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에서 건강하고 평안하고 행복하게
식기도 때마다 하는 기도가 있다. “이 음식 먹고 건강하고 평안하고 행복하게 해주세요. 양가 가족들 모두 다요.”
3년 전 구좌읍에서 조천읍으로 이사 오며 한 달 반 동안 집을 올 리모델링했었다. 지붕, 페인트, 도배, 화장실 공사 등 전체 작업을 한꺼번에 진행하느라 아침 일곱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하루 열 두 시간을 일했다. 엄마가 함께 해주셔서 엄두라도 낼 수 있던 일이었다. 한 달 반 동안의 작업을 마치고 이사 후 꼬박 두 달을 이유 없이 앓았다. 말 그대로 이러다 죽을 것만 같았다. 병원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왜 이유가 없었을까. 과로 후 긴장이 풀리고 면역력은 바닥까지 떨어졌었겠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었다. 축축 처지는 몸을 일으켜 매일 아침 유튜브를 틀고 요가를 시작했다. 10분만 해보기로 했다. 하루 10분 운동을 하고 나니 해냈다는 성취감이 들었다. 하루 이틀 성취감은 쌓이고 몸도 점차 활기를 되찾았다.
그 때 깨달았다. ‘무언가 하고 싶어도 체력이 없으면 다 무용지물이겠구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침 요가는 루틴이 되었다. 지인들은 매일 운동하는 게 대단하다고 하지만 단지 건강히 살기 위해 운동한다.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아 그 일을 다 해내려면 건강해야 한다.
결혼을 결심하고 주례 목사님을 찾아갔을 때 “신랑 어디가 좋냐?”고 물어보셨다. 대번에 “마음 편하게 해줘요”했다. 스스로도 생각지 못했던 대답이었다. 목사님께서 “나중에 마음 불편하게 하면 헤어질 거야?” 웃으며 말씀하셨다. “음.. 네”하며 예능을 다큐로 받은 나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이 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처음 이 구절을 묵상할 때 의아했다. 구할 것을 아뢰는데 정작 그걸 주시는 게 아니라 마음과 생각을 지키신단다.
길지 않은 삶을 살며 여러 사건들을 통해 깨달았다. ‘내가 가진 것, 내가 무엇이 되는 것, 외부의 환경보다 중요한 건 평안함으로 깊이 뿌리내린 마음이구나.’라는 걸.
우리 부부는 둘 다 육지에서 남들이 부러워하던 공공기관 정규직이었다. 하지만 매일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어 하는 삶에 찌든 직장인일 뿐이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제주로 내려왔다. 백수로 1년을 살며 자연에서 뒹굴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소소한 행복을 누렸다. 지금은 굳이 행복을 좇지 않아도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며 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건강과 평안과 행복을 함께 누릴 사람들이다. 어린 시절에는 오롯이 나였다가, 그 다음에는 가족이었다가, 결혼 후에는 배우자와 배우자의 가족들 그리고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지인들까지 기도의 범위를 확장했다. 소소한 삶의 일상을 함께 할 귀한 인연들 또한 건강하고 평안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지금, 여기에서 건강하고 평안하고 행복하게. 나의 인생 모토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주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