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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Apr 18. 2020

플렉스(Flex)가 아니고 릴랙스(Relax)였어

브런치작가의 인스타그램 글쓰기

Photo by NeONBRAND on Unsplash


지난주 일요일부터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게 뭐 그리 거창한 거냐 할 수 있겠지만,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퍼커슨의 말을 가슴에 품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멀리하고 살았던 내게는 다소 색다른 경험이었다. 인스타 초보의 6일간 인스타그램 탐방기를 간단히(?) 써보고자 한다


# 인스타그램 시작


최근에 한 지인이 인스타그램 시작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그동안 알고 지내던 모습에서는 SNS는 전혀 안 할 거 같은 이미지였는데 한 달째 매일 게시물을 올린다고 하여 놀랐다. 지인이 보내준 인스타그램 링크를 타고 보니, 수많은 텍스트 게시물들이 올라와있었다. 팔로워는 700명이 넘게 있었다.


일단 나는 그녀의 필력에 감탄을 했고(몇 년 안에 책이 나올 거 같다), #글스타그램, #글귀스타그램 이라고 불리는 텍스트 이미지가 많다는 거에 또 한 번 놀랐다. 위로, 격려, 사랑, 이별 등 감성을 노래하는 글들과 이를 통해 소통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내 머릿속 인스타그램의 이미지는 부서졌다.


내게 인스타그램에 대한 이미지는 여행사진, 명품 구매 등 사람들의 자랑 공간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SNS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있다 보니, 서로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이겠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하고 담백한 글, 이미지에 담긴 감성 넘치는 시, 상담받는 듯한 위로글을 보며, 마음의 소소한 울림을 느꼈다


# 인스타초보의 6일 탐방기


그래서 나도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열어보기로 했다. 찾아보니 3년 전에 가입만 해뒀던 이메일 주소가 있었다. 글로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sns를 끊은 지가 6년이 넘어가다 보니 하나하나 생소한 것들이 많았다. 조금 부끄럽지만 6일간 내가 느낀 경험들은 아래와 같다


(1일 차) 글 올리는 법을 몰라서 옛 직장동료에게 물어봤다. 내 소개글을 쓰고 최근에 선물 받은 레몬 생강청과 브런치 글들을 편집하여 올렸다. 모바일이 불편하여 pc로 인스타하는 법을 찾아봤다.  좋아요와 팔로잉을 하다 보니 금세 팔로워가 늘기 시작했다. 휴먼 편지체에 버금가는 글씨체로 무작정 글들을 올렸다.


(2일 차) 다른 사람들 계정을 보니 나도 팔로워를 늘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추천에 뜨는 사람들을 일단 팔로워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보니 동남아시아 및 중동에 있는 분들도 팔로워가 됐다. 글로 소통하고 싶지만 아직은 내가 준비가 안되어있어 조용히 언팔을 눌렀다..


(3일 차) 올렸던 게시물들을 보고 맞팔하고 싶다는 댓글이 달렸다. 생각보다 빨리 팔로워 100명을 달 거 같았다. 팔로워 100명이 되면 감사 인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에 빠졌다. 하루에 수십 번 인스타그램 들락날락했다. 그러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정경호 고백 장면 영상에 빠져 계속 돌려봤다..(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던가?)


(4일 차) 아는 동생에게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어떻게 하는지 배웠다. 엄마한테 인스타 알려주는 거 같다는 소리 들으며 라이브 하는 법을 캡처까지 찍어줬다. 드디어 팔로워 100명이 넘었다. 라이브는 민망해서 안 올렸다. 내가 쓴 글 하나를 팔로워 한분이 좋다고 퍼갔는데, 퍼간 곳에서 좋아요가 더 많이 달렸다. 웃펐다..


(5일 차) 아침에 일어나면 인스타그램부터 확인했다. 좋아요가 많이 달린 글, 댓글이 달린 글들을 보며, 맞팔과 댓글을 달아주었다. 위트 있는 글이라는 댓글에 욕심이 생겼지만 막상 쓰려고 고민하면 노잼이었다. 인스타에 중독되어 방문 횟수가 잦아졌다. 아이콘 옆에 늘어나는 알림을 보면 참을 수 없이 클릭하게 되었다.


(6일 차) 인스타그램에 대한 의욕이 한풀 꺾였다. 좋아요와 팔로워가 늘어나도 이전만큼 기분이 들뜨지는 않았다. 한 팔로워가 자신은 프랑스에 사는데 한국에 가족을 잃어버렸다고 쪽지가 왔다. 답을 안 하자 '나 무시하냐?'라는 말에 죄송하다고 말한 후 메시지를 삭제했다. 인스타그램 조절이 필요할 거 같다고 느꼈다.


6일간 인스타그램 탐방기 내 감정은 놀라움-즐거움-허무함으로 정리되는 거 같다. 내가 쓴 글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에 놀랐고, 글 쓰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공감 가는 글들을 주고받으며 즐거움을 느꼈다. 그러다 좋아요와 팔로워 수만 계속 체크하는 나를 보며 허무함도 느끼게 되었다


이제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된 인스타 초보자지만, 적어도 인스타그램에 대한 편견들은 사라진 거 같다.  자랑(Flex)만 하는 공간이 아닌 나름의 위로와 편안함(Relax)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 우리들의 소통 공간


SNS의 범주라고 보기 좀 애매하지만 SNS의 시작이라고 하면 싸이월드가 먼저 생각이 난다. 90년대 생이라면 도토리 주고받기와 서로의 미니홈피에 찾아가며 오글거리는 비밀글을 올렸던 기억들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가끔 2000년대 싸이월드에 감성 짤을 보면 어떻게 저런 글을 썼지 하며 손발이 오글거리기도 한다.


싸이월드에 시대가 저물자 페이스북으로 사람들이 넘어왔다. 잊고 지내던 초중 동창부터 새로운 사람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소통하게 됐다. 나중에는 광고와 마케팅의 일환이 되어 점차 사람들이 떠나갔지만, 지금도 주변에는 페이스북으로 소통하는 사람이 많다


몇 년 전부터 젊은 층의 주된 SNS는 인스타그램이 됐다. '인스턴트(instant)'라는 형식에 알맞게 공유하고 싶은 게시물을 손쉽게 사람들에게 전송할 수 있다. 보안성도 개선되고 있으며, 사진 한 장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파급력과 영향력을 줄 수 있다 보니 갈수록 인기가 많아지는 거 같다


그동안 인기가 있었던 sns 들을 보면 형태만 달라질 뿐,  사람들과 사회적으로 관계 맺고 싶다는 니즈를 적절히 충족시켜 주는 건 변함이 없는 거 같다.  앞으로 이런 니즈를 충족하는 플랫폼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내년만 되더라도 '아직도 인스타 하니?' 하며 새로운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수많은 sns 속에 살고 있다>

# 브런치 VS인스타?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은 목적과 성격이 달라 비교하는 게 크게 의미는 없지만 글 쓰는 사람에게는 유사한 점도 있는 거 같다.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글을 보며 영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은 순간순간 생각나는 짧은 글들을 주고받는데 좋은 거 같다.  "나는 괜찮은데 사람들은 아닌가 봐 -혼자 밥 먹기-" 등 문뜩 떠오르는 문장들을 인스타그램에서는 손쉽게 올릴 수 있다. 브런치에서는 책상에 앉아 생각들을 정리하여 써야 한다면,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동 중에도 짧은 글을 쓸 수 있는 게 매력이다  


브런치는 인스타그램보다는 긴 호흡을 가지고 글을 쓰게 된다. 나의 경우도 글을 쓰고 퇴고를 3~4번 거치면 평균 3시간 정도는 글을 쓰는데 시간을 잡는다. 또한 그전에 글의 소재와 전체적인 구성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하지만 글쓰는 사람 입장에서 브런치가 장점이 많다. 글의 소재도 다양하고, 작가들 간에 소통도 가능하고, 작가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서 그런지 발행이라는 버튼을 누르고 글 내보냈을 때 참 기분이 좋다. 인스타보다 좋아요와 댓글은 덜 달리지만, 그렇기에 좋아요와 구독이 더 고맙게 다가오기도 한다.


# 나를 위한 글을 쓰자


결론적으로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을 오가며 글 쓰는 건 좋은 거 같다. 인스타그램에는 공감 가는 글귀, 짧은 시, 문뜩 스치는 생각들을, 브런치는 그동안 쓰고 싶었던 주제들로 연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래도 작가라는 이름을 가지고 글을 연재하는 브런치에 애정이 가는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최근에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 글쓰기가 망설여졌었다. 그런시기에 인스타그램 시작은 글쓰기 압박으로 부터 조금은 자유롭게 해준 계기가 된거 같다. 조금 글쓰기가 두렵거나 망설여지는 사람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에서 짧은 글쓰기를 통해 흥미를 되찾으며 글쓰기와 친숙해지면 어떨까 싶다.


"글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은 어디서나 존재한다"

플렉스 대신에 릴랙스를 느낀 초보 인스타의 짧은 인스타그램 탐방기였다.

<좋아요에 너무 신경 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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