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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석원 Jun 14. 2023

머스마 혀 천장 (feat. 화상손만두)

오향장육, 모둠만두, 유린기, 탕수육

머스마들과 식사를 할 때면 어김없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허겁지겁

무언갈 느낄 새도 없이 형태와 온도만 어렴풋이 잡힐 때쯤엔 이미 혀 천장은 데인지 오래다

그마저도 촌스럽게 식사를 마친 이후에나 알아차릴 따름이다.


종강 이후 무제한 고기뷔페에서도 그랬고

퇴근 후 코스로 요리가 나오는 곳에서나

안전한 룸 안에서조차 달라지는 건 없었다.

어쩌면 로봇청소기보다도 구분 없이 빠르게 기계적으로

다만 나이가 들면서 혀 천장도 굳은살이 배기는 건지 속도감에 점점 익숙해지긴 한다.


"우리 너무 먹기만 하는 거 아니냐"라고 누군가 겸연쩍은 말을 꺼낼 쯤엔 모두가 고개를 들어 '한 명이 죽은 건' 아닌가 확인한 뒤에 눈빛을 교환하고 술잔을 부딪힌다.


KTX를 탄 듯 좀처럼 여유나 디테일들을 찾아낼 겨를이 없다. 가끔 드물게 급제동을 거는 것들이 있다.

시선이 멈추고 곱씹게 하는 것들

빠른 속도에도 구애받지 않는

유유자적한 하늘 위 구름,

나무와 돌이 한데 뒤섞인 듬직한 산의 모습,

끝없이 펼쳐진 논 밭


그리고 화상 손만두의 오향장육, 모둠 만두, 유린기, 탕수육 그리고 곁들였던 고량주는 속도를 늦추며 곱씹게 하곤 했다. 웬일로 까지지 않은 혀 천장과 함께


*글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James Brown의 It's A Man's Man's Man's World라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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