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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Jan 02. 2019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여고괴담>의 성공에 기대어 만들어진 후속 편이지만, 이 영화 이후 나온 '여고괴담'의 다른 시리즈들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영화로 취급되어오고 있다. 작품의 완성도보다  이 영화가 가지는 상징성이 다른 '괴담' 시리즈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었기에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공포 연작이 아닌 독립된 하나의 장르 영화로 평가되지 않았을까 싶다. '공포'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사실 불온하거나 불완전한 여고생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쉽고 빠르게 비이상적이고 철학적인 것을 받아들이고 배설해내는 십 대들의 이야기다. 효신(박예진)의 자살로 인해 관객은 일순 공포의 촉각, 즉 전작 <여고괴담>에서 기대되었던 긴장감과 섬칫함을 곤두세우지만 사실 그것이 이 영화의 주된 미학은 아니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진짜 내러티브는 효신의 투신 직전까지 세 여고생 사이를 끈질기게 싸고돌던 사랑과 질투, 분노와 같은 원초적인 감정들이 상징적인 몇 가지 소재를 통해 분출될 때 보인다. 빨강과 파랑, 물과 불로 대비되는 극단적인 상징의 장면들, 그리고 시종일관 학교를 압박해오는 하이앵글숏들과 더불어 이 영화가 저지른 가장 커다란 실수인 결말 부분, 효신의 시점 쇼트까지 모든 것들이 기이하게 뒤엉켜 '공포'와 거리가 먼 영화를 사이버 펑크의 느낌으로 끌고 나간다. 풋풋한 배우들이 연기하는 여고생의 불안한 캐릭터들은 이를 멋지게 뒷받침해준다. 


  영화의 실마리를 잡고 있는 효신은 수업시간에 갑자기 일어나 긴 시를 읽는다. 그 시는 다음과 같다.   


"아무도 없다 아무도 있다 그러나 없다 아닌가 있나 없는 것 같아 아니야 있어 없다고 했지 그것은 거짓 진실은 있다 있다는 거짓 거짓은 있다 있다는 진실 아무도 몰라 아무도 없어 그래서 몰라 아무도 있어 그래도 몰라 정답은 있다 아니다 없다 있다는 진실 없다는 진실 없다는 거짓 있다는 거짓 진실은 거짓 거짓은 진실 나는야 몰라 아무도 나야 나는야 아무다 누구나 나도, 나는야 누구나 될 수 있다. 진실이 거짓이 되듯"


  이 영화의 부주제인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은 격해진 감정으로 시를 뱉어내는 효신의 모습을 통해 숨겨진 뜻을 관객에게 드러낸다. 영화가 가진 슬픔의 감정, 효신과 시은이 나누었던 불안한 사랑 등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장면이다.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 것만 같던 효신과 시은이 갇혀있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은 그들 사이에 갑자기 나타난 민아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영화 자체가 가진 상징성과 주제만으로 기이한 장면들을 탁월하게 연출해냈지만 그와 동시에 각각의 캐릭터, 세 여고생들의 경계를 분명하게 설정해 효과적인 내러티브를 만들어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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