠하르간지에 들어서 어서 ISD를 찾아 그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델리 공항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생각하던 찰나 왠지 여기서 빠하르간지까지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옆의 두 사람은 내 결정을 기다리는 눈치다. '우리 걸어갈까?' 인도는 처음이라는 남자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상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너무 멀어.' '그래도 난 걷고 싶은데.' 얼마나 먼지는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의견대로 우리는 걸었다. 그 먼 거리, 갑자기 뉴델리역에 도착해있다. 이건 무슨 조화지? 이렇게 일찍 이곳에 오다니, 정말 상상도 할 수 없군.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알던 인도가 맞나? 아직도 익숙하지만 여기가 정말 인도인가? 이런 생각을 할 때 까만 릭샤가 빵빵거리며 눈 앞에서 확 지나친다. 아, 인도 맞구나 여기.
근데 난 여기 왜 왔을까?
뉴델리역에 들어서자마자 델리에서 오래 있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먼저 들었다. 늘 그랬다, 인도를 올 때면. 델리는 공항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제외하면 오래 있을 곳은 아니었다. 위로 갈까, 아래로 갈까. 바라나시를 제외한 모든 곳이면 괜찮을 것 같았다. 맥그로드 간즈로 올라갈까 생각을 하는 사이, 내 통장잔고가 생각나버렸다. 한국에서 가져온 체크카드, 오래전부터 비자로 돌려놓긴 했지만 잔고가 0원이다. 버스 예매는 어쩌지, 델리에서의 숙소는 상화와 저 남자에게 좀 기대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상화가 없다. 남자도 없다. 하지만 별로 당황스럽지는 않다. 어차피 빠하르간지에 가면 찾을 수 있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터벅터벅 뉴델리역을 나와 반대편에 있는 빠하르간지로 걸어갔다. 이 지긋지긋하게 혼잡한 4차선 도로도 참 오랜만이네. 신호 같지 않은 신호를 기다리며 서있자니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나, 정말 한 푼도 없네."
정말 그랬다. 내가 집에서 가져온 건 그냥 옷 몇 벌과 인도에 올 때마다 두르고 다니는 빨간 숄, 그리고 2만 원 정도 되는 돈이 전부다. 난 지금 진짜 빈털터리인 거다. 하지만 어떻게든 델리는 벗어나고 싶었다. 인도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어쩌면 좋지? 일단 빠하르간지에 묵으면서 이동할 돈을 벌자. 그리고 나머진 그다음에 생각하는 거야. 신호가 바뀌었다. 저 멀리 상화가 보인다. 발에 걸리적거리는 모래가 또다시 나를 실감케 한다. 나 진짜 인도에 있구나. 그나저나 난 어떻게 돌아가냐. 서울행 편도 비행기는 40만 원이 훌쩍 넘을 텐데, 난 지금 한. 푼. 도. 없. 다. 그냥 여기서 살까? 이런 생각들을 하는 사이 아까 그 남자가 내 앞을 지나간다.
"저기요, 우리 숙소가.."
남자에게 숙소를 어디로 잡았냐고 말하려는 찰나 어떤 여자들이 나를 홱 낚아챘다.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말 그대로 난 이 여자들에게 낚여버린 거다. 뭐야, 하며 말을 걸어보려는데 이 여자들이 먼저 나에게 말을 건다. 어, 좀 이상한데 한국인 같은 걸.
"여긴 처음이 아닌 것 같은데, 델리엔 오랜만인가 봐?"
시작부터 반말이다. 도대체 나한테 뭘 원하는 거지. 그것보다 난 지금 돈을 벌어야 한단 말이다. 이런 여자들과 상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빠하르간지에 한국인이 너무 많아졌다. 그것 자체가 충격인데 이런 빌어먹을 한국인들까지 나를 괴롭히다니. 일본인인척, 중국인 인척 무시하고 가보려는데 또 말을 건다. 이번엔 좀 더 이상하다. 내 왼쪽 귀를 만지작거리는 한 여자.
"이 피어싱 이쁘네. 우리 그냥 잠깐 이야기 좀 하자고. 나 너에게 매우 화가 나있으니까."
이건 또 무슨 개소리지. 욕이 절로 튀어나온다. 이 대낮에 빠하르간지에서 왜 이 여자들은 날 괴롭히는 거지. 생각하는 순간, 아차. 내 왼쪽 피어싱은 검은색 바탕에 초록색 마리화나가 그려져 있다. 설마 그것만 보고 나랑 무슨 거래라도 하려고 했던 건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오산인데. 난 딜러가 아니란 말이다. 적당히 무시하고 가려던 찰나 무리 중 한 여자가 나를 강하게 잡는다.
"어딜 가려고? 얘기 좀 하자니까, 난 지금 화나 있다고!"
소리를 빽 지르는 여자. 빠하르간지와 뉴델리 일대가 마치 자신의 구역 인양 소리를 지른다. 나도 이쯤 되면 더 이상 성질 죽일 수 없다. '뭐라고 지랄하는 거야'라는 말을 내뱉으려는데, 처음 보는 한 남자가 내 어깨를 확 낚아챈다. 앞으로 걸어간다. 어어,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이 사람은 누구야.
"그냥 아무 말 말고 조용히 걸어."
어찌 된 게 2년 만에 인도에 왔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죄 한국사람들에 반말까지 찍찍하는 걸까. 상화와 그 안경남이 갑자기 보고 싶다. 내 옆에서 나를 데리고 어딘가로 걸어가는 이 남자는 도대체 누구지. 정말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밝다. 너무 밝은 대낮이다.
"한국에서 왔지? 이름이 뭐야. 이상하게 듣지는 마. 너 같은 사람은 진짜 오랜만이어서 그래, 난 지금 널 구해준 거라고. 저 여자들은 원래부터 이상한 사람들이었어."
그래, 네 반말은 알겠는데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나는 내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 공허하게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이 인간은 뭔데 나한테 난리지. 내가 뭘 잘못하기라도 했나. 아아, 또다시 델리가 싫어진다. 얼른 돈을 구해서 북쪽으로 도망가야지. 정말 질색이다, 이 정도 수준의 무리들은 진짜 사절이다.
간신히 입을 떼었다. 빠하르간지에 와서 처음으로 뱉은 말, "너 도대체 누구야."
별다른 뜻은 없다는 말로 둘러대는 남자. 아직도 내 어깨를 잡고 있다. 그와의 대화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공허하게 들리는 말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든 이 남자를 떼어내고 싶다. 나는 지금 숙소도 구해야 하고 상화에게 가야 하고 돈을 구해야 돼. 네가 이런 내 사정을 알기나 알아?
"너 같은 새끼 진짜 짜증 나."
온 힘을 다해 그에게 말을 뱉고 뛰어 도망가려는데 화난듯한 모습의 그가 나에게 소리를 쳤다. 팔을 홱 낚아채며 쓰러질 뻔한 나를 갑자기 흔들며 말했다.
"나 같은 새끼가 뭔데? 너 생각보다 까칠하구나. 도대체 무슨 이유지? 내가 이렇게 호감을 표하는데. 난 니 생명의 은인이라고."
아,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이런 말이 너무 간지럽다. 어떻게든 팔을 빼보려 노력한다. 잘 되지 않으니 발을 구른다. 멀리서 인도인들이 우리를 쳐다보며 킥킥거리고 있다. 뭐야, 이 짜증 나는 새끼. 난 이런 거리 한 복판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싶진 않다고. 흙먼지를 그에게 쳐내며 빠져나가려는 찰나 그는 내 가방 안으로 무언가를 던져 넣는다. 설마 이거 소똥은 아니겠지.
"다음에 또 보자. 그건 그냥 선물이다. 너 가져. 넌 진짜 특이한 사람이네. 우린 다시 만날 거야 아마."
지랄하네, 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아주 가지가지들 한다 정말. 열이 확 오른다. 차라리 그냥 일본인인 척할걸 그랬다. 남자 여자 아주 쌍으로 나한테 왜 이래?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저 녀석이 가방 안에 던져놓고 간 물건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라씨 집 앞에서 주섬주섬 가방을 내려 물건을 확인해본다... 어. 이거
300달러잖아.
돈이다. 어어.
왜 저 새끼는 나한테 이걸 던져놓고 간 거지. 재수 없는 부잣집 아들내미 냄새가 풀풀 풍기던 새끼. 나한테 도대체 무슨 볼 일인 걸까. 게다가 왜 돈을 던져놓고 간 걸까? 이런 걸로 환심이라도 사려고?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이야!라고 던져버리고 싶은데, 너무 멀리 갔고 게다가 나는 지금 돈이 궁하다. 300달러를 루피로 환전하면... 아끼고 아껴 한 달은 그럭저럭 살 수 있을 거다. 이 돈으로 버스를 예약하고 델리랑은 최대한 먼 곳으로 떠나야겠다. 남부로 내려갈까, 이제 돈도 없으니 기차를 타도 SL칸이든 염소/사람 범벅인 칸이든 그럭저럭 탈 수 있을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날이 별로 안 춥다. 딱 적절하다. 1등 칸과 2등 칸 따위는 당연히 무리고 탈 생각도 없다. 근데 이 300달러, 어쩐지 찜찜하다. 인도가 얼마나 넓은데, 내가 디우 같은 곳에 짱 박혀 있으면 저 새끼는 날 절대 찾지 못할 거다. 인도가 얼마나 넓은데.... 아. 그러고 보니 매년 인도를 찾았을 때도 앤드류랑 나는 바라나시에서 딱 마주쳤었지. 생각해보면 그리 넓지도 않네. 코다이카날에 가서 알바라도 할까.
갑자기 300달러가 생겼다. 상화랑 그 남자에게 방값을 지불하고 내 편도 티켓을 끊어준 선생님을 만났다. "집에는 알아서 가거라. 도와주는 건 여기까지다." 아 네, 도대체 인도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나한테 왜 이렇게 불친절하지. 한국에서 그렇게 착하던 선생님이 여기에 오니까 전혀 다르게 보인다. 침착하자, 강민영. 어차피 난 인도에 오래 머물러야 한다. 돈을 구걸하거나 빌려달라는 소리 같은 건 하고 싶지도 않다. 진짜 짜증이 다 나는구나. 어쩌면 집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뭐가 되었든 상관은 없다. 내가 여기 다시 오게 되다니. 아니, 어차피 올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빠르고 급하게 다시 오게 되다니. 뭐에 홀리기라도 한 걸까. 이렇게나 인도가 나에게 익숙했었나. 전혀 아무렇지도 않잖아, 마치 종로처럼, 잠실처럼, 압구정처럼.
문득 전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전화부스가 보인다. 여기 사람들은 늘 그렇듯, 동양 여자인 나를 신기하게 한번 스캔하고는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간다. 맛있는 바나나 라시를 단돈 5루피에 판매하는 이 집도 그대로구나. 어제부터 사탕수수가 간절했는데 그건 북부에서는 찾을 수 없다. 아 그래, 사탕수수를 먹으러 남부로 내려가야겠다. 얼추 30시간은 괜찮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발톱 사이가 까많다. 이 정도야 늘 있는 일이다. 건조하지만 딱 좋은 기온, 나름 쾌적하다. 이 이상의 기적을 어떻게 바라겠는가. 여하튼 오늘은 꼼짝없이 빠하르간지에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갑자기 내 왼쪽 귀의 피어싱을 만지작거리던 그 여자의 손길이 생각난다. 순간 소름이 끼친다. 정말 이상한 하루다. 나 지금 타임리프라도하고 있는 걸까?
공기를 한번 쓰읍 하고 들이마신다. 통장잔고 0원, 낯선 남자가 건넨 300달러, 마치 집으로 순간 이동하라는 듯 말을 하던 선생님, 깡패 같아 보이는 세 명의 한국 여자들, 아마도 바즈랑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었을 상화. 이 모든 게 오늘 일어난 일이다. 다시 공기를 후웁 들이마신다. 여긴 영락없는 인도다. 앞으로 돈이 없어 절절매며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엄마, 나 잘 있지만 돌아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야, 그렇게 되었어 갑자기. 미안.' 이라거나
'나 조금 있으면 돌아갈 것 같긴 한데... 조금 오래 걸릴 거야. 잘 지내? 일은 잘 되어가? 말없이 와서 미안해.'
따위의 말을 뱉어내는 내가 조금 낯설기는 하다.
난 어쩌다 여기 다시 오게 된 거지. 도대체 무슨 경로로, 나는 여기 다시 도착한 걸까.
생각해보면 이건 내 의지인가? 또 곱씹게 된다. 머리가 살짝 아프지만 기분은 좋다. 아니, 사실 너무 기분이 좋다. 한국에 두고 온 문제들 때문이 아니라, 돈이 없어도 뭐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느껴지게 하는 짜증 나는 사람들과 마주해도, 어쨌든 여기 공기가 너무 그리웠어. 처음 델리에 발을 딛고 나서 아이처럼 꺅꺅 좋아하던 내가 다시 생각났다. 난 정말 진심으로 좋아했던 것 같아. 행복에 겨워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이 공기를 다시 맡고 싶었어. 손에 가득 먼지를 쥐어본다. 인도에 오래 있으면 이런 것도 다 소용없다. 나는 지금 막 처음 인도 땅을 밟은 초짜 여행자처럼 행동하고 있다. 이런 내가 우스워서 푸하하 크게 웃음을 지어 보이고 싶어 졌다. 다른 어떤 것보다 내가 인지할 수 있는 건 지금 내가 무척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신기할만치 편안하다. 말 그대로 돈 한 푼 없는 거지 행색이지만, 어떤 남자가 건넨 300달러도 금방 탕진해버리겠지만, 인도에 와서 저축을 하고 절약 비슷한 걸 하게 될 줄이야. 그렇지만 이 공기가 너무 맡고 싶었다. 정말이다. 가슴 가득 불안함보단 행복함이 싹튼다. 나 정말 여기가 너무 그리웠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눈 앞에 달구지 같은 게 맹렬한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일어서서 횡단보도를 향해 걸어간다. 아아, 아주 정확하게 기억난다. 2007년 2월 17일인가, 처음 인도 여행을 왔을 때 만찬 거리라며 킹피셔 맥주와 인도식 탄두리 치킨을 주문하던 이 곳. 딱 여기다. 이 냄새, 이 북적거림, 모든 게 기억난다. 저 가게다. 너무 오랜만인데, 모든 게 그냥 그대로 있구나. 아..... 아아. 너무 보고 싶었어 이 풍경. 함박웃음을 가득 안고 가게에서 눈을 돌려 다시 시장 안골 목으로 진입한다. 갑자기 빵빵 거리는 오토릭샤 한 대가 나를 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슥- 지나간다. 그리고,
그리고 꿈에서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