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쓸 만한 조과장 Jan 09. 2022

그냥 각자의 자리에서 지금처럼만 나아가주길

일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생일이 되면 오랜 사람들과 안부인사를 전한다. 평소에 먼저 연락을 잘 건네는 성격이라 그런지, 이렇게 생일이라고 연락을 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함도 든다. 사실 연락 안 한 건 서로 마찬가지지만 난 이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아무 노력도 안 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연락을 주고받으며 내가 앞으로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연락들도 점점 사라지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으로는 연말 연초가 되면 연락 좀 하고 술 한잔 해야지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 시기가 되도 행동이 안따라는거 보면 그 생각이 가까운 미래가 아닐까 싶다.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만드는데 시간을 아끼지 말자라는 생각이 있으시면서도, 또 마음 한편에는 연락을 하며 술 한잔 기울이기보다 스스로에게 투자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집중하고자 하는 마음이 우선된다. 지금 나에게는 지금의 외로움보다 미래에 소중한 것들을 지키지 못할 거 같은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주말도 다른 약속을 잡지 않고 취업 준비할 때처럼 운동복에 롱패딩을 입고 스벅에 가서 노트북을 펼쳤다. 약속 없이 텅 빈 주말은 누군가와의 약속과 만남을 잡기에도 좋은 날이지만 나를 위해 투자하기에도 좋은 날이다. 아직은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카페에서 주말 시간을 보냈다. 


한해를 돌아보면 30살이라는 나이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거 같다. 20대처럼 막연한 희망과 잠재력만 가지고 살기에는 어린 거 같고, 40대처럼 나보다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30대는 20대에 가진 잠재력에서 하나둘씩 현실적인 선택을 해가며 성숙에 이르는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성숙함이라는 것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둘 하고 싶은 충동들을 내려놓으면서 좀 더 현실적인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과정에서 포기할 것이 필요하다면 그것을 덤덤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라는 것을,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면 이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랜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들도 앞으로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잘되고 빛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마찬가지로 주변 사람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지금처럼만 잘 나아가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홀로 가는 거보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잘 나아가는 것이 덜 외롭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오랜 수험생활을 끝내고 올해부터는 7급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


기나긴 코로나로 어려움도 겪었지만 인테리어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친구


작년에는 결혼 준비와 이별로 힘든 일을 겪었지만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친구


신입직원으로 들어와 작년에 사직하고 이제 새 직장에서 인사를 건넨 후배


등 그들이 올해 바라는 일들이 좀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조심스레 적어본다. 주변 사람들을 보며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인생에는 "이렇게 살아야 해" 하는 정답은 없는 거 같다. 물론 어느 정도 보편적인 기준이나 가치는 있겠으나, 각자가 추구하는 행복의 가치, 성공의 기준은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는 방향이 맞다면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동료로서 '지금처럼만 나아가자'라고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너무 애쓰지도 말고, 너무 좌절하지도 말고 지금처럼만 나아가기를. 그리고 나도 좀 더 마음의 여유가 될 때, 준비가 될 때 연락하면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