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인도를 가는 꿈을 꿨다. 이렇게 선명한 꿈을 꾸면 잠을 잔 듯 만 듯 비몽사몽 해진다. 게다가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잠자리에서 일어나고도 내내 몽롱해 있을 수밖에 없던 꿈이었다.
휴가가 6일 밖에 없는데 그 6일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결국 인도로 가는 비행기를 끊었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홍콩 등 비교적 자주 갔던 곳들을 검색하다가 시즌이 시즌이니만큼 가격이 너무나 터무니없어 무의식적으로 인도 비행기를 검색했는데, 왕복 40만 원도 하지 않는 티켓이 있길래 무의식적으로 구입해버렸다. 가격에 언제나 그랬듯 델리로 가는 비행기였는데 이번에는 나 혼자가 아닌 초반 입국부터 이틀 정도를 같이 일정을 보내 줘야 하는 무리가 있었다. 이를테면 나는 입국 도우미라고 해야 하나, 입국 후 길을 잃지 않도록 첫 번째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여행자들을 데리고 가주는 역할을 약속하고 소정의 사례를 받았다. 배낭은 큰 것을 꺼냈지만 딱히 넣을 짐이 없어서 늘 가져가는 인도 옷 한두 벌과 세면도구, 빈 공기만 채웠다. 어차피 한국에 들어올 때면 저 배낭은 각종 인도 물품과 식품으로 가득 차 있을 테니까 많이 비울수록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입국했고 형식적인 절차를 밟고 시내로 이동해 여행자들의 숙소까지 안내하고 나도 숙소에 들어왔다. 델리로 가는 비행기인 줄 알았는데 풍경을 기억해보면, 아마 콜카타였던 것 같다. 익숙한 서더 스트리트 어딘가 2층 숙소에 짐을 풀고, 숙소 바로 앞에 밀집해 있는 무슬림 주거지로 들어가는 경계선을 바라봤다. 까만 피부, 햇볕에 그을린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 이런저런 사담을 나누었는데, 지금은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일주일을 내리 콜카타에 머물며 난단시네마에 갈까 아니면 콜카타 근교의 마을들에 다녀올까, 그도 아니면 조금 더 고생해서 시킴 쪽의 마을들을 다녀올까 고민하고 있었다. 다음에 인도를 가게 되면 오랜만에 안다만제도나 미조람 쪽만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잠에서 깼다. 여전히 길거리 5루피 짜이 향이 나는 것 같았고, 향신료 냄새가 가시지 않아 몽롱해지는, 그런 꿈이었다. 꿈속에서 뭘 먹은 기억은 없지만 입안에 인도 특유의 향이 텁텁하고 달큼하게 녹아있는, 그런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