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아 적응할 것입니다.

김미경의 리부트 _ 김미경

by 효리더


올해의 단어는 ‘코로나’ 밖에 없다. 코로나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사람의 일 년을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영화와 소설이 개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것을 어디서 귀동냥해 알고는 있었지만 내 삶에 이렇게 직접적으로 적용된 개연성이라는 사실에 몸서리쳐진다. 이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생활한다는 것은 노팬티에 바지를 안 입고 밖을 나선 것 이상으로 혐오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4, 5년 전만 해도 첫째 아이와 미세먼지 걱정 없이 매일 같이 놀이터나 공원을 돌아다니며 집에 있을 새 없었던 때가 있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 해에는 초미세먼지와 메르스로 두 달 정도 집콕 생활을 하느라 멘탈이 탈탈 털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마 우리 집에 공기청정기를 들인 게 그때 즈음일 것이다. 그리고 올해는 막내가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입소하기로 예정된 해였다. 세 아이 모두 기관에서 반나절 정도 각자의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2020년 올해는 9년 만에 비로소 육아 독립하는 기념적인 한 해가 될 예정이었다. 작년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독립할 기대감에 부풀어 to do list를 A4용지 3장의 분량만큼 작성한 뒤 꼭 실천하리라 다짐하며 가슴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나의 2020년도는 이전보단 햇살 맑음일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 가능하듯 그 리스트들은 주식시장의 휴지 조각보다 못하게 갈기갈기 찢어져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이 역병의 상황이 종료될 것이라는 말은 허황된 믿음으로 메아리처럼 사라졌다. 이게 나만의 일일까. 한국을 넘어서서 전 세계 모든 인류가 2020년은 없었던 것이라 생각하고 내년에 다시 시작하자는 말이 나올 만큼 코로나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침투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누구나 다 평등해졌을까? 절대. never. 우리는 점점 더 불평등해졌다. 인생은 쓴 맛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우리를 참혹한 지하 구덩이로 쳐 박아 빛 한점 안 들어오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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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강사 스타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을 그녀의 목소리, 문체를 보면 느낄 수 있다.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 코로나를 검색하면 국내 도서만 300권 이상의 결과물이 나온다. 코로나가 올해의 시작과 함께 한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양이다. 하루에 한 권 정도 코로나 관련 서적이 출판됐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경제·경영 관련 분야에서 코로나 관련 책이 압도적이다. 그만큼 코로나가 우리 생계의 멱살을 제대로 잡은 것이다. 당황스럽고 처참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평범한 아줌마인 나에게만 온 것은 아니었나보다. 아줌마라면, 여자라면 한 번쯤 지나가면서라도 들어봤을 만한 유명한 김미경 강사에게도 쓰나미급 펀치를 가격했으니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그녀도 생계에 타격을 받았고 더 나아가 본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도 직격탄을 맞아 직원들의 생계도 함께 불안에 떨게 되었다. 가만히 지켜볼 성격도 아니고 지켜볼 수도 없었던 회사 대표인 그녀는 또다시 살아남기 위해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김미경이라는 스타강사, 스타작가가 왜 빛나는 사람이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녀는 절대(絶對) 행동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빛의 속도와 같은 빠르기로 움직여 스타가 되었나 보다.


KakaoTalk_20201123_142804213.jpg '위기는 기회다' 쉬운 말이지만 결고 쉬운 행동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알기에 맥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 책의 한 단어는 ‘리부트’. 재시동하다는 뜻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코로나에 의해서 내 일상은 죽지 않았다. 멈추지도 못했다. 다만 맥없이 방황하던 현재가 흘러가는 시간에 이끌려 의미 없이 지속되고 있었을 뿐이다. 이 책은 그러한 현실과 시간이 방향을 잃고 전진하는 동안 먼지 앉은 곳은 깨끗한 물티슈로 한번 닦아주고 고장 난 곳 있는지 한번 점검한 뒤 기름 가득 채우고 우리가 작년까지만 해도 마음속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던 종착지를 향해 최대속력으로 달리자고 말한다. 적정속도 지켜가지 말고 기름 채운만큼 전속력으로 달리자고 말한다. 너무나 김미경 작가스러운 행동지침이다.

몇 달 전 들었던 부동산 강사가 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다. IMF시대 모두들 직장에서 쫓겨나고 가진 재산을 다 잃을 때 본인은 가장 돈을 많이 벌었던 때였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비참한 순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화양연화인 것이다. 서울 강남 한복판의 유명 호텔이 문을 닫고 강성하던 면세점 사업이 바닥을 칠 때 이 시기를 기회삼아 주가를 올리고 있는 기업과 사람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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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도 ‘위기는 기회다’라는 모토로 나에게 원동력을 제공한다. 물론 감정적 원동력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언택트한 인간관계에서 세상과 온택트하며 소통하는 방법, 영어도 아니고 스페인어도 아닌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야만 세상과 온택트 할 수 있다는 것, 과거의 성공 공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기 계발적 자세로 배움을 대해야 한다는 것, 마스크 없는 세상은 이제 돌아오지 않으니 ‘안전’이라는 키워드를 항상 가까이 둘 것. 그중에서 가장 마음을 강력하게 후벼 판 가르침은 디지털 언어, 개발자 언어와의 친밀함을 키우는 것이다. 뼈 속까지 문과 마인드를 가진 나는 컴퓨터 세상을 항상 방관자의 입장에서 지켜보기만 했고, 지금도 지켜보고만 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아이디는 있어도 대학 친구들과 연예인들 사생활 지켜보기 정도의 관음증적 사용자이다. 비트코인은 주식만큼 유명해서 최근 1900만 원 선까지 올라 쥐고 있던 사람들이 돈 좀 벌게 됐다는 것을 소문으로 접했을 뿐, 블록체인은 무슨 기술인지 대충도 알지 못한다. 구글 알렉사와 네이버 클로바가 내가 좋아하는 재즈음악을 틀어주게 명령할 줄은 알지만 AI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디지털 기술이 우리 집 거실과 내 생활비 통장까지 장악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움직이는 용어이자 언어를 알지 못하는 나의 무지함에 비통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다. 이런 생존 스펙 상태를 갖고도 잘 살고 싶다 그렇게 부르짖었으니 세상 돌아가는 것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들었다면 콧방귀가 절로 나왔을 것이다. 다행히도 올해가 가기 전, 이 책을 만나 막차 입석 승차권이라도 쥐어볼 셈이다. 더불어 유튜브에서 코빅 다시 보기나 입 짧은 햇님으로 킬링 타임 하는 짓거리 잠시 넣어두고 파이썬이 무슨 말인 지나 검색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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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 티켓이라도 들고 뛰어보자!!!


오늘 다시 코로나 지침이 2단계로 격상했다. 하교한 첫째 아이에게서 다시 일주일에 두 번 등교와 온라인 수업 전환의 슬픈 비보를 전해 들었다. 이젠 집 안에서 할 일 찾는 정도쯤이야 괴로움 축에도 끼지 못하지만, 내 아이들에게 나도 살아남지 못하고 있는 이 새로운 세상을 물려줘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슬프다. 꼭 열심히, 정확하게, 신속하게 살아남아 적응하며 미래를 살아낼 것이다. 내 아이들이 생존하기 위해선 그 방법밖에 없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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