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런치의 제안하기를 통해 총 3분의 브런치 작가님들을 만났습니다. 5월에는 곽재혁 작가님, 아트 소믈리에 지니작가님이, 지난주에는 허두영 작가님이 회사 직원들을 위해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브런치 작가님들이 채운 알찬 인문학 교육 시간을 간략하게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 인문학 강연=브런치 작가
"작가님 안녕하세요. 구이년생 조대리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작가님께 강의를 부탁드리고 싶어 메일 드립니다 "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작가님들에게 긴장된 마음으로 강연 제안 메일을 보냈다. 나는 회사에서 직원 교육업무를 맡고 있다. 성폭력 예방교육, 리더십 역량강화 교육 등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반드시 들어야 하는 교육들도 있지만, 업무에 지친 직원을 위해 조금은 말랑한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봤다.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문득 브런치 작가님들이 생각났다. 인문학 강사는 생산성본부나 초록창에 검색만 해도 많이 나오지만, 자신의 분야에 전문성이 있으면서도 현실적이고 마음에 와 닿는 얘기를 전하는 강연자를 찾고 싶었다. 이런 강연에는 브런치 작가님들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구독하며 봤던 작가님들에게 강연 제안을 보내자 몇 시간 뒤 답장이 왔다. 각자 본업도 있고 지방에 계서 먼길을 오셔야 하는 분도 있었지만 흔쾌히 제안을 받아주셨다. 전화로 일정 조율을 하였는데, 글로 소통하던 분들을 실제 본다고 생각하니 더 긴장되었던 거 같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님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 본캐와 부캐& 3개의 페르소나
처음으로 강연을 제안했던 작가님은 출간 작가, 소아청소년과 의사, 한 아이의 아버지, 3개의 페르소나로 살고 계신 곽재혁 작가님이다. 처음 브런치를 통해 인문학 교육을 한다고 결정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작가님이기도 했다. 곽재혁 작가님이 주로 쓰시는 글은 육아에 대한 내용이다.
작가님 출간 책인 <처음 부모 육아 멘붕 탈출법> 소개글을 보며 딱딱한 이론적인 육아가 아닌 공감 가는 현실적인 육아를 재밌게 설명해 주실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회사 내 워킹맘 워킹대디들은 육아휴직에 들어가 있었기에, 젊은 직원들도 함께 들을 수 있는 가족 간 소통에 대해 강의를 부탁드렸다.
작가님은 가족 간 소통, 특히 젊은 부모들을 위한 어린 자녀와의 소통방법에 대해 강연을 해주셨다. 개인적으로 자신을 본캐와 부캐, 그리고 3개의 페르소나에 대해 설명해주신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본업인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의 나뿐만 아니라 출간 작가,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삶을 본캐와 부캐 페르소나로 설명하며, 그중에 본캐를 택하자면 ㅇㅇ의 아버지로서 자신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혹은 출간 작가로서 더 전문적으로 전할 수 있는 말도 있겠지만, 조금은 서툰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이를 바라보는 태도와 육아팁들이 와 닿는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강의 이후 아이가 있는 직장인 분들은 못 들어서 아쉽다고, 오신 분들은 최근 들어 가장 따뜻했던 강의였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 어쩌면 내 삶 어딘가에 있는 명화들
두 번째로 초청했던 작가님은 미술작품으로 일상과 마음의 소소한 기쁨을 선사하는 아트소믈리에 지니님이었다. 지니 작가님의 브런치 글 주제는 명화다. 미술작품을 평소에 즐겨보지 않는 사람들도 미술과 친해질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조금은 더 친숙한 영화나 드라마, 혹은 음악을 통해 미술작품을 즐기는 법을 알려주신다.
지니 작가님은 이전부터 브런치에서 소통하며 지내서 그런지, 글이 아닌 마이크로 듣는 지니 작가님의 생각은 어떨까 더 궁금증을 자아냈던거 같다. 물론 이런 기대는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직원들에게 인문학 교육을 사전 안내했을 때 명화 브런치가 어떨지 기대된다고 여러 메신저가 왔으니 말이다.
작가님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했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와 이제는 클래식 명작으로 남은 영화 노팅힐에 나와있는 미술작품을 보여주며, 극 중에서 미술작품의 역할과 작품에 담긴 화가의 이야기를 설명해주셨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얼핏 스치고 지나갔던 작품들이, 사실 앞으로의 전개 복선이었다는 점이 놀라움을 자아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내용은 영화 007 스카이 풀 영화를 통해 설명한 <전함 테메레르호의 마지막 항해>라는 작품이었다. 미술작품은 내 삶 어딘가에 있다는 작가님의 말처럼, 극 중 제임스 본드가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떠나가는 모습에서, 주인공과 동화되어 내 현재와 미래를 그려봤다. 강의가 끝나고 미술작품에 관심 없던 직원들도 미술에 관심이 생겼다고 하니 지니 작가님도 뿌듯하시지 않을까 싶다.
# 세대 간 소통, 서로가 살아온 환경 알기
마지막 작가님은 세대 간 소통 컨설턴트 허두영 작가님이다. 이전 두 분의 작가님은 브런치를 통해 알고 연락을 드렸지만, 허두영 작가님은 세대 간 소통이라는 교육주제를 먼저 잡고 작가님을 모셨던 경우였다. 마음이 급하여 주말에 제안 메일을 보냈는데 브런치로 직접 연락을 준경우는 드물다며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허두영 작가님은 세대 간 소통과 관련하여 출판 경험과 다양한 기업체에서 컨설팅 및 교육경험이 풍부하신 분이었다. 그래서 강의 중에도 능숙하게 직원들에게 소통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며 강의를 진행해주셨다. 특히 중간중간 재미난 영상들을 넣어주셔서 재밌게 강의를 들었던 거 같다.
세대 간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언어를 알아야 된다고 한다. 70~80년대가 겪었던 사회적인 변화와 지금 밀레니얼 세대가 살고 있는 상황들이 다르기에 세대 간 언어와 행동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다만 이런 차이를 문제로 보지말고, 오히려 세대마다 장점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강의 마지막에는 <모든 세대가 자기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 현명하다고 믿는다>라는 조지 오웰 말로 세대 간의 소통을 정리해주셨다. 나 또한 90년생으로 살아가며 이전 세대 보다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 지혜롭다고 느낀 거 같다. 저 문장이 강연의 핵심을 관통하는 말이 아니었다 싶다.
# 브런치 강연회를 열면 어떨까
브런치 작가님들과 함께한 인문학교육은 좋은 강연들이었다. 다만 교육담당자로서는 교육을 미숙하게 준비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직원 모객에 집중하다 보니 강의 시설(영상 연결, 음향, 프로젝터 등)을 준비하는데 많은 신경을 못썼다. 좋은 시설을 갖춘 강연장에서 인문학교육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계속 스쳐간다.
지금 생각으로는 앞으로도 여러 브런치 작가님들을 모시고 회사 내에서 인문학 교육들을 진행해보고자 한다. 클래식, 재테크, 혼밥 요리, 혹은 직원들이 제안하는 인문학 교육 등 좋은 글을 쓰시는 브런치 작가님들과 인문학 교육 시간을 함께 만들어 가면 어떨까 싶다. 브런치 작가님들과 함께한 교육은 너무나 좋았고, 교육을 들은 직원들도 대체로 만족했던거 같다.
한편으로는 브런치팀에 브런치 작가분들을 위한 브런치 강연회를 열면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강연은 자신의 분야에 전문적이면서도 생활 밀착형 에세이가 많기에 색깔이 있다. 그런 브런치만의 색깔을 살려 관심 있는 시민들도 들을 수 있는 <브런치 강연회>를 개최하면 참 좋을 거 같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처럼 말이다. 아니면 연말에 유튜브 크리에이터 시상식처럼 브런치 작가님들끼리 만나는 소소한 네트워킹 데이도 있으면 즐거울 거 같다. 연말에 브런치 작가들이 모이는 파티를 상상해 보며 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