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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Jul 15. 2021

시험관 4차_02. 아모르 마네트

평촌 마리아 '초진 ~ 난자 채취 전'까지의 기록

 

템푸스 푸지트 아모르 마네트
(Tempus Fugit Amor Manet)
세월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

- 직지




김포 공항에 도착하니 부모님이 와계셨다. 감사한 마음 저 편에 '에효, 자식이 뭐라고..'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평촌 마리아 근처에서 돈가스 맛집을 찾아 점심을 먹고 진료를 받으러 갔다.


평촌마리아 9층. 깔끔하고 널찍하다. 대기석에서 8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향한 전경. 내 오른편에는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못 찍음.





규모부터가 제주도 난임 전문병원과는 차원이 달랐다. 커다란 빌딩 8,9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었고 수납 안내해주시는 분들만 세 분이 계셨다. 주사실과 채혈실 전담 선생님도 붙박이로 계셨다. 초진 인터뷰지를 작성하고 혈압을 측정한 뒤 순서를 기다렸다.


초진 인터뷰지에는 본인과 남편의 간단한 개인정보, 최근 산전검사, 병력 등 법률혼 여부와 건강상태를 묻는 시험관 아기 시술에 필요한 질문들이 소상히 적혀 있었다.


순서가 되어 주사실로 들어가니 담당 선생님께서 이전 진료 기록에 대해 소상히 물으셨다. 시험관 네 번째인데도 시험관 아기 시술 과정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7월 7일
초진


오후 1시 반 강영제 원장님 예약


평촌 마리아 도착 후 초진 인터뷰지 작성

카드 만들어주시고 포켓 마리아 앱에 대한 설명 해주심

   (포켓 마리아 앱 깔고 들어가서 회원번호 넣어 로그인하면 진료 일정 기록은 물론 난임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볼 수 있음)

외래 : 질 초음파 검사 후 현재 상태와 기존 진료기록에 대한 나눔

고날에프, 데카펩틸 주사 처방

바이오아지니나액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하다고 사서 하루 네 번 공복에 마시라고 말씀해 주심


고날에프와 데카펩틸 주사는 난자를 키워주는 역할을 하는 과배란 주사

바이오아지니나액은 성숙한 난자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갈색병의 물약이며 공복에 마셔야 효과가 있음


다음 외래일 7월 12일  


납부, 주사 맞고 약국에서 약 구입 후 귀가


납부할 금액 128,700원
정부지원 금액 115,830원
★ 납부한 금액 12,870원

★ 바이오아지니액 40병 (한box에 20병) : 110,000원
 (너무 비싸서 약국에서 가격 듣고 정말 깜짝 놀람.
약사님이 '약이 좀 비싸죠?' 하시면서 '다들 반응이 한결같다'며 웃으심)


바이오아지니나액. 한 병에 20ml. 한 박스에 20병씩 들어있다.



오후 4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오후 10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7월 8일


오전 7시 반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오전 8시 : 홈요가 20분

오전 8시 반 : 고날에프 300, 데카펩틸 주사

오전 11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오후 4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저녁 10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고날에프. 박스를 열면 플라스틱 통 안에 펜 모양의 주사와 여러개의 주사침이 들어있다.  오른쪽 사진은 주사 다 맞고 버리기 전에 찍은 사진.


기존에 맞았던 퓨레곤 주사와 비슷한 고날에프. 펜 뚜껑 모양의 주사기. 뚜껑을 열고 주사액이 있는 부분을 알코올 솜으로 닦아낸 후 주사침을 돌려 끼운다. 주사 맞을 양만큼 돌려서 숫자가 보이게 한다. 주사 맞을 부위를 알코올 솜으로 깨끗이 닦아낸 후 주사침의 뚜껑을 연다. 주사 맞을 부위를 한 손으로 두껍게 잡고 90도로 바늘을 찔러 넣는다. 이때 숫자가 잘 보이도록 주사기를 잡고 천천히 주사액을 밀어 넣는다. 다 맞으면 주삿바늘을 빼고 맞은 부위를 알코올 솜으로 지혈해준다.



데카펩틸. 주사액이 들어있는 일체형 주사기. 고날에프 보다 바늘이 두껍고 한번에 맞는 양이 많아 왼손으로 배를 세게 잡고 오른손으로 천천히 주사를 놓아준다.




7월 9일


오전 7시 반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오전 8시 : 홈요가 20분

오전 8시 반 : 고날에프 300, 데카펩틸 주사

오전 11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오후 4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저녁 10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7월 10일


오전 7시 반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오전 8시 : 홈요가 20분

오전 8시 반 : 고날에프 300 주사

오전 11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오후 4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저녁 8시 : 30분 산책

저녁 10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7월 11일


오전 7시 반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오전 8시 : 홈요가 20분

오전 8시 반 : 고날에프 300 주사

오전 11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점심 : 추어탕

오후 4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저녁 10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7월 12일


새벽 4시 20분에 일어나 외출 준비

새벽 5시 평촌 마리아로 출발

오전 6시 50분경 평촌 마리아 지하주차장 도착

오전 7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오전 7시 15분 : 평촌 마리아 접수


7시 반부터 진료 시작인데 이미 대기인원이 15팀이 넘었음


오전 9시 : 외래


오른쪽 난자는 잘 자라고 있는데 왼쪽 난자는 그에 비해 작다고 함

신선 2차 때도 오른쪽 난자가 더 잘 자라서 오른쪽에서 채취했던 기억이 있음


고날에프, 유레릭스 주사 처방 받음


고날에프는 난자를 키우는 주사

유레릭스는 난포가 터지는 걸 막아주는 주사

(유레릭스는 맞고 나면 주사부위가 빨갛게 붓고 가려운 증상이 있음)


다음 외래일 : 7월 14일 수요일

(진료 후 난자 채취일 확정)



납부할 금액 : 75,100원
정부지원 금액 : 67,590원
★ 납부한 금액 : 7,510원  


병원에서 고날에프 300, 유레릭스 주사 맞고 나옴


유레릭스 주사 맞은 부위는 계속 가렵고 피멍이 듦



※ 유레릭스 주사 놓는 팁 


아래 사진은 양해를 구함.

비위 약하신 분들은 패스.


피하주사라 과배란 주사를 맞을 때면 아랫배가 뽈록 나온다. 어느 정도 뱃살이 있어야 맞기 편하긴 하다.

과배란 주사는 배꼽에서 팬티라인 사이에 있는 배에 맞는다.

배꼽 주변에는 모세혈관이 많아 피하고 왼쪽 오른쪽으로 번갈아 놓으면 되는데 위에서 배를 보고 찍은 사진이라 사진에 보이는 왼쪽이 실제 오른쪽 배이고, 오른쪽이 실제 왼쪽 배다. (사진은 7월 13일 찍음)

병원에서 놓아주신 유레릭스를 맞은 뒤 왼쪽 배에 피멍이 들었다. 맞은 지 하루 지났는데도 피멍이 여전하고 주사 맞은 부위가 딱딱하게 뭉쳐있다. 오른쪽은 내가 직접 천천히 놓았는데 잠시 저렇게 붉어지고 가렵더니 괜찮아졌다.


12일 날 주사실 선생님이 주사를 빠르게 한 번에 놓아서 저런가 싶었는데 14일 병원에 가서 여쭤보니 지혈의 문제란다. 12일 주사를 맞고 부어오르고 가렵고 빨갛게 되어서 내가 문질문질 했던 것 같다. 혈관을 통해 한꺼번에 약이 들어가고 있는 부위를 문질문질 해서 그 부위의 혈액이 뭉친 거라고 하셨다.  유레릭스는 주사 맞은 부위를 알코올 솜으로 그냥 꾹 눌러 3분 정도 지혈해주고 그냥 두면 살짝 가려움증이 있다가 사라진다고 한다.

 


오전 11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점심 : 장어구이

오후 1시 : 고날에프 잔여액 주사

오후 4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저녁 10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7월 13일


오전 7시 반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오전 8시 : 홈요가 20분

오전 8시 반 : 고날에프 300, 유레릭스 주사

오전 11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오후 4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저녁 10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아보카도, 두유, 두부 등 섭취



 

7월 14일


오전 4시 : 기상

오전 4시 40분 : 평촌 마리아로 출발

오전 6시 20분 : 평촌 마리아 도착

오전 6시 반 : 공복에 바비오아지니나액 마시고 두유 마시고 올라감

오전 6시 40분 : 강영제 원장님 출근, 대기하다가 1등으로 접수

오전 7시 반 : 외래


질 초음파 결과 자궁 두께는 0.78cm 정도 오른쪽 난자는 2cm 넘게 잘 자라고 있는데 왼쪽 난자는 그에 비해 작음.

금요일 오전으로 난자 채취일 정해짐

난포 터지는 주사 3대 처방(필히 오후 9시에 맞을 것 : 난자 채취 전날이 아닌 전전날 맞을 것)


수납, 채혈, 주사(유레릭스) 맞고 나옴


납부할 금액 : 120,190원
비급여 주사비용 : 90,000원
정부지원 금액 : 27,170원
★ 납부한 금액 : 93,020원

★ 질정 : 6,960원



오전 8시 20분 : 춘천으로 출발

오전 10시 10분  : 춘천 도착

오전 11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홈요가 20분, 명상 10분

오후 4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오후 9시 : 오비드렐 2, 데카펩틸 1 주사 놓기

오후 10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오후 10시 10분 : 질정 넣기


저녁 9시에 맞은 세 대의 주사. 오비드렐 2, 데카펩틸 1. 두번째 주사 맞고 피가 많이 나옴 ㅜ 아팠어 힝. 오른쪽 아래 소독제 역할 해주는 질정.




7월 15일


오전 7시 반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오전 8시 : 홈요가 20분

오전 11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오후 4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밤 10시 : 바이오아지니나액 복용

밤 11시 : 질정 넣기


아보카도, 흑염소, 땅콩, 두유 등 섭취

자정부터 난자 채취 전 까지 금식(물도 마시면 안 됨)  







매일 먹었던 영양제

얼라이브 포 우먼 종합비타민 1알, 솔가 엽산 400 1알








어렸을 때부터 남다르게 우리 남매들에게 성심성의껏 잘해주셨던 부모님이셨다. 나는 결혼해서 아이 낳아도 우리 부모님처럼 못 할 거라고 말한 적도 많았다.

도시락 싸들고 다니던 초등학교 때는 따뜻한 밥 먹인다며 점심시간에 맞춰 밥, 반찬해 도시락 싸서 교문 앞 까지 가져다주시던 엄마, 중고등학교 때도 걸어 다니거나 버스 탄 기억이 거의 없이 차로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셨던 아빠. 철마다 방학마다 여행 다니며 많은 경험을 하게 해 주시고 다양한 운동도 배울 수 있도록 해주셨다.

물론 대학생이 되어서까지 이른 통금시간과 과한 간섭 때문에 우리 남매는 적당히가 없다며 말도 안 듣고 싸우기도 하고 반항한 적도 많긴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부모님에게 받은 사랑의 기억만큼은 남아 있다.


마흔이 넘은 딸자식이 2세를 갖기 위한 노력에도 결실이 없자, 좋은 기술과 의료진을 보유한 육지 병원을 권하신 부모님. 아무리 딸이지만 계속 떨어져 있다가 함께 살려면 불편하신 게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도 티 하나 안 내시고 편하게 해 주신다. 2~3일 꼴로 잡혀있는 진료 때문에 새벽 5시 전 출발 일정에도 귀찮은 표정 하나 없이 운전기사를 자처하시는 아빠와 아침저녁 딸내미 밥 차려주시고 집안일 손도 못 대게 해 주시는 엄마 덕에 몸이 편하다.  부모님은 진료가 없는 날이면 약속 있다며 나가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시는 데 워낙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지라 마음까지 편하다. 보고 싶은 영화 찾아보고 읽고 싶은 책 빌려 읽고 이렇게 편안하게 글도 쓰고 있다.


우리 부부의 간절한 바람과 부모님의 희생 어린 사랑과 지인들의 고마운 기도가 결실을 맺으면 좋겠다.


이식을 하고 피검사를 하고 결과를 받기까지는 약 2주간의 시간이 남아있어 더 힘을 내야 하지만, 부모님을 향한 이 한 달의 감사함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시간은 흘러도 사랑받았던 기억은 진하게 남는다.

아모르 마네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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