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모양 가족

난임부부, 기도의 방향을 바꾸다.

by 단비

지난 주 부목사님 부부와 함께 식사를 했다.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나갔으나 그래도 마음이 힘들었다.

부목사님 사모님은 현재 둘째를 임신 중이시다. 축하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볼록한 배를 보며 심난해졌다.


올 초에 만나고 거의 10개월만에 만나는지라 살짝 어색함 속에 점심을 먹고 얼마 전 이사하신 부목사님 댁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간의 소식을 궁금해 하셔서 시험관 시작부터 4차까지, 그리고 자궁외임신과 수술 이후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웃다 울다를 반복했다. 거의 나 혼자 토크쇼를 하다가 부목사님 댁 첫째 아이가 하원할 시간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이는 어린이집 차에서 내리자마자 어린이집에서 만든 자신의 작품을 꺼내 부모님에게 자랑했다. 부목사님과 사모님은 "이모한테 인사해야지"하며 나에게 인사를 시키고는 아이의 작품에 호응해주셨다.


인사를 하고 차에 올라타 집으로 향하면서 백미러로 부목사님 가정을 보는데 한 단어가 떠올랐다.

둥그스름한 가족.


동글동글 참 평범하고 단란해보이는 가족이구나. 부모와 아이가 하나 혹은 둘 쯤 있는 전형적인 가족. 어쩌면 모두가 꿈꾸고 나이가 들면 응당 저런 모양이려니 생각하는 가족. 세상이 원하고 대부분의 부모들이 종용하고 상당수의 법규가 맞춤형으로 규격화 시켜놓은 가족의 모양.


동그랗고 둥그스름한 가정을 꿈 꾸는 게 지루하거나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특별한 목적이나 의미를 굳이 가지지 않더라도 동그란 모양의 가족은 막연한 꿈이고 바람일 수 있다. 하지만 동그란 모양의 가족만이 정답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의 빛이 번뜩하고 비춰져 내렸다.


수술을 받고 병원에 누워 기도했었다.

"하나님 우리에게도 아이를 허락해주세요."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어쩌면 우리가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삶을 원하시는 것은 아닐까.


세상 대부분의 가족이 동그랗거나 둥그스름하거나 원의 모양을 하고 있다면 우리는 별모양 가족이 아닐까. 조금더 시야를 넓혀보니 세상이 정해놓은 그럴싸한 둥근 모양 뿐 아니라 자발적이든 그렇지 않든 참 다양한 모양의 가족이 있었다.

비혼주의자인 여자 후배는 또 다른 여자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데 그 녀석은 세모 모양 가족.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자신에게 인생 투자를 하고 있는 또 다른 친구는 혼자 사는 네모 모양 가족.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작가 후배는 사다리꼴 가족.

둥근 모양의 가족도 면면을 들여다보면 다 같지는 않을 거다. 아이 하나만 잘 키우고 나의 커리어를 쌓아가길 원했지만 덜컥 둘째가 생겨버린 친구네 처럼. 그 친구는 반달 모양 가족쯤 되려나.

아이를 갖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부부 둘이 함께 살며 그 다음을 도모해가는 우리는 별모양 가족.


세상에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모양의 가족이 있다. 아니 내가 찾아내지 못했을 뿐 이미 있었다.


이 쯤 되니 굳이 동그란 모양의 가족이 아니더라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든다. 내 눈에는 원보다 예쁜 별모양을 더 반짝반짝 아름답게 잘 가꾸어 나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음을 기약하며 시험관에 도전해보려던 마음을 접기로 한다. "아이를 허락해주세요." 대신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로 기도의 방향을 바꾼다.



잠잠히 기도하며 하나님을 신뢰한다.


꼭 아이가 아니더라도 하나님은 늘 나에게 그러한 분이셨다.

나의 최적의 때에,

하나님의 최선의 방법으로,

나에게 하나님의 소유 중 최고의 것을 주시는.



그렇다고 평생 신뢰하겠습니다 하며 기약하진 못한다.

내가 성격도 급하고 인내심도 없는 편이라.

그냥 딱 오늘의 한 걸음만을 믿음으로 내딛어 본다.




KakaoTalk_20211018_093425473_02.jpg 제주의 가을. 정자와 바다와 억새. 왜 아이를 주시지 않나요 라는 원망 대신 고개를 들어 시선을 바꾸니 이미 하나님이 나에게 허락하신 아름다운 풍경이 참 많이도 보인다.
KakaoTalk_20211018_093425473.jpg 우리집 테라스에서 보이는 일출. 오른편에 우리집 행잉식물들 수염틸란드시아와 스킨답서스도 보인다. 주말 내내 비가 오더니 오늘은 날이 참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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