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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Mar 26. 2020

텔레그램 N번방을 통해 본 우리사회 모습

 삿대질하기 전에 우리 사회를 돌아볼 때

박사 방 운영자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났다. 모든 포털사이트와 SNS에는 '조주빈'이라는 인물에 대한 검색이 뜨거웠다. 그가 다녔던 학교, 출생, 일화 등 그의 모든 것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사태에 분노하고 청원을 통해 피해자를 보호와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이코패스 ㅇㅇ"


"우리나라 인성교육의 실패"


"악마의 삶 우욱 역겹네"


일부 연예인들은 SNS를 통해 '조주빈'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N번방을 세상에 알린 소수의 공로자들 신상공개를 촉구에 한마음으로 모인 국민 덕분에 성범죄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피해자만 고통받던 비정상적인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를 보며 조금은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 든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이대로 '조주빈'이라는 인물 한 명만 삿대질하고 처벌하끝내버리는 게 아닐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우리 사회 깊숙이 병든 부분은 도려내려는 시도조차 못하고 껍질만 핥고 또 지나가는 건 아닐  수십 명의 피해자가 생길 때까지 방관했던 우리 사회는 책임이 없었을지 생각하게 된다


# 몰카 천국 대한민국


요즘에는 지하철 어디를 가도 '불법 촬영 금지', '몰카는 범죄'라는 포스터들이 눈에 띄게 붙어 있다. 정말 당연한 내용들이지만 십 년 전 만해도 몰카는 그리 심각하게 받아 들여 지지는 않았던 거 같다. 90년 대생들이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처럼 당시 몰카는 뭔가 친숙하고 장난스러운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몰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중학생 시절 한창 성장기에 대한 통증으로 음란물에 빠져서 볼 때, 음란물을 보려고 찾던 중 다른 나라 영상에는 없는 '몰카'라는 충격적인 영상들을 발견했다. 여성이 이용하는 다중시설, 성관계 등을 누군가 몰래 촬영한 영상이 누구나 볼 수 있게 버젓이 올려져 있었다.  


몰카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혹한 범죄다. 서양의 포르노, 일본의 AV 등 자극적인 영상들이 많지만 우리나라처럼 몰카는 있을 수 없다. 근데 충격적이었던 건 나는 그때 그걸 무심코 봤다는 것이다. 이후 순간적인 죄책감이 들어 꺼버렸지만 깊은 상은 남았다. 나 또한 그걸 보고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방관자였다


아직도 보면 대학교수, 공무원 등 사회에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몰카를 촬영하다가 적발됐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본다. 결국 몰카라는 것도 누군가는 계속 소비하고, 방관하기에 몰카를 촬영하는 사람들도 나타나는 것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디지털 성범죄에 무감각하며 성착취 문화에 거부감이 없다.

 

# 언론, 사실보다는 이슈몰이로


언론의 참된 역할은 매체를 통하여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 인식 속에 우리나라 언론에 대한 신뢰는 그리 좋지 못하다. 코로나 사태를 보더라도, 가짜 뉴스로 국민들이 불안해하니 언론이 할 역할을 정부가 대신해서 '팩트체크'라는 탭을 만들었니 말이다.


언론사들이 기사로 어그로를 끌고, 내용을 앞다퉈 보도하려는 부분이해는 간다 기자도 직업이기에 조회수도 나와야 하고 경쟁사들에 비해 먼저 노출이 돼야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회적인 문제에 들도 어그로 기사와 이슈몰이로 본질이 변질되는 거 같아 안타까움이 있다.


오늘 기사들도 보면, 포토라인에서 '조주빈'이 '손석희' 등 유명인사를 거론하자마자, 언론은 금세 손석희 사장과의 관계와 궁금증 관련 기사로 보도하였다. 타 언론사들도 그에 맞춰 후속기사들을 전파하자 실검은 금세 조주빈에서 손석희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여론은 그 기사로 인해 동요하기 시작했다.


SNS 등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이전만큼 특정 뉴스나 기사에 의해 좌지우지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기사들이 계속 나오는 것은 우리 사실 전달보다는 자극적인 이슈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체적인 자세를 통해 언론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원하는 기사를 보도하도록 만들 책임이 있다고 본다


# 히틀러도 갑자기 탄생하지 않았다


'아돌프 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 일으키고 600만 명의 유대인 학살 만행을 저지른 인물이다. 그가 역사적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혼자의 힘이었을까? 나는 그 시대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 극심한 경제 침체, 금융업으로 잘 나가는 유인에 대한 분노, 강한 독일의 대한 향수 등 그 시대의 국민들의 여론이 '아돌프 히틀러'라는 뒤틀린 인물을 만들어 냈다.


조주빈 아돌프 히틀러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어쩌면 우리사회의 뒤틀린 성문화, 성범죄에 관대한 사법제도, 쉬쉬하는 성교육, 사회에 뿌리 깊은 성차별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이 스스로를 악마라고 부르는 인물 탄생하게 만든 거 일수도 있다


나 또한 포토라인에서 떳떳하게 말하던 조주빈을 비롯해 이 사건을 가담했던 가해자들이 세상에 알려졌으면 한다. 더 이상 음지 속에서 여성 피해자들이 고통받지 않았으면, 이로 조금이나마 만연한 사회문제가 조금은 나아졌으면 한다. 근데 그러기 위해서는 삿대질보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텔레그램에 참여 안했다고 하여관계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못된 음란물 중독에 빠져 있지는 않는지, 나도 모르게 성착취 문화에 거부감 없이 자란것은 아닌지, 혹은 주변에 순간적인 탐욕에 이끌려 어려움에 처한 피해자가 있지는 않는지, 한 번쯤 나와 우리 사회를 돌아봄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이제 많은 선진국들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여기에 한발 나아가 성범죄로 부터 여성과 아이들이 안전한 사회로 만들어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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