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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May 02. 2020

내가 뽑은 투니버스 만화 속 엔딩곡 베스트 5

머리가 아니라 입이 기억하는 노래들

지금 들어도 좋은 투니버스 만화 주제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처음에는 베스트 10을 추려서 소개하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좋은 곡들이 많아 엔딩곡, 오프닝곡, 번외 편 주제가 총 3편으로 나눠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1편 엔딩곡 베스트 5>

  "안녕 디지몬 내 꿈을 꾸면서 잠이 들래~ 안녕 디지몬 친구들 모두 안녕♩~"


선택받은 아이가 되고 싶었던 소년은 세월이 지나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이제는 디지몬 세계를 구하러 가는 것이 아닌 회사를 구하ㄹ.. 아니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다니고 있다. 남북통일이 되어서 북한을 가기보다는 디지 바이스로 한 번쯤 디지털 월드로 가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런 동심도 옅어지는 나이가 되었다


내가 그 시절 그렇게 이 만화들을 재밌게 봤나 싶으면서도 다시 그 장면을 보면 그리워진다. 집에 돌아와 책가방을 내평겨치고, 엄마가 해준 오므라이스를 먹으며 TV 모니터 앞에서 만화를 기다렸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아마 저 만화가 그립다기보다 어린 시절 내 모습이 더 그리워서 이렇게 빠져드는 게 아닐까 싶다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이 예전 투니버스 만화로 날 인도했다. 그중 그리운 것은 만화 속 명장면도 아니고, 캐릭터도 아니고 가슴 뛰는 오프닝과 마음이 몽글해지는 엔딩곡었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진다. 유튜브에 단 공감가는 댓글을 보며 나도 추억을 공유할 세대가 생겼구나를 느꼈다


개인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지금 들어도 가사들이 아름답고 기억 남는 만화 엔딩곡 5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디지몬 어드벤처 엔딩 -안녕! 디지몬


설레는 이 마음은 뭘까 왠지 잠을 이룰 수가 없어
혹시 꿈을 꾸고 있는지 나는 몰라
내가 있는 곳 여기가 어딘지 언제부터 시작돼 온 건지
아무도 내게 말 안 해 가르쳐 주지 않아

디지몬 어드벤처-안녕! 디지몬

<디지몬 어드벤처 2000년>

첫 번째는 디지몬 어드벤처이다. 여러 시리즈가 나왔지만 내게는 디지몬 어드벤처가 최고이다. 개인적으로 태일이보다는 매튜가 멋있어 보였는데 나이가 들어도 여전한 거 같다. 디지몬 어드벤처 하면 오프닝만큼이나 기억에 남는 게 <안녕~디지몬 내 꿈을 꾸면서 잠이 들래>로 기억나는 엔딩곡이다


노랫말 중에는 안녕! 디지몬이 머릿속에 맴돌기는 하지만, 가사 중에 <설레는 이 마음은 뭘까>로 시작되는 도입부 가사도 맘에 든다. 외계인이 동심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저 노래 가사를 들려주고 싶다랄까. 눈으로 보지 못한 세상을 상상하고 그 세상을 설레며 기다리는 마음이 동심을 가장 잘 표현한 노래가 아닌가 싶다


만화 속 디지몬들이 나중에는 큰 적들과 싸우기 위해 진화를 한다. 아구몬도 팔다리가 길어지고 이상한 무기들도 장착한다. 어릴 때는 메탈 그레이몬, 워가루몬 멋있다 싶었는데, 나이가 들어보니 큰 적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저렇게 강해질 수밖에 없구나 생각도 든다. 아구몬도 아구몬일 때가 제일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2. 미소의 세상 2기 엔딩 -그래그래


그래 그래 세상은 나에게 열려있어
좌절보단 도전함을 반겨주는 세상이
그래 그래 세상을 나의 품에 안고서
내일의 난 모든 것이 달라져있을 거야

미소의 세상-그래그래

<미소의 세상 97년>

두 번째는 미소의 세상이다. 투니버스에서 재방으로 봤던 기억이 난다. 만화 스타일이 짱구와 비슷하면서도 나중에 나온 아따맘마, 아따아따, 그리고 좀 지나서 나온 케로로에 묻힌 거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도 저 특유의 동그란 반달눈과 한화에 한번 정도 나올까 하는 미소가 웃는 얼굴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엔딩곡  <그래그래>는 어른이 된 나에게도 위로가 되는 가사들이 많다. <그래그래 세상은 나에게 열려있어, 좌절보단 도전함을 반겨주는 세상이>, 시련과 실패라는 좌절이 있기에 끊임없는 도전과 성장이라는 것도 생기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왠지 "그래그래"라는 가사는 '너 힘든 거 알아, 그래도 힘내'라고 토닥이는 거 같이 들린다.


주인공 미소는 나이가 다섯 살로 나오는데, 다섯 살에 비해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나 또한 애어른 소리를 들으며 자라긴 했지만, 그런 미소이기에 철부지가 성장해가는 아따아따나 아따맘마보다 내 머릿속에 남는 거 같기도 하다. 나는 벌써 훌쩍 컸는데 사진 속 미소는 여전히 다섯 살이라 좋다.


3. 다다다 2기 엔딩 -너에게


너에게 미안한 일도
너에게 속상한 일도
모두 다 별빛 꿈속에 담아두고
다시 시작할래 그래 처음처럼

다다다-너에게

<다다다, 03년>

세 번째는 다다다이다. 외계에서 날아온 루다라는 아이를 남녀 중학생 둘이 키운다는 내용이다. 내 기억으로도 우주(남주)가 츤데레였는데 유튜브 댓글을 보니 역시 우주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거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다다다보다는 천사소녀 네티에 셜록스 셀리 커플이 더 좋아 보이긴.. 여하튼 기억 남는 만화이다


오프닝은 천사소녀 네티를 따라갈 수 없는 거 같지만 <권혁수 더빙 버전 말고> 엔딩곡은 다다다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가사가 단순해서 일까, 멜로디가 흥겨워서 일까, 머리보다는 입이 더 기억하는 가사가 많다. 특히, <너에게 미한 일도, 너에게 속상한 일도, 모두 다 별빛 꿈속에 담아두고>는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하다


상대방에 대한 미안함과 속상함이라는 게 맘 속에 담아두면 안 되지만, 가끔 상대방에게 털어놓기도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가사처럼 가끔은 나만이 아는 곳에 잠시 담아뒀다가, 다시 함께 꺼내볼 수 있다면 참 좋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 좀 더 서로의 맘을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4. 명탐정 코난 3기 엔딩-꿈을 향해


그대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꿈들을
요즘 들어 자주 본다며  
풀이 죽은 나를 보며 아무런 말없이
주머니 속의 차가운 나의 손을 꼭 잡아주는 그대

명탐정 코난-꿈을 항해

<명탐정 코난 96~현재>

네 번째는 명탐정 코난이다. 이제 미란이가 코난의 정체를 알았는지, 아직도 코난이 마취총을 쏘면 유명환은 잘 찾아서 앉는지는 모르겠다. 요즘 보는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제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잘되니 계속 스토리가 이어가고 싶겠지만 내게는 어린 시절 원했던 결말이 없어 아쉽다.


코난 3기 엔딩곡 <꿈을 향해>는 가사들이 좋다. <그대 갑자기 사라져 버린 꿈들을 요즘 들어 자주 본다면>으로 시작되는 노래는 어린 시절'꿈'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이제 누군가에게 말할 때 '꿈'이라는 단어는 어색하고 오히려 '진로'라는 단어를 많이 쓰게 된다.


'어린 시절 꿈'은 나 혼자서도 더 찬란하고 아름답게 그릴 수 있었다면, '진로'는 누가에게 내 인생의 길을 설명해야 할 거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멜로디 속에 꿈이라는 단어가 더 와 닿고, 꿈을 향해 달려가던 그 모습이 그리워진다. 근데 코난은 언제 끝내실 계획은 있으신 건가요?


5. 포켓몬스터 엔딩-우리는 모두 친구


내가 원하는 걸 너도 원하고
마주 잡은 두 손에 맹새해
힘을 내 봐(그래 힘을 내 봐)
용기를 내봐(그래 용기를 내봐)

포켓몬스터-우리는 모두 친구

<포켓몬스터-97~02>

마지막은 포켓몬스터다. 제일 마지막에 소개하고 싶었다. 포켓몬스터 엔딩곡은 90년대생이라면 다 기억할 거 같다 <피카추 라이츄 파이리 꼬부기 버터플 야도란 피죤투 또가스 서로 생긴 모습을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 맞아> 초등학교 때 영어로 12개월을 외웠던 거처럼 하나도 안 까먹고 기억이 난다


엔딩곡을 듣다 보면, 어린 시절 만화 다 봤구나 하면서 그제야 엄마의 밥 먹으라는 소리를 듣고 일어났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피카추, 라이츄 저 가사가 좋았는데, 나이가 듣고 듣다 보니 <내가 원하는 걸 너도 원하고 >라는 가사가 참 맴돈다. 내가 외롭고 쓸쓸하고 실수를 해도 포켓몬만큼은 항상 내편이 돼줄 거 같은 가사이다


나이가 들다 보니 친구나 인간관계라는 참 쉽지 않다는 걸 매일 느끼고 있다.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하고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고 하고 그렇게 사회에서 나름 조금씩 맞춰가는 나를 보면 한편으로는 대견스럽고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그래서 포켓몬스터 엔딩곡이 위로를 해주는 거 같다. "우리는 모두 친구라고"



글을 쓰다 보니 다시 옛날 만화도 보고 어린 시절도 떠오르고는 한다. 혹 누군가는 "지겹게 어린 시절 만화 얘기나 하고 있어, 세상에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과거를 그렇게 돌이켜본다고 해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현실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달려왔던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걸어왔던 매 순간에 꽃길이 있었다는 걸 느낀다. 누군가는 그래서 < 인생은 뒤로 걷는 꽃길>이라고 표현을 했다. 앞으로 갈 때는 모르지만 뒤를 돌아보면 보인다고 말이다. 그렇게 만화 속 노래를 듣다 보면 그때는 잘 몰랐지만 그때가 행복한 순간이었구나를 느낀다.


90년대생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시대를 겪은 행복한 세대였다고 표현을 한다. 나도 그 점에 동의를 한다. 근데 꼭 90년대생 만은 아닐 거 같다. 70년대, 80년대, 20년대에도 그 시절에 나름 겪었던 변화와 추억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생에서 아름다웠던 순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하루쯤은 잠시 잊고 있던 만화 노래를 들으며 잠시 과거의 나로 떠나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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