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애플TV+ 추천작-<플루리부스: 행복의 시대>

by 강민영


*<플루리부스: 행복의 시대>의 설정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번 주 추천작은 애플TV+ 오리지널로 작년에 공개된 시리즈 <플루리부스: 행복의 시대>. <브레이킹 배드>와 <베터 콜 사울> 등을 연출한 그 유명한 빈스 길리건이 연출과 제작을 맡았고, <베터 콜 사울>의 킴 역할을 한 레아 시혼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다. 레아 시혼은 <플루리부스: 행복의 시대>의 주연을 통해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룸과 동시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빈스 길리건이 <브레이킹 배드> 이후로 처음 연출하는 드라마 시리즈이기에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공개 직후 관객과 평단의 호평과 인기를 얻으며 모두가 순조롭게 시즌 1을 마감했다.


<플루리부스: 행복의 시대>는 '행복은 전염된다'는 단순한 문구로부터 출발하는 SF드라마다. 지구의 천문학자들이 지구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어떤 주파수를 해석해 내며 '군체 의식'을 모토로 하는 바이러스에 전 인류가 감염된다. 타액으로 접촉하면 곧바로 감염되는 이 바이러스를 통해 모두가 하나로 이어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모든 지식 또한 공유된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몇 사람들이 생존하는데 그중 한 명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소설가 '캐럴 스터카'(레아 시혼)다. 결과적으로 <플루리부스: 행복의 시대>는 집단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비범한 인간들이 현재를 헤쳐나간다는 설정이 골자다.


바이러스가 퍼지고 그것에서 생존한다는 이야기는 흔한 설정이지만, <플루리부스: 행복의 시대>의 바이러스는 '모두가 행복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아주 독특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하나로 연결된 인간들은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으며 살생을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마치 유토피아 그 자체를 실현하는 듯한 이 바이러스에 기꺼이 몸을 내던지는 비감염자들도 있다. 얼핏 해가 되지 않는 바이러스로 보이지만 이 집단의식, 그러니까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무해하다는 설정에 트라우마가 있는 캐럴은 본능적으로 반발한다. <플루리부스: 행복의 시대>의 시작은 캐럴의 공포와 트라우마의 발현으로부터 시작하지만 회차가 진행될 수록 드라마는 단순히 생존하기 위한 투쟁보다 비밀을 캐거나 여러 가설을 입증하려는, 이를테면 평범하고 평온한 가운데 무언가 특별함을 선사하는 에피소드들로 흘러간다.


<세브란스: 단절>이 애플TV+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면 <플루리부스: 행복의 시대>는 애플TV+의 새 지평을 다지는 느낌, 그러니까 애플을 다음 챕터로 인도하는 느낌의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름 끼치게 공포스럽다가 갑자기 코미디로 전환되거나 돌연 스릴러적인 장면이 가미되는 등 다양한 장르가 혼재해있는 이 드라마는 현재의 사회(조금 더 좁게는 현재의 미국을)를 비판하는 영리한 SF풍자극이다. 현실만큼이나 암울한 순간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빈스 길리건의 역작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흥미로운 드라마다.


<플루리부스: 행복의 시대>의 시즌 2는 천천히 제작할 생각이라고 밝힌 빈스 길리건에게, 스티븐 킹이 "나는 늙고 있으니 제발 빨리 만들어달라"고 호소한 사례가 아주 유명하다. 개인적으로 이제 막 시즌 1을 끝낸 드라마의 다음이 궁금해 요 며칠 관련 기사를 뒤져 시즌 2에 대한 정보를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 <브레이킹 배드>나 <베터 콜 사울>을 즐겁게 봤다면 여기저기 갑자기 튀어나오는 까메오들이 반가울 테다.

매거진의 이전글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장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