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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Jan 18. 2019

<안녕, 용문객잔>(2003)

 

<안녕, 용문객잔>은 폐관을 앞둔 극장에 관한 이야기로, '복화대극장'의 마지막 하루에 관한 이야기를 두 시간 동안 담는다. 영화 내의 모든 장면들은 극장 구석구석에 포커스 되어있다. 차이밍 량은 사라져 가는 극장의 모든 공간을 찾아다니며 극장에 산재해있는 유령들, 즉 극장을 찾는 추억 속 사람들을 담아낸다. 차이밍 량은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극장에 대한 애정의 기록을 섬세하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의 마지막, <안녕, 용문객잔>의 엔딩 시퀀스에는 비가 내린다. 쉬이 비가 샐 것 같은 어둑한 극장. 극장의 하루가 끝나고 매표원과 영사기사는 결국 오늘도 서로 만나지 못한다. 영화는 눅눅하고 어두운, 그야말로 '유령'들의 공간을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비 내리는 엔딩씬, 그리고 그와 어우러지는 번안된 하토리의 음악 '잊을 수 없네요'는 영화 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묘한 경쾌함을 안겨준다. 그러나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시종일관 적막함, 우울함의 정서를 안고 달리던 영화가 이처럼 환상적이게 관객의 마음을 도려내는 까닭은 무엇일까. 영화를 가득 안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득 안고 마지막 극장을 나서는 우리들의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안녕, 용문객잔>은 극장에 대한 기억을 호출한다. <안녕, 용문객잔>은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관객들에게 찬사를 돌리는 영화다. 보온통 속에 담긴 여자의 온기 서린 호빵. 복숭아빛을 띠는 반쪽짜리 호빵을 담은 그릇이 닫힐 때 아름다운 극장, 아름다운 영화들에 관한 우리의 추억 또한 영원히 봉인되는 듯하다. 



'잊을 수 없어요'

달밤 아래서, 꽃 앞에서

너무 많은 날들이 내 가슴에 남아있어요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달콤하고

세월이 지나도 잊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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