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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Mar 16. 2020

생애 첫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브런치 3주를 하고 느낀점

# 생애 첫 프로필 사진을 찍으러 갔다.


날씨가 쌀쌀하다. 거리도 한적하고, 주변에는 온통 마스크 낀 커플들 뿐이다. 코로나가 불어도 보고 싶은 남녀를 때어놓을 수 없나 보다. 나는 오늘 큰 마음을 먹고 생애 첫 프로필 사진을 찍으러 스튜디오로 갔다. 스튜디오는 증명사진이랑 대학교 때 동호회 단체사진밖에 찍은 적이 없는데 막상 혼자 가서 찍으려니 상당히 뻘쭘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프로필 사진을 찍으려고요"

"어디에 쓰시게요?"

"저기 작가.. 작가 프로필인데요"

"그게 어떤 건데요. 사진 예시 좀 보여주세요"


머릿속으로 이런 모습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있는데, 막상 와서 보여달라고 할지는 생각을 못했다(이렇게 사진 촬영 경험이 없다) 부랴부랴 느낌 있는 흑백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찍고 싶다고 했다.


"음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네요 그 준비되면 알려주세요"

"네? 어떤 준비를 해야 하죠?"

"거울 보며 어떻게 표정 지을지 연습하시고, 되시면 말씀하시면 돼요"


생전 웃는 모습 말고는 찍어본 적이 없었다. 친구들과 단체사진, 연인과 사진, 심지어 혼자 있는 사진들도 대부분 웃는 얼굴로 찍었는데, 다른 느낌을 연출한다는 게 너무나 어려웠다.


"자 찍겠습니다. 고개 드시고 하나 둘 셋, 너무 경직되어있으시네 다시 한번 더 좋아요"

"저기 저 웃는 얼굴로 한번찍어봐두될까요"

"아 그러세요, 자 하나 둘 셋"


수십 번의 촬영 끝에 몇 가지 안이 나왔다. 처음에는 보여준 예시대로 측면에 느낌 있는 샷을 찍었고, 마지막에는 나의 요청대로 웃는 얼굴 정면샷을 찍었다.


" 사진 어떠세요. 근데 아까 요청하신 대로면 요거 측면 샷이 괜찮을 거 같은데요? 보정을 안 해서 그렇지 보정하면 느낌 있고 좋아요"


웃는 얼굴과 측면사진을 비교해봤다. 웃는 얼굴이 조금 자연스럽긴 한데, 뭔가 느낌 있는 샷은 측면으로 찍은 게 나아 보였다. 그래서 측면 샷으로 보정하기로 결정하고, 3만 원을 지불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나는 사진을 받았다.


사진을 받고 나서, 카페에 앉아 수십 분을 고민했다. 사실 사진관은 보정을 잘해줬다. 근데 계속 보면 볼수록 어색하고 나 같지가 않았다. 과도한 설정샷. 내 인생에서 저렇게 눈을 감고 무언가를 음미(?)하는 표정을 지은적이 있던가. 나는 고민 끝에 용기 내어 웃는 사진 파일을 줄 수 있는지 부탁했다. 그리고 다시 고민했다. 웃는 얼굴을 받아도 프로필로 쓸 수는 있을까?


# 브런치를 시작한 지 18일


프로필 사진을 찍으러 간 이유는 브런치에 쓸 프로필 때문이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18일 만에, 내게는 과분하게도 구독자가 10명을 돌파했고, 몇몇 글들이 조회수 1000을 향해 가고 있었다. 브런치는 올해 첫 번째 목표이자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애정을 듬뿍 쏟을 준비 되어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보다 빠르게 잘 돼가니 기뻤다


 왜 유튜버들이 항상 좋아요와 구독 눌러주세요를 하는지 이해가 갔다. 구독자가 생기니 더 구독자와 조회수가 늘어날 만한 글들을 계속 고민하게 되었다.

<3.16 글 랭킹>

주로 조회수가 많았던 글들은 이별, 사랑, 공허함에 대해 얘기한 글이었다. 이중' 당신은 날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들어'는 가장 많은 고민과 애정을 가지고 쓴 글이었고, 이중 좋아요도 가장 많기도 하였다. 유입률을 보며  감성적인 글들에 앞으로 포커스를 맞춰볼까 고민이 들었다


그리고 생긴 고민이  프로필 사진이었다. 좀 더 감성적인 이미지를 부각하면 좋을 거 같아. 프로필 명도 좀 더 감성적인 느낌으로 바꾸면 어떨까. 이런 고민을 하던 중 결국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사진관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로 받은 프로필 사진은 맘에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인위적이었다


#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 앞으로의 계획과 쓰고 싶은 주제들을 적는다. 나는 두 차례 떨어지고  내가 왜 브런치를 시작하려고 는지 고민을 했다.

나는 정보를 전달하는 글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  스스로 성장하고 글을 쓰고 싶었다.  세 번째 도전할 때는 내가 쓰고 싶은 글, 하고 싶은 목표에 대해 진심을 다해 아래와 같이 썼다


저는 소외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사회혁신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10년 안에  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하는 모습을 매일 상상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브런치가 제 생각과 꿈을 세상에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어  작가를 신청하였습니다...(중략)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썼다. 그런데 점차 조회수와 좋아요를 보며 내가 아닌 다른 독자들의 시선, sns 유입을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일기장이 아닌 이상 독자들이 내 글을 읽게 하고픈게 작가의 마음이지만, 문득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던 방향을 잃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구이년생 조대리


'구이년생 조대리' 90년생이 온다. 82년생 김지영을 연상케 하는 평범한 닉네임처럼 보이지만, 현재 나를 잘 나타내는 닉네임이다.  마지막 20대를 보내고 있는 92년생, 회사에서는 조대리로 불리는 청년의 이야기. 쓰고 싶은 내용도 앞으로 도전하고픈 주제도 많기에, 아직은 어떤 닉네임으로, 나를 가둬두기는 이른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의 프로필 사진,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퇴사한 동갑내기 동료에게 급하게 부탁하고 다음날 받은 선물이다. 살면서 라마를 닮았다는 생각은 안 해봤, 선물이 맘에 들기도 하였고, 계속 보다 보니 나를 빼닮은 거 같았다


그래서 당분간은 프로필 사진도, 프로필 명도 안 바꾸기로 결정하였다. 돈 3만 원을 주고 프로필은 못 건졌지만 그보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와 앞으로 써야 할 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 거 같다.


사랑과 이별에 대한 글들을 잠시 매거진으로 묶어두고, 아직 시작 못한 다른 얘기들을 써보고자 한다. 조금은 조회수가 낮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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