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하늘을 나는 햄스터가 산다
이런 말을 하면 분명 미쳤다고 할 거라는 걸 안다.
요즘 나는 매일 자정이 되면 시계를 바라보다가 정확히 그 순간 창 밖을 본다.
그러면 어김없이 붉은빛 토마토를 조종하며 하늘을 날아가는 한마리의 햄스터가 보인다.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쫓아가 뒤를 쳐다보면 이미 사라져 있고
핸드폰을 들어 영상을 찍어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그저 내 눈에만 토마토를 타고 날라가는 햄스터가 보이는 것이다.
어느 날, 나는 자정이 되자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었다.
지나가는 토마토를 붙잡으려는 순간,
그 위의 햄스터가 찌릿-나를 째려봤다.
그 조그만 눈초리가 얼마나 매서웠던지 놀라 주춤했다.
매일같이 토마토를 타고 하늘을 가르는 햄스터를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햄스터가 타고 가던 토마토가 갑자기 펑 하고 터져버린 것이다.
토마토는 허공에서 휘청거리며 방향을 잃었고, 작은 햄스터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공중에서 허우적거렸다.
위태로운 그 모습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했다.
그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창문을 열고 손을 뻗었다.
떨어지던 햄스터는 내 손바닥 위로 툭-하고 안겼다.
그렇게 나와 그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다음날, 나는 부랴부랴 동네 애완동물 가게에 들러 햄스터 우리를 하나 사왔다
그 안에 넣어두려 하자 햄스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매섭게 나를 째려봤다.
결국 나는 그 눈빛에 눌려 우리 문을 열어둔 채로 두기로 했다.
햄스터는 하루종일 부지런히 움직였다.
내가 건넨 해바라기씨를 양쪽 볼 주머니에 빵빵하게 채우고
그러고는 자정이 되면 어김없이 창가로 가 두리번 거렸다.
무언가를 찾는 듯 돌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다시 날 수 있는 토마토를 기다리는 걸까.
그래서 어느날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진짜 토마토 하나를 건네봤다.
하지만 그건 날지 못하는 평범한 토마토였다.
햄스터는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정말 실망스럽다는 눈빛을 던졌다.
그 순간 괜히 민망해져서 나는 헛기침만 했다.
며칠이 지나자 나는 어느새 그 햄스터의 생활 리듬에 익숙해졌다.
낮에는 해바라기 씨를 깨물고 밤에는 창가에서 꼬리를 살짝 흔들며 자정을 기다린다.
자정이 가까워지면 햄스터는 창가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때마다 오늘은 떠나는걸까 하고 마음을 졸였다.
하지만 햄스터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떠날 수 없는 걸까 아니면 떠나지 않기로 한걸까
나는 아직도 이 햄스터가 어디서 왔는지 왜 하필 토마토를 타고 날던 건지 모른다.
하지만 뭐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이 녀석은 생각보다 부지런하고 나보다 훨씬 일찍 잠에서 깨어나며 내가 늦게까지 불을 켜두면 시계를 향해 째려보기도 한다. 조금 무섭지만..뭐.. 귀엽다..
어쨌든 나는 지금의 이 이상한 동거가 마음에 든다.
창문 밖을 날던 밤보다 이렇게 따뜻한 내 방 한켠에서 해바라기씨를 깨물고 있는 그녀석이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