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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Dec 10. 2018

1에서 10까지, 인도여행 복장 가이드

인도에는 무엇을, 어떻게 입고 가야 할까?

내가 처음 인도에 갔던 건 2006년 겨울이었다. 당시 나는 일본을 거쳐 JAL항공을 타고 인도로 향했는데, 경유지인 일본도 출발지인 한국도 한겨울이었고 무엇보다 인도의 기온에 대한 감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한겨울에 입는 옷들을 배낭에 구겨 넣고 인도로 향했다. 일본에선 그럭저럭 버텼지만 인도에선 그 짐들이 곤욕이었다. 결국 인도 도착 일주일 후, 한국에서 가져간 옷가지들 중 절반을 버리거나 누군가에게 주어야 했다. 인도 여행 중에 모두 망가질 것을 대비해서 싸구려 옷들만 걸치고 간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인도에 처음 갔을 때의 복장, 특별할 것 없는 전형적인 복장이었다. 그대로 가지고 온 것은 거의 없다.

비자, 비행기 등 인도 여행에 대한 기본적인 준비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배낭을 싸야 하는데, 이때의 가장 큰 고민이 ‘옷’이다. 배낭 크기는 한정되어 있고, 옷장을 통으로 들고 갈 순 없으니 복장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인도처럼 각 지역별로 기후 차가 극명하게 나는 곳은 옷을 고르기가 더 어렵다. 머릿속에 대충 어떤 날씨일 거라 예상을 해서 선별해 짐을 꾸린다고 해도, 막상 현지에 내려서 어떤 옷은 남기고 또 어떤 옷을 구매해서 입고 다녀야 하는지 고민에 빠지곤 한다.


사실 이런 ‘복장’의 고민은 남성보다 여성이 주로 많이 하게 되는 편이다. 남성의 경우 더운 지방에서는 반팔과 반바지 하나로 버틸 수 있지만 여성의 경우, 종교 및 문화적 특성에 대한 장벽이 제법 높기 때문에 특정 지역은 입장을 거절한다든지, 혹은 복장으로 인해 여러 가지 불쾌한 상황을 겪는다든지 하는 일들이 생기곤 한다. 외국인과 자국인을 대하는 태도 또한 극명하게 다른 인도에서는, 한국에서처럼 개인의 기호에 따라 마음대로 입고 다니지 못하는 불편을 조금은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그 불편이 오히려 득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인도에는 무엇을 입고 가야 할까?’ 1부터 10까지, 인도여행에 있어 다양한 상황들에 적합한 복장들을 소개한다. 아래의 글들이 여행의 무게를 줄여주진 못하겠지만, 배낭의 무게를 조금은 가볍고 실속 있게 바꿔줄 수는 있을 것이며 때로는 여행자의 안전까지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1. 인도 어디든, 공통의 필수 복장


 처음 한국을 떠나 인도로 향할 때의 복장은, 계절이 지나도 괜찮을 조금은 애매한 복장으로 가는 것이 좋다. 몇 주 여행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출국과 입국 계절이 현저히 차이가 난다면, 간절기 복장으로 나가도록 하자. 이때의 복장은 계절과 상관없이 본인에게 가장 편하고 잘 맞는 것으로 가져가면 좋다.

 로드샵에서 구매한 청바지나 면바지 등을 기본으로 하나씩 가져가자. 굳이 면바지, 청바지가 아니더라도 운동복이든 뭐든, 사막이나 돌바닥에서 굴러도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바지가 하나 필요하다. 계절을 막론하고 편한 바지가 하나 있어야 장거리 기차나 버스, 국내선 등을 탈 때 급변하는 기온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지와 버금갈 정도로 편하게 막 굴릴 수 있는 면 재질의 넉넉한 티셔츠도 함께 넣는다. 너무 짧은 팔보다는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긴팔로 고르는 것이 좋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인도에 가면 아주 높은 확률로 인도 옷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인도의 옷은 바람이 잘 통하고 재질이 각 지방에 맞게 구사되어있어 여행에는 제격이다. 하지만 아무리 비싼 옷을 사 입는다고 해도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를 찾지 않는 이상 물 빠짐을 피할 수는 없으니, 이에 받쳐 입을 수 있는 런닝셔츠나 나시를 하나 준비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인도 옷의 특성상 재질이 너무 얇아 단독으로 입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기니 꼭 구비해가는 것이 좋다.

 인도는 일단 기온이 전반적으로 덥고 습하기 때문에 복장을 한겨울로 맞추기보다는 여름과 가을 사이 즈음으로 맞추는 것이 좋다. 델리나 바라나시 등의 지역은 한겨울에도 한국의 가을과 같은 날씨를 유지하기 때문에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면 편하게 입는 가디건을 하나 챙겨도 도움이 된다.


'기본' 아이템들이었던, 청바지와 겉옷. 빨간담요는 두 번째 인도에서 사서 지금까지 유용히 쓰고 있다.

2. 인도 어디든, 절대 피해야 하는 복장


 앞서 말한 것처럼 인도의 문화적 습관과 종교적 성향은 대체로 여성들에게 불편하게 책정되어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헐벗고 나오는 배우들이 허다하다 한들 그건 오로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며, 특히 ‘여행자’와 ‘여성’의 신분으로 인도를 방문한다면 최대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게 여행을 마쳐야 하는 핸디캡이 있기에 절대 따라 해서는 안 된다. 핸디캡이 있다 한들 여행을 못 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여성의 경우 복장만 잘 갖춰 입는다면 굉장한 대우와 안전을 보장받는 일도 많다. 조금 불편하고 부당하다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몇 만 년 지속되어온 관습을 고작 몇 개월 머무는 여행자의 힘으로 바꿀 수는 없다. 다음의 사항들만 주의하도록 하자.

 옷이 불편해 레깅스 차림으로 다닌다든지, 날이 더워 나시 한 장 걸치고 거리를 활보하는 일은 지양하도록 하자. 이런 차림으로는 대체로 복장의 예를 갖추길 요구하는 주요 관광지를 들어갈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온몸을 따라다니는 시선들로 인해 무척 불편할 것이다. 실제로 델리나 뭄바이 등 대도시의 호화 쇼핑몰 등에서 인도 여성들이 미니스커트와 나시, 레깅스 차림으로 다니는 것을 보고 이것을 따라 하는 분들이 계신데, 인도는 남녀를 막론하고 자국인을 보는 시선과 외국인을 보는 시선을 명확하게 가르고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욕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그 국가 자체의 기본적인 불문율은 지켜주는 것이 좋다. 핫팬츠, 나시나 딱 붙는 운동복, 미니스커트, 하이힐 등은 인도를 여행하는 동안만 참도록 하자. 남성들도 마찬가지다. ‘인도’의 이미지를 생각해봤을 때, 전혀 맞지 않는다 싶은 옷들은 전부 배제하도록 하자. 가끔 멋을 내고 싶다며 (놀랍게도)고가의 원피스나 정장을 챙겨오는 분도 있는데 인도에서 격식을 차리는 행사가 생긴다면 사리 등 인도의 정장을 입어주는 것이 훨씬 ‘대접’ 받기 좋다.

 몸에 지나치게 딱 붙는 옷, 너무 짧은 옷, 누가 봐도 명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가의 옷은 전부 피해야 한다. 특히 세 번째는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가도록 하자.


3. 가장 편하고 실용적인 여성 여행자의 복장, 쿠르따(Kurta)


 가끔씩 찌는 더위나 습도 때문에 거의 옷을 벗다시피 하는 여행자들을 보곤 하는데, 종교적 이유는 둘째치고 인도의 햇볕은 한국과는 다르기 때문에 장시간 살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으면 피부병에 걸릴 수도 있다. 인도는 대지에서 올라오는 특유의 열기, 이를테면 사막지역에서 불어오는 흙바람과 햇볕이 함께 만나는 날은 그야말로 잠시도 서 있기 힘든 더위를 겪게 되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병원 신세를 지게 될 수도 있다.

 인도에 발을 딛고 산 수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항상 쿠르타(Kurta)를 입고 지냈다. '쿠르타'는 남녀 불문 인도의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입는 복장으로 생김새는 동일하나 성별에 따라 디자인과 라인이 조금 다르게 잡힌, 엉덩이를 살짝 덮는 기장의 옷이다. 인도의 기후에 가장 최적화되어 있는 동시에 다양한 재질로 제작되어 자외선을 막아주기도, 추위에 버티게 해주기도 하는 신박한 옷이기에 즐겨 입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인도 내 어디에서나 쿠르따를 입고 돌아다니면 ‘옷이 예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고, 무엇보다 이 옷을 입고 있으면 ‘진짜로’ 인도를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인도의 옷이기 때문에 사원이나 유적지 입장에 전혀 문제가 없음은 덤이다.


이 분홍색 무늬의 옷이 쿠르타의 일종이다. 출국날 입고 왔다.

 인도 여성복인 쿠르타는 길이도 천차만별이기에 원하는 형태로 잘라 입을 수도 있다. 밑단을 자르는 간단한 수선은 몇 백 원만 내면 받을 수 있으며, 디자인이나 가격도 수 천 수 백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돈을 좀 들여서 큰 맘먹고 구매한 옷들은 한국에서도 잘 입고 지내고 있다. 그리고 인도에 갈 때마다 빼놓지 않고 함께 챙겨간다. 쿠르타는 어디에나 어울리기 때문에, 청바지나 면바지 위에 입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무엇보다 대체로 통풍이 잘 되는 재질이라 생리 중이거나 피부 습진 등이 있는 사람들, 더위를 타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편하다. 쿠르타의 하의는 비슷한 재질의 면으로 만들거나 약간 넓은 통의 기성복을 입거나 청바지, 면바지를 매칭 하는 등 각양각색으로 연출할 수 있다. 다만 쿠르타를 원피스로 착각해 돌아다닌다면 속옷만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꼴이니 주의하도록 하자. 

 일부 여성들이 인도 여행에는 인도 전통복장인 '사리(Saree)'를 입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사리는 '여행자'의 복장으로는 좋지 않다. 3, 4미터가 되는 천을 돌돌 말아 옷으로 만드는 방식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으니 거동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한복을 입고 일주일 내내 돌아다니기 힘든 것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하루 정도는 괜찮으니 사리를 인도 여행 기념으로 구매하고 싶다면 일정에 사나흘 정도 여유를 두고 근처 옷가게를 찾으면 된다. 사리에 함께 입는 블라우스의 제작에 최대 사나흘이 걸리기 때문이다.  

타지마할에서, 쿠르타의 일종인 여름용 인도여성복 '럭나우비'를 입은 모습
양쪽 모두 '쿠르타'를 입은 모습이다.
인도 전통복장 '사리'를 착용한 모습. 친구 결혼식이 있어 14만원 정도를 주고 구매했다. 혼자 입을 수 없어 누군가 도와주셔야 했다.


4. 레, 라다크 등 인도 최북단 지역을 여행할 때


 델리에서 육로로 꼬박 이틀 정도가 소요되는 인도 최북단 지방의 레, 라다크 등지는 파키스탄, 티베트,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곳이다. 히말라야 산맥이 내려와 만들어진 지역이며 해발 2000미터를 훌쩍 넘는 고산도시이다. 연평균 기온이 4, 5도에 그칠 정도로 한여름에도 대체로 서늘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겨울에는 폭설 등으로 인해 육로가 차단되는 등 접근성이 높은 지역은 아니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습한 기온에 한여름에도 서늘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보온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레로 향하는 길은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열리기에 이 지방에서 꼬박 두 달을 머물고 돌아가는 여행객들이 많은데,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한국에서 출발 전에 미리 내복이나 히트텍, 타이즈 등 부피가 많이 차지하지 않는 겨울 복장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라다크는 특히 일교차가 상당한 곳으로 저녁과 새벽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시간을 대비한 방한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현지에도 양털 등으로 만든 다소 비싸지만 확실히 보온이 되는 옷들을 팔긴 하지만 보온이나 발열성이 높은 내의는 없기 때문에 기모가 들어간 소재의 편한 옷을 한 벌 정도 챙겨가야 한다. 양말이나 장갑 등 부수적인 잡화는 한국보다 가격도 싸고 방한이 확실한 것들이 많으니 현지에서 구매해도 상관없다. 

추운 지방인 라다크 지역의 특색에 맞게, 따듯한 재질로 만들어진 쿠르타
레로 가는 길목이다. 북부는 정말 춥기 때문에, 방한대책이 있으면 확실히 도움이 된다.

5. 뭄바이, 첸나이 등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여행할 때 


 인도 남부를 거점으로 잡고 남부지역만을 여행한다면 통풍이 잘 되고, 빨리 마르는 얇은 소재의 옷들을 가져가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쿠르타' 같은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다. 

 남인도는 한겨울에도 대체로 최저기온이 1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코다이카날 등의 산간지방을 제외하면 1년 365일 높은 기온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여름이나 건기(3, 4월)의 뭄바이, 첸나이, 하이데라바드 등 대도시는 45도를 훌쩍 넘기도 한다. 몬순 시즌이 아니라면 비를 만나기 어렵기 때문에, 자외선에 대비할 수 있는 복장이 가장 좋다. 쿠르타, 펀자비 등과 같이 가볍고 통풍이 확실하며 빨래를 당일에 해도 금방 마르는 재질의 옷들을 준비하면 된다. 다른 지역보다 남인도에 머물 때 인도 현지의 옷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남인도의 더위는 햇볕은 뜨겁지만 습도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하늘하늘한 재질의 인도 옷 몇 벌만 있다면 문제없이 여름을 날 수 있다. 

 남성들은 '룽기(Lungi)'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남인도를 배경으로 인도영화 등에서 자주 보이는 이 룽기는 쉽게 말해 남성용 치마로, 침대보 정도의 천을 사리처럼 둘둘 말아 입는 방식이다. 북부 지방이나 도시에서는 거의 사라졌지만 남인도에서는 여전히 많은 남성들이 즐겨 입고 있으며 더위를 피해 대체로 짧게 올려 입기 때문에 반바지의 역할도 하고 있다. 

남인도 특전(!)으로 이런 원피스의 변형형이 있다. 몹시 편하고 비싸지 않아서, 추천하는 옷.
가끔은 이런 치마도 기분내어 입었다.

6. 얇은 스카프를 하나씩 구비하자


 인도는 어디나 대체로 기온이 높고 일교차가 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보다 강렬한 햇살, 한국보다 몇 배는 더 강한 미세먼지의 습격(!)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라면 얇은 스카프를 하나씩 챙겨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스카프는 임시로 기관지를 보호해주는 기능 외에 따가운 불볕 아래서 잠시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방어막 역할을 하기도 한다. 땡볕이 이어진다 싶으면,  가지고 다니는 물을 스파크에 살짝 묻혀 머리에 얹어주는 것도 여름 인도 여행의 소소한 팁 중 하나다.

 여성들은 여행 중에 이 얇은 스카프가 간절해지는 순간이 반드시 오는데, 대체로 이슬람 사원이나 시크사원 등 종교적 색채가 강한 곳을 방문할 때가 그렇다. 나 같은 경우엔 이 스카프를 인도 암리차르에서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 라호르로 향하던 때 가장 유용하게 사용했다.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국가의 관습과 문화가 달랐기에, 가방에 넣고 있던 얇은 스카프를 그저 꺼내 두르기만 하면 인도에서나 파키스탄에서나 통용되는 복장이 갖춰졌기 때문에 여성들에겐 이런 비슷한 일을 겪을 때 정말 편리하다. 종교적인 건물에 들어가고 관람하고 싶은데 어깨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다거나 머리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 올 때 등의 상황에 맞춰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하다. 스카프 자체는 무게도 많이 차지하지 않으니 마치 휴대용 휴지 가지고 다니듯, 하나쯤은 구비하면 무척 도움이 된다.  

얇은 스카프 응용의 예. 스리나가르 지방 달 레이크를 방문할 때의 복장이었다.

7. 파키스탄을 여행할 계획이 있거나, 무슬림들의 도시에 방문할 때 


 인도는 파키스탄이나 네팔 등을 육로로 넘어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제법 많은 여행자들이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인도의 근접 국가들을 함께 방문하곤 한다. 그중에서도 국내에서는 직항으로 가기 살짝 버거운 파키스탄을 타깃으로 잡는 사람들이 많은데, 파키스탄과 인도는 피부색이나 음식 정도만 비슷하고 성향과 문화는 전혀 다른 국가이기 때문에 복장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파키스탄뿐만 아니라 인도 내에도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 근교 도시나 아프가니스탄이 맞닿아 있는 스리나가르, 남부 하이데라바드, 동부 방글라데시 근방의 도시들은 무슬림 인구가 타 지역보다 월등히 많은 곳이다. 도시 전체를 무슬림 인구가 통솔하는 경우는 없지만 그 도시로 이주해 오래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주민들의 특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은 인도 내 도시와 파키스탄 같은 무슬림 국가로 이동할 때는 복장의 예를 최대한 갖추자. 여성들은 쿠르타보다는 다소 길이가 긴 '펀자비(Punjabi)'를 구매하여 국경을 넘기 전에 갈아입으면 좋고 스카프를 반드시 두르도록 하자. 스카프의 재질이나 길이는 상관없다. 남성들은 나시나 반팔, 짧은 바지는 피해야 한다. 신발은 아무것을 신어도 좋지만 성별에 따라 위의 사항만은 기억해두자.

파키스탄에서의 복장들. 긴 펀자비가 통용된다. 두 번째 사진은 인도 국경검문소라 스카프를 하고 있지 않다.

 인도 밖의 무슬림 국가들은 복장 규정이 다소 엄격하기 때문에, 여행에 차질이 생길 정도의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지의 규정대로 입어야 한다. 현지의 법을 모른다면 미리 검색을 통해 최대한 많은 이미지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출발하도록 하자. 실제로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만났던 딱 붙는 운동복과 레깅스 차림의 중국인 커플은 사원 입장을 저지받은 것도 모자라 온갖 욕설과 돌팔매질을 받으며 게스트하우스에 기어서 들어와야 했다.   

암리차르에 있는 골든템플. 이곳은 시크교의 지역이다.  지역을 막론하고 '사원'에서의 복장 규정은 반드시 지키도록 하자.

*파키스탄에서 예외가 있다면 '훈자' 지역인데, 이 지역은 등산객이 워낙 많고 등산자체에만 신경쓰는 외지인들이 많아 크게 외국인의 복장에 신경쓰지 않는다. 다만 훈자를 위/아래로 벗어나면 완전 다른 동네이니 이동할 때 주의하도록 하자. 그리고 아무리 훈자라고 해도 레깅스 차림 정도는 피하도록 하자. 그래도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체로 산책 시에는 긴 펀자비를, 트레킹 시에는 쿠르타를 입고 다녔다. 사실 쿠르타 정도를 등산복 위에 덮어주는 정도라면 거동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아래 정도의 복장이라면 어디서든 무난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각각 파키스탄 훈자 라카포시 트레킹, 울타르 산책 때의 복장.

8. 서양인과 동양인의 차이 


 나는 인도의 옷들을 좋아하는 덕분에 인도뿐만 아니라 태국, 홍콩, 한국 등지에서도 인도의 옷들을 즐겨 입어 여행 중에 특별히 불편을 느끼거나 했던 적은 다행스럽게도 없었다. 하지만 가끔씩 인도 여행 준비를 하거나 인도를 여행하는 여성분들로부터 복장 때문에 볼멘소리를 듣곤 하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유럽이나 서양에서 온 여성들은 나시니 레깅스니 마음대로 입고 다니면서, 왜 유독 동양인들, 그중에서도 일본이나 한국인들은 주의해야 하는지 너무 차별적이라는 토로 말이다. 확실히 인도를 여행하는 서양 여성들은 높은 확률로 현지의 옷이 아닌 동남아 여행 중에 볼 수 있는 복장을 하고 있고, 동양인들보다는 자유로운 것이 사실이다. 그들처럼 입고 다닌다고 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으나 인도인들이 서양인과 동양인을 대하는 시선이 다른 만큼 '서양 여자'와 '동양 여자'를 대하는 시선도 차이가 있다는 사실만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체형을 비교했을 때 비교적 큰 순부터 나열하자면 서양-인도-동양의 순이 가장 보편적이다. 인도 남성들은 마르거나 뚱뚱하거나 대체로 극단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어쨌든 일반적인 서양 여성들보다는 왜소하며 작고 때로는 어른과 아이처럼 체형의 격차가 클 때도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인들은 서양 여성들보다 몸집이 작고 키도 그리 크지 않은 탓에, 같은 여성이더라도 미국 여성과 한국 여성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다르다. 개인의 성격과는 관계없이 외향적인 측면으로 태도를 차별화하는 행동은 인도, 특히 인도 남성들에게도 만연한 부분이기 때문에, 자유분방한 복장을 하고 다니는 유럽 여성과 한국 여성 중 불미스러운 일의 타깃이 되기 쉬운 쪽은 한국 여성일 확률이 높다. 한국에서도 미국인과 베트남인, 프랑스인과 필리핀인을 동등하게 대하지 않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나. 인도도 마찬가지이며, 그 표적이 될 수 있는 것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카테고리에 좀 더 치우져 있는 것이다.  


 9. 속옷의 경우


 인도의 옷을 입어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행 중에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빨래'라는 것을 해야만 한다. 한국에서처럼 세탁망에 넣어 세탁기에 던져 넣으면 좋겠지만 인도에서는 그럴 수 없으니 일일이 손빨래를 해야 한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이나 세탁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속옷까지 맡기기는 좀 껄끄러운 것이 사실. 일주일에 한 번 몰아서 빨래를 하더라도 3주 여행이라면 적어도 3, 4번은 하게 될 속옷 빨래. 인도의 물은 석회질이 많이 녹아있어 특정 옷감에는 꽤 치명적일 수 있는데 속옷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한 달 이상을 대여하는 고급 레지던시를 사용하지 않고서야 일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정수된 물을 사용할리 없고 아무리 깨끗한 물이라 하더라도 석회질이 섞여있지 않을 수 없기에, 자주 빨아 입는 속옷 같은 경우는 되도록 여행을 마치고 버리고 올 것으로, 낡은 것을 가져가는 걸 추천한다. 


10. 신발의 선택


 신발은 장거리 이동이나 오랜 시간을 걷거나 하는 등에 대비해, 새 신발이 아닌 발에 오래 익은 운동화나 스니커즈 등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인도에도 나이키나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의 매장이 있고 마음만 먹으면 고가의 신발을 현지에서도 공수할 수 있으나, 새로 산 신발은 기차나 버스 등에서 높은 확률로 도난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여행 중의 신발은 자신의 발에 완벽하게 맞을 정도로 오래되고 편한 신발을 가져가자.

 한여름에는 대체로 샌들을 신게 될 텐데 만일 샌들을 따로 준비해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단돈 100, 200루피 정도에 구매할 수 있는 인도식 샌들이 널려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다. 여행 중에만 가볍게 신고 버릴 생각이라면, 굳이 한국에서 비싼 샌들을 싸들고 갈 필요는 없다.

 만일 현지에서 신발을 살 경우, 가능한 한 노점상보다 현지 브랜드샵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50, 100루피짜리 신발이더라도 마감을 꼼꼼히 확인하는 센스를 잊지 않는다면 더 좋다. 인도 내의 브랜드 중 가장 추천하는 것은 '바타(BATA)'다. 인도 내 도시 어디를 가나 쉽게 찾을 수 있고 원하는 가격에 맞게 다양한 신발들이 전시되어있기에 여행객 입장에서도 편하다.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샌들들. 오른쪽은 발에 메헨디/헤나를 한 것이다.

여행을 다니는 동안은 특정 계층과 걸러진 사람들만 만날 수는 없다. 인도를 여행 한다는 건, 인도라는 공간을 딛고 사는 13억의 불특정 다수를 마주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13억이라는 숫자에 타지인의 신분으로 물 흐르듯 섞여 있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이 여행의 가장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인도에서는 인도의 불문율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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