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푸라 10종 오마카세
이상하리만치 매번 상사들로부터 패션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길 많이 들었다.
'내가 옷을 튀게 입거나 단정하지 못한가?'
라는 찝찝함은 차마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짧은 경력동안 성장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이곳저곳 옮겨 다녔던 내게 혹시 하는 순간이면 어김없이 상사는 '그 말'을 꺼냈다
다양하게 리메이크된 노래를 듣는 다는건 재즈, 락, 발라드, 댄스 버전으로 번갈아가며 들어도 결국은 쉽게 질리기 마련이다.
옷에 전혀 관심 없어 보이던 분 역시 그런 말씀을 하실 땐 흥미롭긴 했다. 어디까지나 순수한 호기심 차원에서
늘 단정하게 입어야 한다고 했다.
잘 입거나 화려하게 입기보다
애초에 옷 입을 땐 브랜드 로고를 가슴팍에 올리는 자발적 홍보맨도 아니고 다다이즘적 사고에 사로잡혀 출근길 전위적인 패션쇼를 여는 타입도 아니긴 했지만
금속탐지기로 몸을 훑듯 시선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올 때 거슬리는 구석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었을까
딤플 모양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이에게도 옷은 가림막이기에 최대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도 뒤쳐지긴 싫어 유행을 좇는 사람 까지도 모두의 임계치 내에 있을 만한 중립지대로서
자극적이고 요란한 것이 쉽게 눈길을 끌지만 그 자극을 유지하기엔 여간 쉽지 않다. 해당 방정식은 복리로 계산되기 때문에
반대로 밋밋함은 별 볼일 없는 탓에(문자 그대로 볼 일이 없다) 애초에 큰 기대가 없다. 그저 그럴 것이다라는 기대감 정도만 제외하면
시라카와 덴푸라는 왜 압구정로데오 였을까?
화려하고 자극적인 투성인 것들 사이에서
별 다를 것 없는 튀김의 연속이다.
베어 물기 전까진
무난한 연근, 버섯, 오징어,
아스파라거스, 닭안심, 졸인 무, 고구마는
모두에게 거슬리지 않는 튀김옷을 입고
별거 없을 거라는 기대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 상사들은 내게 시라카와 덴푸라의 튀김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걸까?
*식당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Nujabes의 City Light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