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하는 폴 토머스 앤더슨(PTA)의 신작이자 무려 약 2,300억에 달하는 자본을 투자해 만든 영화인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압도적으로 좋았고, 올해 개봉 영화 중 최고의 경험이었기에 짤막하게 단상을 남겨둔다.
PTA 영화 중 최초의 '액션'을 소재로 한 장르 영화라는 점, 카 체이싱 장면이 클라이맥스라는 점도 매우 흥미로웠는데, 영화가 공개한 시놉의 모든 부분을 배반하고 결코 그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더없이 마음에 들었다. 개봉하자마자 압도적인 평단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 그것이 현재진행형의 영화라는 점에서, 또한 실제로 작금을 반영하는 장면과 부분들이 많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에 PTA가 가지고 있던 단단한 고유의 작가성도 유지하면서, 상업영화로의 면모도 유려하게 뽑아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영화를 보자마자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PTA 영화 순위가 바뀌었는데, 여러 장면이 <펀치 드렁크 러브>와 맞닿아 있다는 것도(공교롭게도 그 이후 처음 찍는 현대극이지 않을까) 이 영화에 대한 극호를 높이는 기준이었다.
언제나처럼 조니 그린우드가 음악에 참여해 귀가 즐거웠다. 이 영화의 배우들에 대해서라면 별다른 보탬이 없을 정도로 각자의 장면에서 압도적이었으나, 개인적으로 숀 펜이 연기한 '스티븐 록조' 대령의 역할은 우파이자 백인 우월주의자 혹은 인종차별주의자 성향을 가지는 동시에 백인 남성과 남성성 전반을 비판하게 만드는 대상인으로서 새로운 지평을 열지 않았나 생각된다.
더불어 이 영화는 비스타비전으로 촬영되어 손가락 하나로 꼽는 상영관을 제외하곤 모두 크롭 버전으로 상영된다. 원래 포맷에 가장 가까운 것이 국내에서는 용산 아이맥스가 유일하기에 나도 그곳에서 이 영화를 관람했다. 아이맥스 공개 당시 듣던 대로 이 영화를 용아맥에서 봐야 하는 이유는 후반부 자동차 추격신에 담겨 있는데, 이 정도 포맷에서 장기 상영은 거의 불가능하기에 아마 용아맥 포맷의 상영은 다음 주 정도가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올해 최고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