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석원 May 03. 2023

친절함과 정겨움 사이(feat. 돈파스타 나폴리 피자)

살시치아 피자, 시칠리 파스타, 치즈 페투치니

칼로 잰 듯 친절하다.


친절함을 보이기 위해 팔은 몇 도 정도로 꺾어야 하며 숨은 1~2차례 정도 공백을 일부 허용하는 정도로 고르고 말의 온도는 4월의 날 밝은 날 햇살 정도의 온기와 속도로 꺼낸다.

반복적으로 훈련된 북한의 마스 게임을 보는 듯하다. 적절한 타이밍과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 그리고 정제된 감정

도저히 흠잡을 데 없는 친절함이다.


누구나 교본을 통한 반복 훈련으로 친절해 보이는 사람이 될 수는 있다. 그 심연과는 별개로



무언가 물 흐르듯 잘 진행되고 있는 듯 느낄 때면

어김없이 무언가 크게 잘 못되고 있었던 적이 많았다. 삶은 어떻게든 반전을 욱여넣으려는 3류 스릴러 영화감독 같았다.


반전 영화란 얘길 듣는 순간 스토리보다는 반전 찾기에 집중하는 것처럼 무난한 친절함을 보고 있자면 친절함 보다는 단점 찾기에 몰두하게 된다.


단점이 눈에 띄면 오히려 안도한다. 모자라거나 넘치는 건 늘 상수였고 단점 투성이인 난 그 안에서 평온함을 느낀다. 꾸밈없이 단점을 드러내는 이는 의도와 관계없이 사랑스럽다


90년대에 벌써 수 만 번 쓰였을 진부하고 촌스러운 표현,

지렁이를 닮은 꼬부랑 글씨체 옆 뜬금없이 고딕체로 쓰인 영업시간

메뉴판에 쓰인 토종 우리밀에 대한 효능과 ‘좋지 않은 것을 먹고 마시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

피자와 파스타까지


무엇하나 딱 떨어지는 것 없이 넘치고 모자라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정직하고 평화롭게 정겨움을 흥얼대고 있었다.


* 글과 잘 어울리는 slchld- She likes spring, I prefer winter 이란 곡입니다.

이전 06화 패션과 튀김의 상관관계(feat. 시라카와 덴푸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