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은 늘 먼저 꺾인다

by 단뎅

예쁘게 꾸미고,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오늘도 나간다.

매번 그래왔다.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그 희망이 얼마나 얇은지 알면서도, 쉽게 접히는 마음을 가지고 또 사람을 만난다.


하하, 호호.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얼굴을 짓는다.

그 얼굴 뒤에는 사실, 아주 진지한 사람이 앉아 있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관계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


하지만 매번 돌아오는 말들은

“우리 오늘 같이 있을까?”

“마음에 드는데, 집에 같이 갈래?”

그런 말들뿐이다.

그들에겐 나의 진심보다, 오늘 하루가 중요해 보인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걸고 나왔는데

그들은 언제나 몸만 내밀고 서 있다.


진지한 마음으로 나온 내가 잘못일까.

그런 말을 듣고도 웃으며 넘기는 내가 어리석은 걸까.

아니면, 내가 그렇게 가볍고 쉬워 보이는 탓일까.


어떻게든 하루를 같이 보내보겠다는 목소리들.

그 목소리들이, 징징대듯 구는 말투들이

내 마음의 날개를 한 장씩 꺾는다.

그들이 던지는 말 몇 마디가

내가 마음속에서 애써 꺼내온 감정들을,

아무렇지 않게 밟고 지나간다.


진심이 자꾸 바보가 되는 이 반복 속에서

나는 조금씩 지쳐간다.


그래도, 또 나간다.

혹시 이번엔 진짜일지도 몰라.

그 아주 작고 미련한 희망 하나가

오늘도 나를 밖으로 밀어낸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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