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는 앞으로도 못 할 예정
예쁜 쓰레기를 좋아한다.
쿠팡을 뒤적이다 ‘시나몬 스틱 걸이’를 발견했다. 이거 살까? 모기 퇴치에 좋대. 친구는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걸 살 바에는 차라리 밖에서 나뭇가지를 주워다 주겠다고 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꾹 눌러 장바구니에 저장해 뒀다. 집에 모기는 별로 없지만, 예쁘니깐. 하찮고 귀여운 게 있다면 그냥 사는 편이다. 내 소비는 가끔 이렇게 종잡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대학 첫 자취 당시, 화장실 슬리퍼, 식기 같은 것들을 사러 다이소에 갔다. 당장 필요한 생활용품을 사야 하는데 자꾸 필요 없는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휑한 집에 붙이면 좋을 것 같은 벽 스티커, 작은 플라스틱 인형 같은 것들.
결국 나는 식기 대신 요상한 모양의 나무 벽 스티커와 플라스틱 공룡, 조화 같은 것들을 양손 가득 사서 집을 돌아왔다. 한 푼을 아껴도 모자랄 판에 이런 거라니. 친구에게 몰매를 맞았지만, 꿋꿋하게 스티커를 벽에 붙이고, 플라스틱 공룡도 책상에 올려 뒀다. 쥐라기 공원이 생각나는 내 작은 방이었다.
가끔 이렇게 소비 요요가 고개를 들 때가 있다. 양푼에 비빔밥을 한가득 비벼 먹는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 때, 예쁜 쓰레기를 사는 것만큼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 없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에 좋은 프라이팬은 없지만, 다이소에서 득템한 귀여운 간장 종지가 있고, 알 수 없는 이케아 모래시계와 뒤집으면 포켓볼이 되는 작은 피카츄 인형이 있다. 그렇게 달랑달랑 쇼핑백을 집으로 들고 들어올 때면 알 수 없는 만족감과 함께 마음이 한 톤 밝아졌다.
다이소에서 산 이천 원짜리 벽 스티커는 첫 자취에 막막했던 나를 살렸고, 고 3 때 문구점에서 산 요상한 스티커 묶음은 대학 발표를 기다리던 나를 초심으로 돌려주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글쎄. 돈은 그 시절 나를 살릴 때가 많아서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쇼핑을 했다고 극적으로 행복해지진 않았다. 그래도 그때의 나에게 희망이나 위로 같은 게 되었다. 조금 오글거리지만.
그래서 지하 액세서리 상가에서 산 삼천 원짜리 귀고리가 녹슬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어도, 반짝거리는 귀고리를 사는 것이 그때의 나에게는 어쩌면 최선일수도 있기 때문에.
변명이 길었지만, 결국 나는 만 원짜리 시나몬 스틱 걸이를 사야겠다는 이야기다.
친구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한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