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사람 코스프레가 너무 힘들다

by 단뎅

나는 요즘 인생의 동반자를 찾고 있다.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여도 상관없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다.

나와 반평생을 함께 걸어줄 사람, 서로 기대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찾고 있다.


그런 사람이 정말 존재하긴 할까 솔직히 의문이지만 매번 희망을 가지며 데이트를 한다.

다른 사람, 다른 얼굴, 다른 목소리 하지만 패턴은 늘 똑같다.


어색하게 시작된 대화는 서로의 직업 이야기로 이어지고,

취미, 여행 스타일, 가족과의 관계, 그리고 요즘 보고 있는 넷플릭스까지.


나는 그 안에서 항상 ‘괜찮은 사람’인 척을 한다.

건강한 사람처럼 말하고, 성실한 사람처럼 웃고, 취미도 있는 사람처럼 굴고,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처럼 앉아 있다.


하지만 사실 깊은 곳의 나는, 나태하고 우울하고 삶에 대한 의지도 크지 않은 사람이다.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가며 이따금씩은 세상이 너무 무겁게 느껴져서 숨이 막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웃는다. 입꼬리는 위로, 마음은 아래로.


가끔은 그렇게 나를 예쁘게 포장하다가, 그 포장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이게 나야. 그냥 봐. 귀찮아서 아무것도 안하고 싶고, 내일에 대한 기대라고는 조금도 없는 나”


하지만 이런 나를 보면 좋아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그래서 다시 나는 의자에 예쁘게 앉아 말한다.

“평생을 디자인을 했고 지금은 프리랜서의 삶을 만족하고 있어요."

“헬스는 10년 정도 했고, 운동중독자 때 따 둔 트레이너 자격증도 있어요.”

“저는 자유와 성장을 가장 큰 가치로 가지고 살아가고 있어요”


전부 사실이지만, 전부 진실은 아니다.

나는 진짜 괜찮은 사람일까.

아니면 괜찮은 사람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일까.


이 연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 속에 있는 나를 꺼내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지치고 외롭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모르겠다. 어떤 얼굴로, 어떤 마음으로, 누굴 만나야 할지.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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