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이게 뭐라고

책, 이게 뭐라고 _ 장강명

by 효리더



다운로드 (1).jpeg tvN 시즌2 할 생각 없습니까? '비밀 독서단'도 그렇게 시답잖게 접어버리더니. 만들어 달라고요. 열심히 본방사수할 테니..

나는 책 설명이나 책 리뷰해주는 방송을 챙겨보는 스타일이다. 작년 19년에 했던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프로에서 장강명 작가를 처음 보았다. 방송에서 장강명 작가를 처음 보기 전에 「한국이 싫어서」라는 책으로 유명한 줄은 알고 있었다. 사실 장강명 작가 이름도 알고 책도 들어는 봤지만 거기까지일 뿐,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아니 안 했다가 더 적합할 것이다. 인터넷이나 방송, 신문에서 유명하다는 책은 왜 보기 싫어질까. 나는 서점에 가면 제일 잘 보이는 베스트셀러 서가는 빠르게 표지 구경만 하고 지나치고 주로 남들 손 안 닿는 발 아래쪽에 있는 책장이나 머리 위에 위치한 책을 들었다 놨다 한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을 절대 읽지 않는 것은 아지만 그 책이 한 물 가게 되는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그제야 손에 잡힌다. 천성적으로 약간의 b급 감성인데 책을 고르는 것도 남들 다 예스할 때는 나도 모르게 ‘노’하고 싶어 지는 못된 심보 중심으로 선택한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읽고 쓰는 인간’이라는 작가 소개에 반했기 때문이다. 이즈음에 나는 책을 읽기만 하는 것에서 뭔가를 써보고 싶다는 이유모를 열망이 자라고 있을 때였다. 코로나로 집을 벗어나지 못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책 읽고 넷플릭스 보는 것이 유일한 유희 거리였다. 나 혼자 노는 것이 지겨워져 치를 떨게 될 때쯤 대학시절 친구들 몇 명을 모아 온라인 독서클럽을 독단적으로 만들었다. 다행히 나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클럽 창설에 창립멤버들은 억지로 따라주었고 그것이 4개월이 흘렀다. 쓰고 싶은 열망에 선택한 이 책은 예상 밖으로 책 산업 전반적인 이야기와 장강명 작가와 요조가 진행한 독서 팟캐스트에 관한 작가의 일화와 생각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덕분에 ‘책, 이게 뭐라고’ 팟캐스트도 처음 접해 한동안 이어폰을 끼고 주야장천 처음부터 들었다. 덕분에 이태원에서 다시 점화된 코로나 시국을 조금이나마 즐겁게 버텨낼 수 있었다.

방송에서 접한 장강명 작가는 조곤조곤하고 나긋나긋하게 자기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책에서 장강명 작가는 그렇지 않았다. 좀 더 시니컬하고 조금은 날 선 사람의 성격이 글에 묻어 나왔다. 그런 부분이 조금 의외였다. 그게 아마 작가가 말하는 말하고-듣는 사람과 읽고-쓰는 사람의 간극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말하고-듣는 자아는 굉장히 부정적이고 시니컬하고 의심이 많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나의 배우자 CS는 그렇게 평가하더라. 그렇지만 읽고-쓰는 자아는 모든 작가와 작품을 기본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가간다. 그렇게 너그러울 수 없다. 기본적으로 존경과 선망의 시선으로 작가와 작품을 바라본다. ‘나도 배운 한글을 얼마나 다르게 배웠기에 이 작가는 글을 이렇게 쓸 수가 있지?’, ‘이렇게 현실적으로 묘사한 것을 보니 직접 경험했을지도 몰라. 아니 그냥 천재인가?’ 따위의 감명을 받으며 우러러보는데 익숙한 캐릭터이다. 어쨌든 내가 방송에서 본 장강명 작가는 ‘캘리포니아 쌍둥이 동생’이었고 책에서 본 장강명 작가는 마릴린 맨슨 티셔츠를 입은 읽고-쓰는 자아였나 보다. 그도 그 간극이 참으로 어마어마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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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통해 트레바리라는 독서모임 플랫폼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제까지 나와 비슷한 독서욕구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살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는 비용을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나의 독서모임 첫 번째 시간에 내가 독서모임을 추진한 계기에 대해 친구들에게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문득 대학 시절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동기들과 밤마다 술 마시며 했던 술주정이 인생과 가치관에 대한 대화로 뒤섞이고, 별 것도 아닌 주제로 얼굴 시뻘겋게 열변을 토했던 그 순간이 미치도록 그리워졌다. 졸업 후 각자의 인생을 살면서 결혼식에서 일 년에 한두 번 만나 하는 얘기는 직장상사 욕하기나 연애 얘기가 전부였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아줌마라는 사람들과 남자들 군대에서 축구했던 얘기와 쌍벽을 이루는 출산 스토리와 시댁 험담을 몇 년 동안 대화 주제로 써먹었다. 이런 주제로 대화를 하고 나면 할 땐 정신없고 즐거운데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남는 건 오랜 수다로 저하된 저질체력뿐이었다. 이젠 누구를 만나도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지만 기억에 남는 대화를 할 기회는 잃어가고 있었다. 그 갈증을 나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고, 나의 가장 뜨거웠던 시절의 사람들을 불러 모아 ‘우리 그때를 재현해보자’ 선언했던 것이다. 첫 독서모임에서는 선동했던 나조차도 어색하고 낯 뜨거워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지둥 댔다. 점차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그 순간들이 익숙해져 갈수록 (완독 비율이 점점 낮아지는 시행착오가 있기는 하지만) 우린 옛날의 그 모습을 찾아갔고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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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한 독서모임에서 나아가 점점 더 많은 독서모임에 참여하길 기대한다. 결코 꿈이 아니라 실현가능 할수도 있는데 말이다.

장 작가가 꿈꾸는 것처럼 독서모임이 우리 주위에 어색한 것이 아니게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디베이트·토론 수업이 시행된다고 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논술이 처음 대입에 적용되어 논술학원이 여기저기 생겨났었다. 몇 년 전에는 코딩이 마치 대학 가는 지름길인 것처럼 교육 전반에 한차례 유행했다. 독서라는 것이 대입 수단으로 교육에 적용된다면 과거의 외국어 교육처럼 영어를 글로 배우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언어는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다. 수단으로써 사용하지 못하면 그것은 진정한 교육이 아닐 것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독서는 글자라는 도구를 사용해 사람과 사람 간에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는 수단이다. 그러한 수단을 대학 입학의 한 영역으로 사용한다면 지금처럼 트레바리나 지역 엄마 카페 독서모임의 형태로 내버려 두는 것이 독서가 가진 의미를 빼앗기지 않고 훨씬 더 유익하고 창의적인 형태로 남아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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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장 작가는 전자 책보다 종이책 선호하는 사람을 조금 허례허식하는 인간으로 표현했다. 종이책이 더 편한 사람으로서 단순히 그 취향은 책이라는 물체에 대한 뉘앙스와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아직도 전자책 시장에 좀 더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전공이 책에 관련돼서 대학생 시절 전자책을 주제로 많은 과제와 시험을 접했다. 거의 10년 전의 전자책과 출판시장에서 해결 안 된 문제들이 있었는데, 그 문제들이 아직까지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물론 저작권이나 출판시장 자체의 근본적 어려움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장 작가가 책에서 말하듯이 동시대의 독자들은 남아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남아있는 사람일 것이다. 시장이 작은데 어찌 큰 투자가 일어나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상황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전자책 리더기 성능과 호환의 문제는 써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5G 시대를 무색하게 만드는 속 터지는 상황이다. 그리고 나에게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통한 독서는 40살 전에 시력을 잃을 것 같은 불안함에 의해 항상 멀리하게 된다. 또한 머리에서부터 숫자와 양의 개념이 빠르게 처리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은 전자책을 통한 독서는 읽어도 읽어도 얼마나 읽었는지, 종착역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길 없는 두려움과 비슷한 느낌에 휩싸인다. 그러한 생각으로 내용은 머릿속에 들어차지도 않는다. 종종 집에 있는 책장에 이젠 제대로 꽂히지도 못하고 누워있는 책들을 볼 때마다 어느샌가부터 미덕으로 통하는 미니멀리스트적 삶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심란해진다. 그래도 내가 읽은 책과 읽을 책이 가득한 것을 봤을 때 단전 깊은 곳에서 충만함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장 작가가 말하는 이상한 자부심과 선민의식에 휩싸인 종이책 애호가라는 빈정거림을 부정하진 못하겠다. 하지만 종이책 애호가로서 전자책 애호가의 비난에 대해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 종이책이 얼마나 매력덩어리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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