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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랜들리 May 21. 2023

터키블루로 묵은 숙취를 씻어냈다

도시 1 _ 튀니지, 시디부 사이드에서

바다를 보면 튀니지의 시디부 사이드가 생각난다. 대학교 시절, 떠밀리듯 간 튀니지 어학연수는 나에게 ‘여행’이 아니었다.


지겨울 정도로 익숙한 중동의 길거리, 아랍어 공부, 그리고 어딜 가나 있는 한국 유학생들까지. 이곳이 한국인지 튀니지인지 모를 만큼 빈번했던 한국 유학생들의 술자리에 나는 진저리가 나 있었다.


그 무렵, 몇몇 유학생들과 택시를 타고 시디부 사이드를 가게 되었다. 일명 ‘아프리카의 산토리니’라고 불리는 시디부 사이드는 지중해 변의 마을로 해안 절벽에 자리를 잡고 있다.


자갈길과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흰 벽의 집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찰흙을 뭉쳐놓은 듯한 흰 벽에 짙은 터키색의 파란 지붕과 창문이 알알이 박혀있었다.


집 사이로 보이는 물빛하늘은 바다의 지평선과 맞닿아 있다.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밝은 흰 벽과 그에 대조되는 짙은 색의 지붕은 이곳이 바로 지중해 마을이라는 듯, 한껏 존재감을 과시했다.


곳곳에 걸려있는 빨간 장미 덩굴과 독특한 파란 대문 장식까지. 이제 내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설렜다. 이 도시가 사람이라면, 아마 서핑을 좋아하는 까무잡잡한 그리스인으로, 나는 첫 만남에 사랑을 고백했을 것이다.


캣콜링으로 지긋지긋한 튀니스(튀니지의 수도) 길거리와 달리 외국인이 익숙한 이 마을 사람들은 여행객들을 대하는 태도도 시원스럽다.


중동스러운 기념품들을 잡다하게 팔고 있는 잡상인들에게도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이곳이 좋은 도시라는 것은 주민들의 표정에서 볼 수 있다. 도시별 사람 관상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곳곳을 누비다가, 바다가 보이는 잔디 절벽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곳은 피폐한 술꾼 유학생들도 파란색으로 물들이는 매력이 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내려오는 길에 지친 우리를 멈춘 건 달달한 밤발로니.


밤발로니는 기름에 갓 튀긴 설탕도넛으로, 황홀한 기름 냄새가 그 주변을 마비시킨 듯, 모두가 밤발로니를 손에 하나씩 쥐고 있다.


기름과 설탕 범벅의 밤발로니를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버린다. 우리는 작동하지 않는 돌 분수에 앉아 얼굴만 한 밤발로니를 한 번에 먹어 치웠다.


이미 해가 져버린 그 시간의 새벽빛 하늘은 하루 중 지붕과 가장 비슷한 색깔을 띠고 있었다. 아쉬움에 색이 있다면, 땅거미가 지기 직전의, 어두운 듯 옅은 파란 빛깔일 것이다.



데자뷰를 느낄 때가 있다. 그 순간 나는 완전히 다른 장소에 가있다. 옅은 기억에 잠겨있다 정신이 돌아올 때면 익숙하지만 어색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느끼는 향수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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