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트 도박 전구

행운의 맛 불운의 빛

by 단뎅

다리가 달달달 떨렸다.

딱, 딱, 딱- 힐굽이 바닥의 쇠에 부딪히는 소리가 지저분하게 울렸다.


분명히 나는 방금 플레인 요거트를 한입 떠먹었다.

나의 행운의 요거트가 날 져버릴 리가 없는데.


그 순간, 천장의 전구가 깜빡였다.

제길.

나는 전구를 깨질 듯이 노려봤다.

전구가 깜빡이면 되는 일이 없다.

역시나 내 패는 망패였다.


나에게는 두 가지 상징이 있다.

행운의 요거트, 그리고 불운의 전구.

희한하게도 요거트를 먹고 도박을 하면 운이 붙고, 전구가 깜빡이면 뭐든 망한다.


요거트가 혀끝에 닿는 순간 심장은 고요해지고 세상은 잠시나마 통제 가능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전구가 깜빡이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진다.


문제는 카지노였다.

이곳은 빛으로 돈을 세는 곳이었다.

천장에 매달린 수백 개의 전구가 휘황찬란하게 빛을 쏟아내고 있었고 그 빛이 곧 나의 적이었다.


그날은 요거트를 아무리 먹어도 진전이 없는 날이었다.

요거트를 먹자마자 전구가 깜빡였고, 그때마다 패는 망했다.

고장났는지 계속해서 깜빡거리는 전구가 야속했고 속에서는 화가 들끓었다.


결국 나는 테이블 위로 올라섰다.

경호원이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힐을 벗어 들었다.

그리고 깜빡이던 그 전구를 향해 내리쳤다.


펑.


유리가 터지고, 빛이 산산이 흩어졌다.

비명, 욕설, 칩이 바닥에 굴러 떨어지는 소리,

경호원들이 달려왔고 나는 붙잡혔다.


쫓겨나며 외쳤다.

"내 요거트! 그거라도 내놔! 내 행운은 그거 하나뿐이라고!"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커튼을 닫고 불을 끈 채 냉장고 문만 살짝 열어 둔다.

요거트들이 희미한 불빛 아래 줄지어 있다.

그녀는 천천히 요거트를 꺼내 하나를 연다.

아무 불빛도 없는 곳에서 요거트의 맛을 느낀다.

순수한 행운의 맛.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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