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 서우봉에, 성산 일출봉 앞 넓은 꽃밭에 유채가 한창이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제주 여기저기에서 벚꽃 축제도 열린다. 노란 물결이, 핑크빛 하늘이 제주의 봄을 알리나 싶지만 나에게 제주의 봄은 우리 집 마당이다.
작년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미니국화가 말라 갈색 빛을 띠었다. 죽은 가지를 밑동까지 잘라내고 보니 바닥부터 다시 초록빛의 잎이 자라고 있다. 기특한 녀석들.
무궁화나무에 연둣빛의 새싹이 고개를 빼꼼 내민다. 유난히도 무궁화나무가 많아 이사 첫 해 조경기능사님이 "이 집에는 애국자가 살았었나 봐요." 하셨었다. 그때 분명 나무 밑동까지 다 잘라냈었는데 3년이 지나고 보니 그 어느 나무보다 풍성하게 자라있다. 올해도 탐스럽게 하얀 무궁화가 많이도 피겠구나.
5월은 되어야 빨강, 분홍, 흰색의 꽃을 팡팡 피워내는 철쭉들도 이미 봉오리를 맺고 벌들을 초대할 준비를 마쳤다.
단풍나무도 벌써부터 자줏빛의 작은 아기 잎이 나기 시작한다.
나무들은 수만 개 봄꽃이 될 나무에 수액의 기운을 주려고 겨우내 엄청난 에너지를 모은다고 한다.
아무리 날고 기는 인간도 절대 할 수 없는 일. 봄의 꽃을 피우고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는 일이다. 자연의 신묘함 앞에서 자연스레 겸손해지는 계절.
무채색이던 겨울의 추위를 뚫고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세상을 만들어내는 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겸손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