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의 덕목으로 '연민'을 더러 꼽았다
그간 미결의 눈물들이 한 번에 터져 나오게 만든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계기일 것이다.
특히 '연민과 연대의 이야기'라는 리뷰를 읽은 후에
좀처럼 낭만적으로 보이지 않는 단어를
낭만의 최전선으로 내세우게 된 건
부침으로 부유하던 마음은
그 어떤 형태로든
나름의 안식처가 필요했을 것이기에
'척' 하는 걸 무척 경계하지만
무의식 중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척'을 한 건지 아니면
막연하게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 건지
퍽이나 제멋대로 부풀림을 당해왔다.
말을 하지 않는 모습은
그저 말 그대로 할 말이 없었던 상태였음에도
종종 말을 아끼거나
섣불리 입을 떼지 않는 것으로 오독되어
의도한 것과는 꽤나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해석이 되곤 한다.
해명은 게으름 탓에 늘 뒷전이었다.
가끔은 긍정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을
의도인 냥 더러 즐기기도 했고
나름의 판타지를 방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과도하게 부푼 기대감은
한계점만큼 부푼 풍선을 보듯 괜한 긴장감이 든다.
내게 실망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건
가장 피하고 싶은 장면 중 하나이다.
애초에 부풀지 않도록 과장되게 김샌 소리를 한다.
스스로의 자긍심과는 별개로 자신을 낮추며
사실 높일 것도 낮출 것도 없다.
낯가리면서도 유치하고 제 멋대로이다.
(주제 파악은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이다.)
본인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기에 오히려 두렵다.
그래서 연민이다.
날 불완전한 누군가가
그대로 봐주는 것이 중요하다
불완전한 것들은 불완전한 것들에 대한 마음이 있다.
'나는 이래'가 아닌 '너는 그렇구나'로부터 시작되는
같이 불완전하게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해
여백을 존중하는 시선을 바라며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에게
결국 닿지 않을지도 모르는 프로필 사진으로
정체성을 암시하며
어쩌면 완벽에 가깝다고 자부하거나
유명세 높은 휘장들로(특히 빨간 상패나 파란 리본) 점철된 파스타 가게들을 만났지만
늘 눈이 가는 건 겸허한 파스티피쵸다.
불완전하지만 불완전하지만은 않기에
어쩌면 아주 어쩌면 먼 훗날 가능할지도 모르는
'You complete me'라는
낭만적 대사를 마음에 담으며
*글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Oscar Lang의 You라는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